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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럭셔리 실용주의 전기차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포르쉐는 자신들의 첫 번째 전기차를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타이칸은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뎠죠. 2억 전후의 이 비싼 전기 4도어 쿠페는 미국에서 4 4백 대 넘게 판매됐습니다. 이는 플래그십 클래스 (upper class)에서 S-클래스와 7시리즈의 뒤를 이은 3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단 4개월 판매로 이런 결과를 보였다는 게 대단합니다.

타이칸 / 사진=포르쉐 

유럽에서도 화려한 한 해를 보냈는데요. 2020년 총 12,332대가 팔렸습니다. 아우디 E-트론과 아직 차이가 크게 나기는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출시와 함께 단박에 럭셔리 전기차 시장 강자 자리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칸의 판매량까지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데, 과연 이런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브랜드 가치 단단하고, 차 만드는 실력 여전하고, 거기에 새로운 시장을 위해 돈을 물 쓰듯(?) 투자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싶습니다. 거기다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며 최근엔 후륜구동 방식의 타이칸 베이스도 공개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더해졌으니 누가 타이칸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원래는 포르쉐가 타이칸의 파생 모델이자 브랜드의 두 번째 전기차인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를 공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개 및 판매 시기를 미뤘죠. 정말 코로나19 때문인지, 아니면 타이칸 쿠페형 세단이 잘 나가니 의도적으로 출시 시기를 조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까지 나오면 타이칸 집안은 두려울 게 없을 듯합니다.

독일 아우토빌트가 예상하는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 출처=아우토빌트 영상 캡처

특히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의 실용성은 또 다른 매력입니다. 타이칸 쿠페형 세단이 스포츠카 브랜드로 포르쉐가 전기차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아니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크로스 투리스모는 고급 가족용 크로스오버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넓게 열리는 해치와 더 넉넉해진 트렁크 공간은 왜건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고, 높아진 지상고 덕에 비포장 도로 주행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의 포르쉐 전기차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한데요. 지상고를 높인 게 왜 좋은가 하면,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 / 사진=포르쉐
2018년 공개된 미션 E 크로스 투리스모 콘셉트카. 확실히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보다 지상고가 높아 더 날렵한 느낌을 준다 / 사진=포르쉐 

이미 SNS나 매체들을 통해 드러난 것을 보면 확실히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보다 조금 더 SUV의 느낌에 가깝고, 더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트렌디하다는 거죠. 그러니 가족을 태우고 다니는 괜찮은 이 패밀리 CUV(혹은 지상고 올린 슈팅 브레이크)는 왜건에 매력을 못 느끼는 고객들에게도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와 달리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한국 시장에 수입될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일단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인다면 전기차는  시장에 먼저 깃발을 꼽는 게 무조건 유리하기 때문이죠. 존재감, 시장 선점 효과 등을 생각한다면 포르쉐를 많이 좋아하는 한국 시장을 피해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최근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가 후륜 없이 4륜으로만 처음부터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출력은 타이칸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고요. 가격은 약간 더 비쌀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에 대해 지금까지의 얘기를 한 줄로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륜구동에, 트렁크 공간 넓고, 전방 시야 확보는 물론 비포장도로 주행도 가능한 지상고 높은 포르쉐의 첫 번째 크로스오버 전기차

 

포르쉐의 스포츠 유전자를 경험하고 싶다면 타이칸을, 가족용 실용적 고급 크로스오버 전기차를 원한다면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를 선택하면 되겠죠? 여기에 마칸 전기차와 같은 전기 SUV까지 합세를 하면 포르쉐는 전기차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지식해 보였던 포르쉐이지만 위기를 겪고 난 후 그 어떤 스포츠카 브랜드보다 영리하게 장사를 잘 하고 있습니다. 포르쉐 미래는 쾌청함 그 자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