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독일의 한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젊은 남녀가 탄 자동차가 아우토반을 달리다 사고를 당해 두 사람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꾼 앞차를 피하다 전복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는데요. 목숨을 잃은 남녀는 결혼을 며칠 앞둔 예비 신랑신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독일에서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운전 기초 상식, 그리고 교통법규 등에 대해 자주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방향지시등,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깜빡이등에 대한 기초적 설명이 특히 눈에 들어왔는데요. 나름 운전 좀 하고 교통법규도 잘 지킨다는 독일인들이지만 또 생각만큼 잘 안 지키는 경우도 보입니다.
독일 아우토반 / 사진=독일위키피디아
깜빡이등 이럴 땐 꼭 켜자!
아낄 것이 따로 있고 아껴서는 안될 것이 있을 텐데요. 깜빡이등은 절대 아껴서는 안되는 것이죠.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그래서 너무 뻔해 보이는 얘기이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 방향지시등 사용을 애써(?) 외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독일만 해도 전체 운전자의 66% 정도만이 방향지시등 사용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독일 운전자클럽 아데아체가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어떨 때 방향지시등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눠 볼 수 있을 텐데 우선은 좌우회전을 할 때입니다. 좌우회전을 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신호대기 중일 때에도 깜빡이등은 켜야 하죠. 독일의 경우 이를 제대로 안 지키면 벌금 10유로 정도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설령 누가 봐도 좌회전 차량임을 알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운전자는 좌측으로 차를 몰고 갈 것임을 다른 차량과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이는 운전자의 기본 의무입니다. 특히 도심 내 차량 사고의 경우 이런 작은 기본을 자키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꼭, 좌우회전 시에는 방향지시등을 켜주세요.
두 번째는 회전교차로 이용 시에 특히 유의해서 깜빡이등을 켜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회전교차로 수가 적지만 계속해서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꼭 깜빡이등 사용법을 확인하고 기억해 놓으셨음 합니다.
독일의 회전교차로 방향지시등 사용 표지판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내에서 주행하는 차량에 우선권이 있죠. 그렇다면 진입하려는 차량은 어떻게 먼저 진입해 주행하는 차량을 피해 진입 시점을 결정할 수 있을까요? 바로 먼저 진입해 주행하는 차량의 방향지시등을 보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교차로 안에서 주행하는 차량이 깜빡이등일 켜지 않았다면 계속 주행을 한다는 의미이고, 만약 깜빡이등을 켰다면 그 차량은 해당 차로 쪽으로 빠져나갈 것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회전교차로 이용 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깜빡이등의 정확한 사용이 되겠습니다. 부디, 면허 취득 과정에서 회전교차로 이용법을 제대로 알려주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앞지르기를 할 때나 차선을 변경할 때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사용해야 합니다. 요즘 독일에는 자전거가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보통 자전거를 자동차가 추월할 때도 깜빡이등을 켜는 운전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자동차가 됐든 자전거가 됐든 내 차가 추월을 하려면 그 의사를 깜빡이등을 통해 분명히 해야 합니다.
독일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로부터 철저히 보호받는다
차선 변경할 때 깜빡이등을 켜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지 않을까 합니다. 앞서 소개한 사고 소식도 바로 이런 경우인데요. 특히 고속도로처럼 빠른 속도로 주행을 하는 곳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것은 큰 사고와 바로 연결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됩니다.
독일은 아우토반 진출입 시 방향지시등을 안 켜고 달리다 경찰을 만나면 벌금을 물 수 있어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면허학원에서도 깜빡이등 사용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가르치고 있죠. 가끔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려 하면 뒤차가 공간을 주지 않아 오히려 깜빡이등을 안 켜고 차선을 바꿀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런 잘못된(?) 교통문화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합니다.
물론 깜빡이등을 막무가내로 사용하는 경우도 없어져야겠죠.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방향지시등 하나 믿고 끼어들기 하는 운전자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방향지시등 사용은 미리미리 하시고, 끼어들기 안되는 곳에서 막무가내로 비집고 들어오기 위한 위한 도구로 깜빡이등을 사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당신은 위에 언급한 세 가지 경우를 만났을 때 방향지시등 사용을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효율적인 도로의 흐름과 나와 타인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운전의 원칙을 지키고 계십니다. 이 작지만 귀한 규칙을 습관화하셔서 적어도 방향지시등으로 인한 사고나 불편한 일을 겪지 않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깜빡이등, 절대 아끼지 마세요.
'독일 자동차 세상 > 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인들이 전기차 보조금 반대하는 이유 (15) | 2016.05.02 |
---|---|
헉 소리 나는 유럽의 운전면허 비용 (26) | 2016.04.29 |
노르웨이, 2025년부터 가솔린 디젤차 판매 금지 (50) | 2016.04.15 |
벤츠 슬로건 사용 금지 소송에 들어간 사연 (9) | 2016.04.11 |
'이웃이 이런 차 사면 질투 난다' 설문조사해 보니 (19) | 2016.03.25 |
관용차 문제로 비판 받고 있는 유럽의회 의원들 (14) | 2016.03.21 |
폭스바겐을 살려 낸 점령군 장교 이반 허스트 (12) | 2016.03.04 |
뻥연비 뻥마력, 독일에선 환불 가능 (11) | 2016.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