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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칭찬받을 만한 5시리즈와 E클래스 디젤 경쟁

요즘은 디젤 자동차 관련해 좋은 소식 전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디젤 시대의 종말’ ‘디젤 레퀴엠’ 등의 표현들이 서슴없이 나오는 상황까지 왔죠.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유럽에서 비판은 디젤 게이트 이전과 너무 달라 그 대비감이 아찔할 지경입니다.


어찌 되었든 흐름은 바뀌었습니다. 뭔가 디젤로 미국 시장의 판을 바꿔 보려는 시도도, 한국에서의 디젤 열풍도, 디젤 본토의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디젤 사랑도 이제 과거의 일이 되려나 봅니다. 내연기관 종말 이야기까지 튀어나오는 판에 디젤의 긍정적 미래를 이야기할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데 적어도 오늘 얘기만 보면 가능합니다. 

5시리즈 (아래)와 E클래스 (위) / 사진 : BMW & 다임러


숙명의 라이벌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클리셰한 타이틀을 가져다 써도 욕먹지 않을 두 자동차가 있죠.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 E클래스입니다. 판매량이면 판매량, 기술혁신이면 혁신, 브랜드 자존심을 걸고 E세그먼트의 고급 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디젤 세단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들이기도 하죠.


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 엔진을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디젤 자동차는 비판받아야 했고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이유 있는 비판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디젤차의 가장 큰 문제인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납득이 안 될 정도로 과했으니까요. 배신감이 컸죠. 결국 디젤로 흥한 자들은 디젤의 환경성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실제 도로 위를 질주할 때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기준치를 훨씬 넘어섰죠. 그런데 이런 와중에 5시리즈와 E클래스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조사와 무관한 독일의 자동차 관련 기관, 그리고 신뢰도 높은 자동차 전문지 등에서 배출가스 조사를 했는데 두 라이벌이 돌아가며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ADAC 질소산화물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E클래스

우선 독일의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가 실시한 배출가스 테스트, 일명 에코테스트 얘기부터 해드리겠습니다. 유료회원의 수가 점점 늘어나 이제 1,900만 명을 눈앞에 둔 아데아체는 회원이 많고, 엄청난 재정이 뒷받침되다 보니 정말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에코 테스트라는, 디젤 중심의 연비, 이산화탄소, 그리고 질소산화물 배출 등에 대한 자체 실험을 해왔죠. 그러다 디젤 게이트가 터졌고, 최근에는 새로운 배출가스 측정법 WLTC에 맞게 실험실과 도로에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엔진이 차가운 상태, 또 가열이 된 상태로 나눠 실험이 이뤄지며, 실도로 주행 테스트(RDE)도 자체적으로 코스를 만들어 까다로운 조건에서 실시합니다. 아주 이를 악문 듯 보였습니다.


테스트 차량의 무게도 늘리고, 환경도 국제 기준보다 강화해 철저하게 검증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188대가 실험되었고 이중 새로운 측정법 기준에 따른 질소산화물 배출량 테스트는 56대까지 이뤄진 상태입니다. 가솔린 자동차,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가스차, 전기차 등도 실험 대상이었지만 역시 핵심은 디젤이었습니다. 이중 디젤에서는 메르세데스 E220d가 가장 좋은 결과를, 그리고 5시리즈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E클래스 / 사진=다임러


새로운 디젤 엔진(OM654)을 처음 장착한 E220d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놀라운 수준이었는데요. 9단 변속기를 장착한 테스트 차량이 실제로 도로를 달리며 내뿜은 질소산화물은 24mg/km였습니다. 새로운 측정법에서 질소산화물 기준인 168mg/km는 물론 기존의 유로6(80mg/km)기준을 한참 밑도는 결과였습니다.


올 3월에 테스트된 신형 5시리즈도 53mg/km라는 좋은 결과로 2위 기록을 냈습니다. 두 모델 모두 최상위 결과를 얻은 것으로, 56대 중 하위 6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 소형 i20 디젤 결과(646mg/km)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5시리즈와 E클래스가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두 제조사의 모든 모델들이 최고의 결과를 보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브랜드 평균을 낸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테스트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자료=아데아체


자동차 전문지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신형 5시리즈

아데아체 테스트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두 모델이 이번에는 독일의 유명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실시한 실도로 주행 테스트(RDE)를 통해 또 한 번 검증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었습니다. 단, 순위는 아데아체와는 다른 5시리즈가 1위, E클래스가 2위를 차지했습니다. 어느 정도였을까요?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48대 디젤 모델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정도를 실제 도로 위에서 측정해 신형 5시리즈(520d)가 28mg/km, E클래스(220d)가 41mg/km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오펠 자피라(71mg/km), 아우디 Q2 (79mg/km) 등이 뒤를 이었고 530d(84mg/km)도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벤츠 승합차 V클래스와 SUV인 티구안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네요.


다만 같은 실험이라도 아데아체와는 달리 BMW나 벤츠 모두 모델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편차는 상당히 컸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들에게만 집중해 본다면 충분히 디젤차도 환경성이나 유해성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상대적으로 가솔린에 비해 적으니 우리가 바라는 연비 좋고 토크 좋고 친환경 규제에 모두 대응이 가능한 ‘착한 디젤차’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5시리즈 / 사진=BMW


배출가스 결과도 중요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5시리즈와 E클래스는 아데아체가 공개한 연비효율성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E220d는 실연비가 리터당 20km, 520d는 19.23km였는데요. 이제는 연비 못지 않게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따져야겠습니다. 당연히 정부도 반드시 테스트 결과를 기본 제원에서 밝히도록 의무를 부여해야겠죠. 그래야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향에서 자동차를 바라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죠. 기술 경쟁 등 여러 부분에서 긴장감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경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담합 등의 못된 짓(?)만 하지 않는다면 무한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자동차, 더 좋은 디젤차를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할 아우디 A6도 라이벌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배출가스 결과가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치열한 3파전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내연기관의 종말론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엔진이 언제 사라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때까지는 무한 친환경 경쟁이 계속되어야겠습니다. 어떠세요, 두 자동차 칭찬할 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