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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자동차, 남자들의 장난감임을 증명하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한 가상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건강하게 태어났죠. 그는 다리에 힘이 붙을 때 쯤 유모차를 통해 처음으로 바퀴달린 놈과 만나게 됩니다. 흙장난질할 만큼 부쩍 큰 아이는 이제 모래 가득 채우던 덤프트럭 장난감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게 되죠. 관심사 많아지는 시절 잠시 칼과 로보트에 한눈을 팔기도 했지만 몇 년 그렇게 방황(?)하는가 싶더니, 문방구에서 아카데미 조립식 사서 토요일 내내 자동차 조립하느라 손에 본드가 범벅이 되는 줄도 모르는 나이로 부쩍 성장을 합니다.

그리고,  

제법 수염자리가 잡힐 때 쯤 동네 아저씨의 스포츠카가 뿜어내는 엔진음에 황홀경을 맞보게 되죠. 이렇게 진짜 차에 대한 경의로운 첫 경험은, 여드름 송송나고 변성기 맞은 어린 청춘으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혹은 대학으로...그러다 군생활 찐하게 하고 오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그리고 마냥 어릴 것만 같았던 이 남자는 이제 자기를 꼭 닮은 2세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멋진 드라이브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이렇듯, 자동차는 남자들에겐 로망이자 즐거움이자 가장 오래 시간을 함께해준 장난감입니다.. 오늘 사설이 장황했던 이유는 바로 모건이 제네바모토쇼를 통해 내놓은 세바퀴자동차 때문이었습니다.



올 해로 102년이 된, 거의 유일하게 외국으로 팔려가지 않은 영국 메이커 모건이 제작한 세바퀴 자동찹니다. 가만 보고 있자니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같기도 하고, 아니면 조립식 모델 느낌도 나고 어쨌든, 정말 멋진찹니다!

 
 

이 2기통짜리 모델은 117마력에 차체 무게가 500kg 정돈데요. 가볍고 작다 보니 제로백이 참 좋습니다. 4.5초! 마쯔다 미션을 얹었는데 사진에서 보는 밀리터리룩도 원하는 고객에겐 옵션으로 디자인을 해준다고 하네요. 실제로 북미와 유럽에선 번호판을 받아 거리에서 운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ㅎㄷㄷ하다는 겁니다. 대략 29,000유로, 우리돈으로 4천 4백만 원 씩이나 하는군요. 원래 수제차 전문기업이라 비싼 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생각 이상이죠?

사실 이 자동차는 모건이라는 자동차 회사 초창기에 이미 만들어서 많은 판매를 기록했던 레전드 모델을 다시 새롭게 내놓은 것입니다.


두 번째 사진은 모건 자동차를 세운 Harry Frederick Stanley Morgan씨가 세바퀴 자동차에 앉아 있는 1909년 사진입니다.



1909년부터 1953년까지 세바퀴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3만대 정도가 팔렸습니다. 굉장히 인기 있는 자동차였는데요. 카레이싱 대회 참여는 물론,



1928년도엔 시속 180km까지 내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어떤 레이스에서는 여성운전자가 세바퀴자동차를 몰기도 했는데요. 놀랍죠?... 이렇게 역사 속 사진으로나 감상할 뻔한 자동차를 다시 2011년 세상에 내놓은 것입니다. 일종의 오마쥬이자 헌정의 의미를 담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모델이 나오기 2년 전, 이미 1인승 페달식 어린이 모델을 한정 판매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략 이런 스타일입니다. 6세에서 13세까지 탈 수 있는 이 장난감은 딱 500대만 한정 판매했고, 물론 다 팔려나갔는데 가격은 2,500유로, 우리돈 약 3백 6십만 원 정도의 고가 장난감이었습니다. 다소, 아니 많이 비싸기는 하지만 이런 클래식 장난감, 그것도 한정판 모델은 그 희소가치 때문에라도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수집의 목적으로 많이 팔려나갔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이런 자동차 소식을 전할 때면 자동차는 정말 영락없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든 남자들에게 영원한 장난감으로 남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