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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추억팔이가 필요한 전기차 ID.버즈

새로운 전기차 출시 소식은 이제 낯설 것도 없는, 아주 흔한(?) 정보가 됐습니다. 마이크로 전기차부터 억대의 전기 스포츠카까지, 종류도 참 다양한데요. 이곳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도 이젠 지면 상당 부분을 전기차에 할애합니다. 그리고 그 비중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수년에 걸쳐, 많은, 여러 전기차 소식을 접하면서 기대가 되는 것도 있었지만 언제 출시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던 모델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관심을 끌었던 소수의 전기차 중, 개인의 취향에 가장 잘 맞았던, 저를 자극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폴크스바겐의 ID.버즈입니다.

ID.버즈 콘셉트카 / 사진=VW  

 

ID.버즈 콘셉트카는 2017년 처음 공개됐습니다. Van, 혹은 우리 식으로는 승합차로 분류할 수 있는 이 모델은 폴크스바겐의 아이코닉 모델 불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내놓았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불리는 오래전부터 제가 좋아하고 또 좋아했던 모델로, 10년 이상 스케치북다이어리를 찾는 분(아직 계시려나;;)이라면 제가 이 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아시리라 봅니다.

 

독일에선 공식적으로 마이크로버스또는 트랜스포터(T 시리즈)라고 합니다. 1950년부터 나온 T1에서부터 현재 출시 중인 T6까지, 총 여섯 번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그런 자동차죠. 하지만 보통의 독일인들은 이 차를 불리BULLI’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 경제 재건의 가장 앞에 있던 차이기도 했습니다.

장난감보다 더 장난감스러운 T1 / 사진=픽사베이
T1의 최상위 모델 삼바 / 사진=픽사베이
헨리포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불리 / 사진=위키백과 & Alvintrusty

 

업무용, 상업용은 물론, 레저용 캠핑카 등으로 정말 다양하게 활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리 전기차(독일에선 T1 T2까지를 흔히 불리라 부릅니다.)2022, 그러니까 내년에 양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17년에 한 약속이니 ID.버즈 양산형을 기다려온 이들에겐 정말 긴 기다림의 기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ID.버즈는 T1을 생각하며 만들었다죠. T2도 예쁘기는 하지만 마이크로버스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가 애정하게 된 데에는 역시 원조 T1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니 ID.버즈가 T1을 모티브로 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 당연해 보입니다.

T2도 이쁨! / 사진=픽사베이 

 

성공은 노골적 추억팔이에 있다?

, 이제 문제는 과연 얼마나 콘셉트카에 가깝게 ID.버즈 양산형이 나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콘셉트카처럼 나온다고 해서 불리 팬들의 추억을 온전히 끄집어내긴 어렵겠죠. 그래도 성공적 판매를 원한다면, 그리고 전기차 시장에 의미 있는 깃발을 꽂기 위해선 ID.버즈는 최대한 닮아야 합니다 불리를요.

T1과 ID.버즈 콘셉트카 / 사진=VW

 

많은 제조사가 자신들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되살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개발 비용을 줄이는데, 또 새로운 시장 접근에 가장 익숙한 옛 히트작을 이용하는 게 여러 면에서 좋다는 겁니다. ID.버즈 역시 그런 트렌드에 맞게 나올 차이고 또 그래야 합니다. 유행을 너무 좇는 것에 비판적 입장이지만 이 차는 되레 그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독일 자동차 매체 일부에서 양산 모델이 콘셉트카를 제법 닮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우토빌트와 같은 유력 매체도 ID.버즈의 성공은 원조 불리와 최대한 닮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는 의견을 낼 정도로 추억팔이(?)가 성공의 키임을 강조했습니다. 아마 이 차를 전기차로 되살리기로 한 폴크스바겐 그들 자신이 누구보다 이것을 잘 알지 않을까 합니다. 모르면 바..

ID.버즈 콘셉트카 / 사진=VW
ID.버즈 콘셉트카의 실내 / 사진=VW

 

실내의 경우 현재 판매 중인 ID.3 ID.4를 닮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쉬움이 클 겁니다. 일각에선 ID.버즈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그런지 전혀 새로운 실내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결을 좀 달리하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과연 폴크스바겐이 과감하게 도전했을지 궁금하네요.

 

6인승이 될 가능성이 높고, 3열 좌석의 경우 눕히거나 해서 짐을 싣는 공간 확보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의 경우 콘셉트카에 붙여진 ID.버즈가 될 수도 있고,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불리의 최상급 버전에 붙여진 이름 삼바(Samba)를 되살려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배터리 완충 후 550km 주행도 가능할 수 있다고 아우토빌트는 전했는데요. 사실 전기차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충전 후에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느냐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ID.버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분위기, 그 감성을 얼마나 재현하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차는 추억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폴크스바겐 스스로 그렇게 연결 지어 ID.버즈를 홍보했으니까요. 공개될 날 그리 멀지 않은 불리가 정말 불리로 다시금! 제대로! 반갑게 불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리지널 T1 /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