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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그렇게 고장많다는 차, 독일인들은 어찌 탈까?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있어 가장 바라는 바 중에 하나는 아마도 내 차가 고장없이 제 수명을 다해주는 것일 겁니다. 아예 탈이 안 날 수는 없겠지만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삐걱대는 것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죠. 하지만 고장이 안 날 수는 없는 일. 그럴 때 자동차 메이커들의 A/S는 고객으로 하여금 메이커의 고객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되기도 하는데요.

요즘 수입차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지만 여전히 어떤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A/S입니다. 국내 메이커들의 폭넓은 애프터서비스 망을 수입사들이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단순히 자동차의 정비망의 한계, 혹은 부품가격이 비싸다는 것 외에도 수입차들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소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잔고장율이 높다는 여론입니다.

독일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만큼 그에 못지 않게 독일차들의 잔고장에 대한 불평들 또한 높습니다. 차는 점점 많이 팔리고 있는데 서비스망은 한계가 있어 여러가지로 불편합니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수입사들은 계속해서 정비망을 확충하고 있는데요. 이런 정비망의 증가로도 해결이 안되는 것이 바로 고장 그 자체인 것입니다. 특히 아우디 같은 경우는 인터넷 상에서 고장이 많은 수입차로 악명(?)이 높죠.

이런 현상에 대해 수입차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가 재밌습니다.

"아우디와 벤츠의 경우를 볼까요? 메르세데스는 구매연령대가 대체로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차량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반대로 아우디 같은 메이커는 좀 더 젊은 고객들이 많습니다. 나름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아우디를 구입했는데 이게 덜컥 고장이 났다고 생각해보세요. 젊은 고객들은 여지없이 온라인을 통해 수입사의 행태를 낱낱이 드러내고 불만의 목소리를 냅니다. 벤츠 고객과 아우디 고객들은 적어도 온라인 상에서는 여론을 형성하는 힘에 있어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봐야합니다."

사실, 이건 여러 현상의 한 면일 뿐입니다. 이 것으로 모든 게 설명되진 않겠죠. 실제로 아우디 제품에 문제가 있고, 그 것이 통계적으로도 드러나 있다면 위의 얘기는 어설픈 변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수입차 잔고장에 대해선 말들이 많아요. 어떤 사람은 3년 지나면 수입차는 그 때부터 정비소 들어가는 시간이 급격히 많아진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아우디 3만킬로 딱 넘어가보세요. 그 때부턴 애물단지가 됩니다." 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그럽니다. 실제로 오너로서 힘든 경험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들리는 소문들로 인해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우디는 한국에서 이 잔고장과 관련된 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한 가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고장이 많다는 차를 독일사람들은 어떻게 타고 다닐까?' 하는 것이죠.  아우디 뿐 아니라 BMW나 메르세데스, VW 등 독일차들에게 '잔고장'은 일종의 아킬레스건 같이 되어 버렸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그 차들의 고향인 독일에서는? 포르쉐까지 포함해 내수시장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 오리지널 독일 메이커들의 잔고장율은 과연 독일내에서 어느 정도일까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독일차들은 잔고장이 많은 것일까? 많다면 어느 정도일까...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자료를 찾던 중 꽤 신뢰할 만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바로 독일 운전자클럽인 아데아체(ADAC)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고장통계가 그것이었습니다.


이게 아데아체 홈페이지에서 고장통계와 관련된 화면인데요. 아데아체는 독일 내에서 약 1,600만명 가량의 운전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곳이죠. 독일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단체 중 한 곳입니다. 년 몇 만원의 회비만 내면 아데아체의 긴급출동 서비스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별도로 포스팅을 했었기 때문에 더 긴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이 아데아체 회원들이 고장신고를 해 출동하게 되면 그 내용을 모두 기록해두고 그 내용을 일 년에 한 번씩 공개하는데요. 한 해동안 몇 대의 차가 어떤 고장이 났으며, 그 차량의 모델과 년식은 어떤지 모두 공개가 됩니다. 때문에 고장과 관련해서는 가장 확실한 데이타가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아데아체 회원들이 고장이라고 신고해 출동한 횟수가 이백만 건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출동횟수의 40% 가량이 배터리 제네레이터와 관련한 것이었네요. 시동 안 걸리는 문제가 역시 가장 흔한 내용인 거 같군요. 그밖에 엔진과 관련한 것들이 다양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과연 한국에서 악명(?)높은 독일차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요? 우선 작년 통계 중 '준중형' 항목을 보시겠습니다.


준중형 주요 모델들 중 가장 고장이 적은 것은 BMW1시리즈로 드러났습니다. 아우디 A3가 그 다음을, 의외(?)로 푸조308이 3위에 올랐네요. 토요타 모델 하나와 VW 그룹 산하 스페인 메이커인 세아트를 제외하곤 모두 독일메이커들이 10위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아 씨드나 현대 i30는 순위가 하위권에 있네요.

여기서 잠깐 제가 이 표를 보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용에서 중요한 부분임으로 재미 없더라도 한 번 잘 숙지해보시기 바랄게요.

 


우선 녹색으로 되어 있는 플러스 두 개 표시 ++ 요것이 가장 좋은 것인데요. 오른쪽 맨 끝을 보시면 2010 밑에 녹색 플러스 두 개에 1,5라고 되어 있죠? 쉽게 말하면 2010년 식 A자동차 천 대당 1,5대 고장이었단 뜻입니다. 매우 좋음이죠. 그 아래 녹색 플러스 한 개 짜리는 2010년 식 모델의 경우 작년에 천대 당 9,8대가 고장이 났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대로 붉은색으로 되어 있는 -- <-- 이 것의 경우, 2005년식 B 자동차 모델이 작년에 천 대당 평균 99,6대가 고장이 났다는 얘기로 이 경우가 '매우 나쁨'이 됩니다.  그러니까 같은 자동차, 같은 모델이라도 매년 조사할 경우 천 대당 고장율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내용을 앞서 보여드린 준중형 1위 모델인 BMW 1시리즈에 적용하면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작년에 아데아체 회원들의 자동차 중 BMW 1시리즈의 2005년 식은 천 대당 6,2대 이하/ 2006년 모델은 5대 이하/ 2007년은 천 대당 4대 이하/ 2008년 2,8대/ 2009년 모델이 천 대당 2.0대가 고장이 났습니다. "


이제 아시겠죠? 이 기준표를 각 모델별로 대입시켜보면 고장율의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중형차 부문의 결과를 한 번 보실까요?


작년의 경우, 중형급을 SUV와 함께 묶어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BMW X3이 가장 고장이 적었던 것으로 결과가 나왔네요. 역시 10위권까지 포드와 스코다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독일 차들이 가장 고장이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9년의 중형 및 준대형차 부문 결과도 함께 보시면...


SUV가 제외된 상태에서 C클래스, 3시리즈, 아우디A6이 가장 고장이 적었던 모델이었습니다. 이왕 보신 거 작년 준중형급 결과도 함께 보시죠.


A5, 5시리즈, 그리고 A6가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습니다.

어떠십니까, 이런 결과를 보니까 적어도 독일 내에서는 그 고장 많다는 아우디가 전반적으로 성적이 나쁘지 않아 보이죠? 독일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별 탈없이 잘 타고 다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인기투표를 통해 나온 애국챠트(?)가 아닙니다. 냉정하게 길바닥 위에서 벌어진 고장에 대한 통계인 거죠. 독일차 편들일 없는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이러니 제가 '왜 한국에서는 아우디가 그렇게 고장이 많은 차로 회자되는지' 갸우뚱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하니까 저를 아우디의 뭣 쯤으로 오해할 분들도 계실 텐데, 저 전혀 그 업체와 관련도 없고 받은 것도 없습니다. 경쟁업체나 또 다른 악의를 가지고 나쁘게 여론을 몰아가려는 사람들도 있겠죠. 또 실제로 아우디나 VW, 벤츠 오너로 고장 때문에 고생을 한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분들이야 이런 데이터를 보시면 오히려 더 속상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드네요.

아무쪼록, 비싼차가 됐든 저렴한 차량이 됐든, 수입차이든 한국차이든, 고장없이 속 안 썩이는 그런 자동차들이 대한민국 도로 위에 가득하길 바라면서 오늘 포스팅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