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1년이 넘도록 우리 생활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신을 맞기 시작했지만 자유로웠던 생활을 되찾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설령 이전의 일상을 회복한다고 해도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바뀐 사람들의 생각까지 되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연말 리스플랜(LeasePlan)이라는 곳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지 물은 건데요. 정확하게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이동성 습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리스플랜은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자동차 임대 및 차량 관리 회사로 여론조사 전문 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22개국 5천 명 이상의 운전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요?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질문과 대답만 간추려봤습니다.
▷ 내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편한 것임을 더 느끼게 됐다
그렇다 : 79%
아니다 : 7%
▷ 다른 교통수단보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게 더 편해졌다
그렇다 : 76%
아니다 : 8%
▷ 대중교통 이용이 적어질 것이다
그렇다 : 65%
아니다 : 16%
전염병으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교통보다는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2020년 신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중고차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중고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등, 이동 방법을 바꾼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세 번째 응답을 보면 대중교통 이용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시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지금 응답한 그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 사람들의 마음은 개인 공간, 나만의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고, 그게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참고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동차 의존 비율도 높았습니다.
▷ 기후변화가 지구의 위협임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다 : 53%
아니다 : 17%
▷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무공해 차량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 : 47%
아니다 : 20%
▷ 전기차로 바꿔 내가 만드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싶다
그렇다 : 40%
아니다 : 27%
코로나19는 많은 곳에서 이동의 제한을 가져왔고, 사람 사이 접촉과 움직임이 적어짐으로 역설적이게도 독감이나 다른 질병의 감소, 그리고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의 감소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의식도 이 기간에 높아졌는데요.
연일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소식이 전해지는 것도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코로나19로 인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량은 줄었지만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많은 나라가 빠르면 2025년, 늦으면 2040년까지 엔진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려 준비 중이고, 제조사들 또한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을 속속 선언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배터리 전기차든 수소연료전지차든, 아직은 전기 생산 과정이나 자동차 생산 전반의 과정이 완전히 친환경적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개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점차 이런 논쟁도 잦아들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한 연구에선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각국 정부는 정부대로. 이제 우리 역시 시민으로서, 또 한 명의 소비자로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설문 결과는 긍정적 방향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한 가지 더 소개할 게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늘고 있습니다. 당연히 배송 인력도 늘고 배송용 차량에 대한 수요도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조사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바로 무공해 택배 차량입니다. 요즘 많은 온라인 기업이 배송용 차량으로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설문에 참여한 글로벌 소비자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데요. 제도적으로도 이런 기업들의 노력이 뒷받침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상황, 다른 일상을 보내야 하는 불편함을 서로 감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환경과 보건에 많은 이들이 더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한 명의 운전자로, 또 시민으로, 그리고 삶의 선배로서 어떻게 '나의 시대'를 크게 헤치지 않고 '미래의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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