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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S63 AMG 쿠페로 본 벤츠의 디테일 마케팅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화려한, 럭셔리 쿠페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S65 AMG 얘기인데요. 모스크바 모토쇼에서 정식 공개될 이 차는, 12개짜리 실린더가 점점 귀해지는 요즘 그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강력하고도 비싼, 그래서 어떤 이들에겐 사치스럽기도 하며,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겐 '꿈의 차'로 불리고도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S65 AMG. 사진=netcarshow.com




멋지죠? 그런데 S65 AMG를 보면서 느끼는 건 '벤츠가 참 장사를 잘 하는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급 라인업 안에서 조차 작은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죠. 무슨 얘긴지 간단하게 함께 짚어보도록 할까요?



S와 SL, 그리고 CL


메르세데스 S클래스. 사진=netcarshow.com


바로 이 전 세대 메르세데스 S클래스 모습입니다. 점잖은 플래그십의 전형이죠. 여기에 뭔가 강력한 맛을 더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벤츠는 고성능 브랜드인 AMG의 이름표를 단 '럭셔리 고성능 세단'을 추가했습니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 65 AMG. 사진=netcarshow.com


머플러나 AMG 표시를 확인하지 않으면 보통은 S클래스와 AMG를 스타일 면에서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차 좋아하는 분들은 단박에 찾아낼 겁니다. AMG가 붙으면 일단 마력과 토크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죠. 조용하고 젠틀하게 타지만 뭔가 좀 밟고 싶을 때, 성질 좀 부리면서 '벤츠도 한 성질하거등?' 이러고 싶을 때, 제대로 으르렁 거리며 달릴 줄 아는 그런 모델입니다. 


8기통 S63 AMG와 12기통 S65 AMG, 이렇게 두 개 버젼이 존재하는데요. 하지만 뭔가 전형적인 고급 세단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그러자 벤츠는 여기서 다시 SL이라 불리는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컨버터블 모델 SL을 내놓으며 "이 정도면 되시겠어요?"라며 고객을 유혹합니다. SL 역시 AMG 트림을 통해 으르렁 거리는 것은 물론, 흔히 표현하는 오픈 에어링을 즐기고 싶은 고객들의 요구까지도 충족시켜주고 있죠.



2013년형 메르세데스 SL. 사진=netcarshow.com

 

SL63 AMG. 사진=netcarshow.com


SL65 AMG.사진=netcarshow.com


역시 멋집니다. 뭔가 S클래스의 점잖은 맛 대신, 한결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있네요. 하지만 이 또한 아쉬움을 줍니다. 달랑 2명만 타고 다니기엔 너무 아깝다 생각이 드는 것이죠.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지만 2인승이니 말입니다. (나머지 두 명은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오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번엔 뚜껑은 비록 열리지 않지만 전형적인 S클래스의 무거움은 걷어낸, 또한 SL에서는 또 느낄 수 없는 한결 부드러움이 강조된 그런 편안하고 강력한 쿠페 'CL'이란 녀석을 만들어 " 자, 이건 그러면 어떠삼?" 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2011년형 CL. 사진=netcarshow.com


메르세데스 CL. 사진=netcarshow.com


메르세데스 CL65 AMG. 사진=netcarshow.com


메르세데스 CL65 AMG. 사진=netcarshow.com


메르세데스 CL65 AMG. 사진=netcarshow.com

 

그런데 다임러 측에서는 이 CL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이미 지난해 컨셉카를 통해 예고했죠.



메르세데스 S쿠페 컨셉카. 사진=netcarshow.com


우선 스타일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고, 무엇보다 이름을 CL에서 S쿠페로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그 결과물을 연이어 선보였습니다. 



CL에서 S쿠페로~


신형 S클래스. 사진=netcarshow.com


신형 S클래스 63 AMG. 사진=netcarshow.com


신형 S클래스 65 AMG. 사진=netcarshow.com


신형 S클래스와 S63 AMG, 그리고 S65 AMG가 차례로 등장하게 되고, 



메르세데스 S쿠페. 사진=netcarshow.com


컨셉카보다 더 멋진 S쿠페를 이렇게 선보였습니다. 흠잡을 데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는 최고의 스타일이 완성된 것입니다. (차는 역시 문 두 짝이 자세가 나오죠) S클래스의 중후함과는 다른 스포티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지만, 안락함에선 클래스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455마력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기에 여기에 다시 63 AMG와 65 AMG를 추가하게 되죠.



메르세데스 S63 AMG 쿠페. 사진=netcarshow.com




S클래스 정통 세단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죠? S쿠페와 S63 AMG 쿠페는 모두 8기통 엔진을 씁니다. 각각 455마력에 최대토크 74.2kg.m, 585마력에 최대토크 95.4kg.m의 힘을 자랑하는데요. 두 차량 모두 네바퀴 굴림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죠. 그리고 여기에 다시 S65 AMG가 등장하면서 라인업은 완성되게 됩니다. 



메르세데스 S65 AMG 쿠페. 사진=netcarshow.com






S65 AMG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2기통 엔진을 달고 있습니다. 마력은 자그마치 630PS이고 최대토크는 102kg.m이나 됩니다. 밟으면 목이 휙~하고 젖혀질 수준이죠. 제로백은 4.1초인데 S63 AMG 쿠페의 3.9초 보다 조금 느립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어마어마하죠. 아무래도 엔진의 무게, 또 S63 AMG 쿠페가 사륜구동인데 반해 S65 AMG 쿠페는 뒷바퀴 굴림(후륜) 전용으로 트랙션에서의 차이 등에서 오는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어떤 분은 후륜이면 눈길에서 어떻게 모냐라고 하시는데, 사륜이든 후륜이든 겨울엔 겨울 전용 타이어를 끼우시고, 안 되면 체인이라도 장착하셔야겠죠. 물론 눈길에 강점이 있는 사륜 모델 S63 AMG나 S쿠페를 선택하셔도 될 거고요. (그것도 아니면 차고에 있는 다른 차를 꺼내세요~!)


확실히 S 쿠페는 S클래스 4도어 세단과는 다른 스타일이 있습니다. 여성 운전자들도 좋아할 만한 자동차죠. 생각 외로 독일에선 고급 쿠페를 여성들이 많이 운전하는데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S65 AMG 공식 사진들을 보면 운전자가 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쨌거나 S클래스라는 플래그십에서 쿠페와 컨버터블, 여기에 다시 12기통 엔진의 초고성능 모델까지, "이래도 고를 게 없다고 하실 겁니까?" 라는 오만한(?) 자존감이 느껴지는 풀 라이업을 구성했습니다.


조금씩 다르게, 그리고 강하게 구성을 해놓고 고객이 빠져나갈 명분(?)이나 길을 아예 차단해 버린 것입니다. 고급 자동차들이 고객들을 어떻게 자신들의 브랜드 안에 머물게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S쿠페의 단 하나의 문제라고 한다면 가격일 텐데요. 대략 244,000유로니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억 4천만 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수준이면 역시 12기통 엔진을 달고 달리는 벤틀리 컨티넨탈 GT 보다 조금 더 비싸지 않나 싶은데요.



벤틀리 컨티넨탈 GT. 사진=netcarshow.com


물론 롤스 로이스가 내놓은 쿠페 모델 레이스도 선택할 수 있고, 저렴(?)하게는 마세라티 그란 투리스모 (대략 15만 유로)가 있고, 돈 상관없다! 싶은 분은 7억이 훌떡 넘어가는 롤스 로이스 팬텀 쿠페도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여성들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밴틀리나 S쿠페가 더 손이 갈 것이고, 특히 S쿠페가 좀 더 여성들에게 어필을 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빠져나갈 틈을 안 주는 다양성


무엇보다 벤츠는 A클래스부터 S클래스와 SLS AMG 같은 고가의 세단과 스포츠카까지 거의 전 부분에서 모델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앞서 언급한 럭셔리 브랜드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즉, 브랜드 안에서 모든 고객의 요구를 다 맞춰낼 수 있는 세상에 몇 안되는 (혹은 유일한) 브랜드라는 점이죠. 삼각별은 고급을 상징하지만 요즘 삼각별은 대중화되고 있고, 여성과 젊은 고객들까지 끌어당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S쿠페는 그런 방향성의 한 예가 되고 있고요. (거기다 버스에 트럭, 특장차까지...못 만들고 안 만드는 차가 없는 다임러!)


S클래스 안에서만 해도 소개해드린 것처럼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려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 혹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가끔씩 실망스러운 모델들로 서운하게 했다가도, S65 AMG 같은 모델을 내놓으며 실망한 맘을 잊게 만드는 이들의 능력과 상술은 "역시 벤츠는 벤츠야" 라는 문구로 마무리짓게 합니다. 성능과 스타일, 컨셉의 다양성으로 승부를 펼치는 벤츠 플래그십 이야기였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메르세데스 S65 AMG 쿠페. 사진=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