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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SUV와 왜건 중 어느 차가 더 실용적일까?


i40으로 인해 계속해서 왜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트를 끝으로 당분간 이런 얘기는 접을까 하는데요... 여러분은 과연 SUV와 왜건 중에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의외로 많은 분들이 왜건 보다는 SUV가 더 실용적이다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지만 또 '다르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즉, 왜건이 더 실용적이며 더 안락한 자동차라는 것이죠. 정말일까요?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왜건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i40을 홍보하고자 하는 마음도 일절 없습니다. 단지 자동차에 대한 시각에 혹여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그 걸 바로 잡아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차를  함께 이해해보자는 그런 마음으로 이런 얘기를 드리는 것이니 너무 주제넘다 생각지 말아 주십시오. 자 그러면 어떤 점에서 왜건이 SUV 보다 실용적인 자동차인지 한 번 짚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연비에서 왜건이 더 좋다!


사실 중형급 왜건과 같은 급으로 볼 수 있는 SUV의 범주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모호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성능과 차체 크기를 보이는 왜건과 SUV의 경우 연비에서 왜건이 더 좋습니다. 볼보 V60같은 왜건과 XC70은 모두 중형급 모델이지만 연비에서 차이가 있는데요.

사실 XC70을 왜건으로 봐야하는지 SUV로 봐야하는지 모호하긴 하지만 차량의 지향점이 좀 더 SUV에 가깝지 않나 싶어 저는 V60과 선을 그어봤습니다. VW 파사트 왜건의 경우도 디젤의 경우는 티구안(준중형 베이스) 보다 연비가 낮지만 가솔린은 확실히 더 좋구요. 더 큰 투아렉으로 넘어가면 파사트 왜건이 확실히 연비에서 뛰어납니다. 사실 파사트 왜건과 견줄 SUV는 티구안과 투아렉 중간급이어야 하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모델이 없는 관계로 다소 모호하게 비교를 해봤습니다.

그밖에 현대가 이번에 내놓은 i40의 연비도 (어디까지나 현대의 주장) 준중형을 베이스로한 투산이나 중형을 베이스로한 싼타페 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MW 5시리즈 투어링 모델 역시 동급의 SUV라고 할 수 있는 X5 보다 연비가 더 좋죠. 그밖의 다른 모델들 역시 이런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 같은 짐을 실어도 왜건이 더 편하고 실용적이다!


첫 번째 사진은 골프 왜건이고 두 번째는 베엠베 5시리즈 투어링, 그러니까 왜건 모델입니다. 짐을 싣는 공간의 경우 모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왜건과 SUV가 거의 편차가 없죠. 어떤 메이커는 SUV가, 어떤 메이커는 왜건이 더 트렁크 공간이 넓습니다. 뒷좌석
접히지 않는 SUV 같은 경우는 뒷좌석을 완전히 접어 사용할 수 있는 왜건에 비하면 트렁크 용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왜건의 실용성은 바로 해치형 뒷문을 열어 짐을 싣는 동선이 SUV에 비해 더 편하다는 점입니다. 지상고가 높은 SUV에 비해 왜건은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싣는 부담이 덜한 것이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짐'을 다룬다는 측면에선 확실히 왜건이 편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3. 잊지 말자, 왜건은 세단의 실용버젼이다!


가끔씩 왜건을 짐차로 격하시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왜건의 기본이 세단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경우입니다. 이 이야기는 실용적인 면 못지 않게 안락함이나 성능에서 결코 SUV에 왜건이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급의 왜건과 SUV의 주행성능이나 핸들링 능력에 있어 왜건이 비교 우위가 있는 점은 바로 세단과 SUV의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죠. 물론 모든 왜건이 모든 SUV에 우위가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수준 높은 SUV는 세단 못지 않는, 혹은 그 것을 능가하는 핸들링 능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도로에 밀착돼 주행하는 왜건에 비해 온오프를 겸해 운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SUV는 힘에서는 강할지 몰라도 섬세한 주행에서는 왜건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왜건은 중형급 이상의 세단에 실용성을 덧붙인 모델이라는 것, 잊지 말자구용...




4. 못난이 왜건이라구? 


슈팅 브레이크는 원래 뒤쪽은 사냥용 개를 싣는 용도로 앞은 화려함으로 치장된 귀족의 그것이었죠. 이것이 자동차로 이어지면서는 3도어 형태로, 그리고 다시 5도어 형태로 변형을 이뤄왔습니다. 결국 큰 틀에서는 슈팅 브레이크 역시 왜건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벤틀리의 플라잉 스타나 메르세데스 슈팅 브레이크들을 보면서 스타일에서 SUV에 뒤진 모델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겁니다.

뭐 이런 고급 차들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요즘 나오는 왜건들은 스타일까지 겸비하고 있어 과거의 못난이 차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죠. 실용성 못지않게 스타일까지 갖추고 있는 왜건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얀색 아우디 A6 아반트를 몰고 가는 아가씨의 멋진 모습에 잠시 정신줄을 놓기도 했던 저로서는 왜건을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그 비쥬얼의 가치도 평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 밖에도 관점에 따라 왜건의 실용성을 더 논할 수 있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위의 사진 오펠 아스트라 스포츠 투어러나 골프 바리안트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동차 메이커들이 내놓는 사진에서 왜건들은 대체적으로 짐을 싣거나 강아지를 태우거나 하는 컷들 외에도 이처럼 레저의 색채가 강한 이미지들을 구성합니다. 반면에 SUV의 사진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이미지가 강하죠. 이런 것을 보더라도 왜건에도 스포티브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기는 SUV의 레저 기능을 얼마든지 왜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지붕에 싣고 달리는 왜건은 확실히 레저에 어울립니다. 물론 반대로 탁 트인 전방 시야 확보나 남성적인 디자인, 그리고 온오프 겸용이라는 SUV의 좋은 점을 사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메르세데스 GLK같은 모델을 여전히 사랑하니 말이죠. 하지만 오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왜건에 대한 인식이 이런 접근법들을 통해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자칭 실용적이라는 분들에게서 조차 짐차, 아줌마차, 못난이차 등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취급당하는 왜건을 조금만 더 애정을 갖고 바라보길 바라며 오늘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알파 로메오159 모델의 스포츠왜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