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 i40가 한국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이유


이 번 한국 방문기간 중 쓰는 마지막 내용으로 저는 현대차가 최근에 출시한 i40를 선택했습니다. 

준중형 모델로 아반떼 투어링이나 i30가 있긴 했지만 정통 왜건형 모델을 현대차가 내놓는 것은 얼핏 기억을 더듬어 봐도 잡히지 않을 정도인데요. (혹시 이게 처음인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왜건은 비인기 모델이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내용은 바로 이 전 포스트 <한국인이 좋아하는 차, 유럽인이 좋아하는 차> 편에서 다뤘으니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한국 내에서 가격이 비싸다, 현실감이 없다 하는 등 욕을 먹고 있는 자동차가 왜 성공하길 바라는 걸까요? 특히나 현기차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비판적인 글을 자주 다루는 제가 말이죠...
 


잠시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이 차가 처음 공개됐을 때 누구 보다도 먼저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을 저는 드러냈었습니다. 기존에 보여줬던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룩(특히 플루이딕 스컬프쳐)에 질려 있던 저에게 이 i40은 과한 라인과 각으로 버무려진 부분들을 많이 개선한 모델로 보였거든요. 다만 어느 분이 지적했던 것처럼 너무 날카롭고 두드려져 계속 거슬리는 안개등 디자인은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요. 이 부분은 부분변경 시 꼭 개선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점을 제외하면 i40의 외부 스타일은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왜건형 모델에서 약점이랄 수 있는 사이드 라인의 길쭉한 느낌, 즉 허리가 유난히 길어 발란스가 안 맞는 듯 했던 점도 요즘의 트랜드인 쿠페형 느낌을 통해 상당히 심플하게 잘 처리를 해줬습니다. 무엇보다도 뒤태의 경우는 제가 본 현대차 디자인 중 가장 뛰어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흠잡을 곳 없어 보입니다. 이런 뒤태 디자인은 벨로스터를 봐도, 요즘 현대가 뒤태 디자인에서 확실히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아웃테리어에 비하면 실내는 스티어링 휠의 플라스틱 질감으로 인한 가벼운 느낌과 외계인 얼굴을 닮은 공조기 쪽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디자인에서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또 실내 질감이나 마무리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를, 이 차를 시승하고온 모 언론사 기자분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i40가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 충분히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 이유는 일단 스타일이 최상급은 아니지만 충분히 세련되고,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다양한 옵션이 적용되었음에도 상대적으로 경쟁 모델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높은 개런티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비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런 성능의 향상이나 디자인 등은 확실히 유럽연구소가 야심차게 내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물론 브랜드 자체의 아이덴티티나 철학과 방향성 등이 다소 모호하기 때문에 i40가 어떤 철학을 통해 완성된 모델인지는 선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실용성을 강조하는 왜건으로서의 다양한 이점은 보유하고 있다 저는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 괜찮은 왜건이 한국에서 과연 성공적인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유럽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란 손쉬운 예상과는 달리 한국에서의 성공은 매우 점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도로와 운전 문화의 '다름'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될까?' 라는 우려의 목소리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이 i40이 한국에서 좋은 성적표를 얻길 바랍니다. '어, 현기차 그렇게 욕하는 사람이 왠 일이야? 사상전향이야? 아님 뭐라도 받아 먹은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이 차를 응원하고자 합니다. 바로, 한국운전자들께서 좀 더 자동차에 대한 유연한 시각,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포스트를 통해서도 제 생각을 밝혔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절대적 세단 중심이죠. 그래서 도로의 표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세단 아니면 SUV... 물론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 보는 제 입장에서는, 차의 모양, 차의 특성이 다양해질수록 그 사회가 좀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세단도 있고, 왜건도 있고, 해치백도 있고, 카브리오도 있고, SUV에 크로스오버형에, 작은 차에 대형 럭셔리 플래그십에, 클래식 카에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그리고 정통 스포츠카와 캠핑카에 등등등... 우리는 다양한 자동차를 통해 그에 걸맞는 여러 생각과 삶의 양태를 느끼고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남의 삶을 넉넉히 바라보며 다름을 인정하는 여유도 부리며, 그런 다양함을 통해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우리의 대한민국이 자동차를 통해 그렇게 가길 바라는 것입니다.

너무 이상적인 요구일까요? 하지만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어쩌면 이런 자동차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도구를 통해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i40이 한국에서 잘 뿌리내리기 바란 것입니다.

어떤 분은 얘기하실지도 모릅니다, 너무 유럽차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면 왜건을 개인적으로 좋아해 이런 얘길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죠. 그런데 제 취향은 왜건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극히 한국적인 마인드의 한국사람으로 유럽피언식 관점도 부족합니다. 물론 현대차와의 어떤 커넥션도 없고 그럴 필요도 못 느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이 차가 한국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것일 뿐임을...

현대의 또 다른 모델인 벨로스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가 그 모델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만큼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아무리 현대가 밉고, 그들이 보이는 내수시장에서의 오만한 행태가 분노스럽지만 저는 대한민국 도로의 다양한 표정을 바라는 입장에서 어떤 메이커가 되었든 새로운 도전은 늘 반가이 맞이하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쉐보레의 올란도 역시 저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저는 독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독일과 유럽의 다양한 자동차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비록 아직까지 평가면에서 i40이 스스로 경쟁 모델이라고 내세운 파사트 바리안트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그리고 유럽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적어도 i40을 생각하면, 이 모델이 내수에서 꼭 자리잡길 먼 타국에서 지켜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