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자동차 회사가 과거 자신들이 내놓았던 인기 모델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이유는 전기차 때문인데요. 새로운 트렌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흐름은 미래를 상징하는 전기차와 과거 전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클래식 모델의 결합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으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또 신차 개발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유도 담겨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미국 오프로더의 상징과 같았던 허머가 전기차로 다시 나온 것, 혼다의 ‘혼다-e’ 같은 모델, 또 포니를 재해석한 아이오닉 5 등이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인데요.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는 물론, 과거 컬처카로 명성을 떨친 그런 대표 모델을 되살려낸 것까지, 다양합니다.
오늘은 전기차로 되살아나는 (혹은 그러길 바라는) 레트로 모델 중 기대되는 유럽산 전기차 3개를 한번 골라봤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일단 공개된 콘셉트카만 놓고 보면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모델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했던 모델이 포함되어 있는지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괜찮을 거 같네요.
1. 불리Bulli가 다시 찾아온다
폴크스바겐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하면 비틀, 골프 등을 떠올리게 되죠. 여기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마이크로버스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T 시리즈, 혹은 불리 등으로도 불린 이 승합차는 라인강의 기적을 만든, 그 경제 재건의 시기를 이끈 너무나도 독일인들에겐 소중한 컬처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히피들이 사랑했던 그런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6세대까지 나왔고, 7세대는 열심히 담금질 중입니다. 그런데 이 멀티밴은 2022년 또 하나의 신형 모델로 나오게 됩니다. 바로 순수 전기차 I.D. 버즈(Buzz)입니다. 정식 명칭은 아니고 2017년에 공개된 콘셉트카 이름입니다. 사실 폴크스바겐은 2001년부터 이미 마이크로버스 콘셉트카, 또 2011년에는 불리 콘셉트카 등을 선보이며 계속해서 불리 (마이크로버스 1, 2세대를 특히 불리라는 애칭으로 부름)가 부활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다만 워낙 당시 콘셉트카 디자인들이 혹평을 팬들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뜸만 들이다 안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돌았는데 전기차가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면서 I.D. 버즈가 양산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고, 결국 2022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최소 1번 충전으로 500km 정도 달릴 수 있는 8인승 모델이 될 것이라고 하죠?
콘셉트카도 멋있기는 하지만 안전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불리 원형에 가까웠으면 합니다. 결국 원조의 디자인을 뛰어넘긴 어려울 테고, 그렇다면 그대로 따라 가는 선택도 나쁘지 않습니다. 레트로 전기차는 성능에 대한 기대도 기대지만 결국 얼마나 원형에 가까운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히피들이 사랑하고, 독일인들의 경제 활동과 레저 생활을 책임졌던 불리가 전기차로 잘만 나온다면, 분명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2. 푸조 504 쿠페는 e-레전드로 부활할까?
1968년부터 1983년까지 프랑스 푸조가 판매한 중형 쿠페 504를 새롭게 해석한 콘셉트카 e-레전드(Legend) 콘셉트카가 지난 2018년 공개됐죠. 뛰어난 스타일 때문에 특히 더 화제가 됐던 콘셉트카였고, 이게 양산이 될 것인지 관심이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푸조 당시 회장은 양산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실제로 파리모터쇼에서 이 차를 본 독일 전문지 기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고, 결국 양산을 위한 50만 서명 운동에 독자들 참여를 독려하기까지 했습니다. (50만 명 서명 달성은 실패) 콘셉트카 그대로 양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쨌든 504 쿠페의 그 아름다움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프랑스인들만이 아니라는 걸 이때 확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조용했죠. 그러다 최근, 아주 최근에 파리에 있는 레트로퓨처 일렉트릭 비히클(REV)이라는 회사가 아예 504 쿠페를 전기차로 전환해주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E-레전드가 양산되지 않는다면 504 쿠페를 아예 직접 전기차로 바꾸기라도 하겠다는 건데요. 504 쿠페와 관련한 전기차 소식은 유럽에서 이처럼 여전히 뜨겁습니다.
지금까지 e-레전드 양산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푸조 측에서 하겠다고 밝힌 게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기차 열풍이 불면서 자연스럽게 e-레전드 양산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듯 보입니다. 독일 아우토뉴스 같은 곳은 2023년 새로운 푸조 시트로엥 전기차 플랫폼이 완성될 때 e-레전드 양산의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540 쿠페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가 설계하고 차체를 제작까지 한 모델로, 세단이 나온 다음 해인 1969년 쿠페가 등장했고, 이 모델은 그 해 ‘올해 유럽의 자동차’에 선정이 되는 등,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프랑스에서 1983년에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해외 아프리카 등, 일부에선 2000년대 초반까지 계속 생산되었습니다. 과연 e-레전드는 양산이 될 수 있을까요? 양산되면 이름 그대로 레전드가 될 텐데 말입니다. 물론 콘셉트카 느낌을 잘 살린다는 게 전제되어야겠죠. 푸조의 멋진 결단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3. ‘르노 5’ 전기차 2023년부터 양산 가능성 ↑
올해 초 르노는 노란색의 전기 콘셉트카 ‘르노 5’를 공개했습니다. 1972년부터 1996년까지 만들어진 B세그먼트 소형 해치백 르노 5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는데요. 르노 5는 클리오가 나오기 전까지 르노를 대표하는 모델이었고, 1976년부터 1983년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 국민차이기도 했습니다.
등장했을 당히 아우디 80에 밀려 유럽 올해의 차 트로피를 거머쥐진 못했지만 불티나게 팔리는 등, 인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누구나 탈 수 있는, 부담 없고 편한 그런 자동차였지만 한편으로는 랠리 4회에 걸쳐 우승한 ‘르노 5 터보’와 같은 모델로 파생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르노 5 터보’는 람보르기니 미우라와 쿤타치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지오반니 베르토네가 디자인을 했습니다.
바로 이 국민차를 르노는 전기 콘셉트카로 만들었고, 2025년까지 여러 전기차를 내놓을 때 여기에 ‘르노 5’ 전기차도 포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2025년 양산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르노가 아직 공식적으로 출시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영국과 독일 유력 매체들은 2023년 출시를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르노가 전기차 ‘르노 5’를 일반형과 터보형으로 나눠 출시를 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과거 르노 5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해서 3개의 양산되거나 양산이 기대되는 전기 콘셉트카 3개를 살펴봤습니다. 레트로 전기차 성패는 최대한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오는 것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어떤 모델이 팬들 마음을 흔들어 놓고 환호하게 만들까요? 레트로 전기차들 등장이 무척 기대되는 요즘입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푸조 e-레전드 양산을 응원합니다. 흘려보내긴 너무 아까운 자동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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