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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VW 골프는 왜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릴까?


사실,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자동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나온 얘기 중 하나가 "왜 그렇게 독일에선 골프가 많이 팔리는가?" 하는 점입니다. 뭐 이에 대해 한 명 한 명 골프 오너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딜러에게 물어보면 "좋은 차니까요." 라는 뻔한 얘기만 나올 거 같고. 분석자료같은 것도 딱히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오늘은 그간의 저의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해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내용은  독일에서라는 한정된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사정이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을 해야할 것 같네요.

왜 골프는 많은 독일인들의 선택을 받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그 답을 한 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시될 수 없는 원조의 가치


74년에 처음 나온 이 소형 모델은, 화려한 디자인의 커다란 차체를 자랑하던 이 전 시대의 자동차들과 단절을 의미합니다. 1.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기름을 펑펑 쓰던 호사는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혹독히 깨닫게 된 것이죠. 그러한 위기 의식이 작은 모델들을 요구했고,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흥하는 자동차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골프는 그런 시대가 낳은 자동차였으며 최초의 해치백 모델이었죠. 그런데 좀 더 정확하게 짚어 보자면 골프가 최초의 해치백이라는 것은 틀린 얘깁니다. 2년 전에 이미 혼다가 시빅GL 모델을 내놓으며 2박스 카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온전한 해치백, 그러니까 완전히 지붕 위까지 후방램프 위의 모든 부분을 들어올리는 것은 골프가 처음입니다. 개념의 시작은 시빅이었지만 해치백의 진정한 실용성과 대표성은 골프가 갖고 있는 것이죠. 거기에 이 차는 FF 라는 앞엔진 앞바퀴 굴림을 대중화시킨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혼다 시빅으로서는 억울하겠지만 골프의 등장으로 이 체급의 차들을 골프클래스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런 성공에 기반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골프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까지 가능케 해주었던 것입니다. 뒷공간을 통해 마음껏 짐을 싣고 활용할 수 있는 진짜배기 실용성 모델이 세상에 나온 것이고 이 원조의 탄생 이후, C세그먼트는 가장 폭발적인 판매를 이루는 클래스로, 가장 많은 모델들이 경쟁하는 치열한 클래스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런 역사성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중요한 선택의 요소가 됐고, 30년이 넘는 기간을 이어오며 '골프만의 영역과 아우라' 구축하게 된 것입니다. 




원조가 밥먹여 주나? 그래서,안전!


1세대 골프에서부터 현재 나와 있는 6세대 MK까지 쭈욱 올려놔봤습니다. 골프의 안전성에서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제가 표시한 C필러인데요. 전복 시에도 최대한 지붕쪽이 눌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두툼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 기조는 1세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바로 골프의 안전성은 이런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골프는 VW 입장으로는 구세주와 같은 모델입니다. 비틀이 많이 팔리긴 했지만 재무적으로 폴크스바겐은 상당히 어려워 있었고, 그런 어려움을 상당부분 골프가 덜어내주었기 때문이죠. 그런 효자 모델은 다른 VW 모델들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과잉 보호와 개발,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골프의 성능을 높이고, 판매를 이끌기 위해 많은 시도가 이뤄졌고, 이런 시도는 C세그먼트 모델이 감당하기엔 벅찰만큼의 화려함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중형 이하의 모델에 ABS가 장착되기 시작하고, 이후에 조수석까지 에어백이 기본 장착되기 시작하더니 6기통 엔진까지 얹어주며 점점 강하고 안전한 차로 거듭나게 되었던 것이죠. ESP 기본 장착이 벌써 4세대 (1999년형)에서부터 적용되었을 정도로 골프는 안전에서 항상 동급들을 앞서갔습니다. 뭐든 고급 사양을 가장 먼저 적용시키려 했고, 그런 노력으로 골프는 안전한 소형모델로 사람들의 머리속에 깊숙하게 뿌리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5세대 골프로 넘어오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차체의 레이져용접이 이뤄지게 되죠. 차체와 차체의 연결부위를 레이져로 지지고 녹여 하나의 판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은, 스팟용접의 바디가 따라오기 어려운 강성을 자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골프의 안전성향은 자동차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구매요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안전이면 다냐?
 
      그래서, 성능 및 연비 그리고 환경


예전 골프 GTD 포스팅 때도 말씀드렸지만 골프의 가치는 엔진과 미션, 특히 DSG 미션과의 절묘한 조합을 통한 운전의 맛과 드라이빙 성능에 있습니다. 이 것은 보여지는 것으로는 절대 알 수가 없고, 직접 운전을 통해 느끼고 경험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동급 모델들과의 테스트에서 항상 높은 평가를 받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엔진의 다운사이징과 연비, 그리고 친환경성이라는 다양한 가치들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골프의 구매가치가 되죠.

고성능 TSI은 물론이고 TDI 디젤의 높은 효율성...거기에 블루모션을 통해 더욱 강력해진 연비효율성과 이산화탄소 저배출 능력은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들었을 때의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운전자가 느끼는 시야확보 능력이나 각 종 장비들의 인체공학적인 배치와 설계가 되어 있다는 부분입니다. 편안하게 운전하고 쉽게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동차의 가치 중 하나인데 이 점은 잘 언급이 안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여튼, 핸들을 쥐고 운전을 해보면 베테랑 운전자나 초보 운전자 누구에게도 적절한 운전능력을 지원해주고 있는 차가 골프라는 것이고, 이 점이 골프 오너가 다시 골프를 구매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게 독일 현지의 평가이기도 했습니다.




▶골프...선택의 폭이 넓은 차!


최근에 골프가 10년 만에 다시금 카브리오 모델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VW 그룹에서 내놓을 차들이 이 뿐 만이 아니라는 건 이미 포스팅을 통해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골프 안에서도 다양한 트림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골프에서 파생된 기타 모델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혹시 중복이 되지 않겠느냐고 보시는데 일정 부분 그렇긴 하겠지만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위에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골프 카브리오는 조금 젊은 고객들을 주타켓층으로 삼은 소프트탑 모델이고, Eos는 중년층을 주 대상으로하는 하드탑 모델입니다. 이렇듯 같은 모델 안에서도 대상을 세분화 하고 거기에 맞게 가격과 기능들을 달리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독일 내에서 팔리는 골프 트림과 파생 모델들이 몇 개나 되는지 한 번 모아 봤습니다.

 모델  마력  연비(100/km)  기본가격(유로)
골프1.4 트렌드라인  80  6.4 가솔린  16,825
골프1.2 TSI  85  5.5가솔린  17,225
골프1.2 TSI  105  5.7가솔린  18,675
골프1.4 TSI콤포트  122  6.2가솔린  21,250
골프1.4 TSI콤포트  160  6.3가솔린  22,825
골프GTI  211  7.3가솔린  27,275
골프R  270  8.5가솔린  36,825
골프1.6 바이퓨얼  102  7.1오토매틱  21,625
골프1.6 TDI트렌드  105  4.5디젤  20,825
골프2.0 TDI콤포트  140  4.9디젤  24,750
골프2.0 TDI 4모션  140  5.5디젤  27,225
골프GTD  170  5.1디젤  28,100
골프플러스1.4트렌드  80  6.6가솔린  18,525
골프플러스1.2TSI  85  5.8가솔린  18,925
골프플러스1.2TSI  105  5.9가솔린  20,375
골프플러스1.4TSI  122  6.5가솔린   23,000
골프플러스1.4TSI  160  6.5가솔린  24,575
골프플러스1.6 바이퓨얼  102  7.5오토매틱  22,700
골프플러스1.6TDI  105  4.8디젤  22,525
골프플러스20TDI  140  5.1디젤  26,500
골프바리안트1.4  80  6.4가솔린  18,700
골프바리안트1.2 TSI  85  5.6가솔린  19,100
골프바리안트1.2 TSI  105  5.8가솔린  20,550
골프바리안트1.4 TSI  122  6.3가솔린  23,100
골프바리안트1.4 TSI  160  6.4가솔린  24,675
골프바리안트1.6 TDI  105  4.5디젤  22,700
골프바리안트1.6 TDI
 4모션
 105  5.5디젤  24,750
골프바리안트2.0 TDI  140  5.0디젤  26,600
이오스1.4 TSI  122  6.6가솔린  27,425
이오스1.4 TSI  160  6.8가솔린  29,625
이오스2.0 TSI  211  7.2가솔린  32,000
이오스3.6 V6  260  9.2가솔린  38,775
이오스2.0 TDI  140  5.5디젤  31,525
제타1.6  102  7.4가솔린  20,425
제타1.4TSI  122  6.3가솔린  21,825
제타1.4TSI  160  6.6가솔린  24,475
제타2.0 터보 FSI  200  7.6가솔린  28,725
제타1.6TDI  105  4.7디젤  23,150

그리고, 제타 2.0TDI가 140마력에 5.5디젤 연비, 그리고 가격은 27,050유로에 170마력 제타 2.0TDI가 5.7디젤 연비에 29,475유로의 가격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엔 골프 플러스에 크로스 골프를 포함시켰고, 블루모션은 빠져 있는 상태로 총 40개의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죠. 이에 견줄 만한 라인업은 오펠의 아스트라 정도가 유일한데 이것도 최근에 이뤄진 것이죠. 이제 골프는 카브리오까지 내놓게 됨으로써 고객 스스로가 예산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얼마든지 골프 안에서 선택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적긴 적었지만 정확하게 얼마의 트림과 가지치기 모델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지 제대로 알기가 힘듭니다. 이런 엄청난 스펙트럼 능력은 그만큼 고객을 골프의 영역 안에 가둘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골프는 독일 내에서 경쟁 모델들과의 가격 경쟁력은 어떠한가? 이를 위해서2.0디젤로 한정해 몇 가지 모델들과 가격을 나란히 세워봤습니다.

 모델  마력  연비(100km/L)  기본가격 (유로)
 알파 줄리에타  170  4.7디젤  25,300
 아우디 A3  140  4.4디젤  25,150
 BMW 118d  143  4.5디젤  25,500
 현대 i30 CRDi  140  5.5디젤  22,940
 기아 씨드 CRDi  140  5.6디젤  22,245
 오펠 아스트라  160  4.8디젤  24,205
 스코다 옥타비아  140  4.8디젤  23,390
 볼보 C30 D3  150  5.1디젤  24,040
 골프 2.0TDI  140  4.9디젤  24,750

어떠세요, 골프 가격이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죠? 알파 로메오 보다 기본가격은 더 저렴하게 책정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옵션이 추가되었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튼,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싼 가격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스트라나 줄리에타는 골프에 질리거나 뭔가 새로운 모델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상당한 어필이 이뤄지고 있는 모델이지만, 전체 판매에선 나머지 모델들 전 판매량을 다 합쳐도 골프 판매량을 추월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에서 골프는 프리미엄급들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죠.




▶최고의 A/S


한국에서야 항상 A/S로 인해 말이 많지만 독일에서는 적어도 메르세데스 벤츠와 더불어 최고의 A/S 서비스를 실시하는 메이커로 유명합니다. ADAC 같은 자동차운전자 클럽이 매년 실시하는 직영정비업소 테스트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받고 있죠. 좀 다른 얘기지만 한국에서 그리 A/S망을 잘 갖춘 현대차도 미국이나 유럽에선 큰 A/S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시장에서의 한계 때문이죠.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독일에서 VW이야 자기들 본거지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제대로 된 정비를 못한다면 지금의 골프 판매 역사는 오래전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을 겁니다.

VW의 촘촘한 A/S망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는 골프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신뢰를 주고 있고 이런 점이 골프의 높은 구매를 뒷바침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높은 중고차 가격 등도 골프 구매에 도움을 주죠. 또한 언제든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이점이 됩니다. 또 긴 역사만큼이나 팬들이 많은 탓에 다양한 골프 관련 문화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골프팬들의 결속이 아버지를 이어 자식들까지 이어지며 다져지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제가 언급하지 않은 내용들 외에도 더 장점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골프는 독일에서 최고의 판매율을 자랑하는 모델이 되는데 부족치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칭찬만 늘어놓고 보니 마치 골프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차 같이 보이는군요. 읽다 조금 거북한 분도 계실 겁니다. 물론 이 차는 완벽한 모델이 아닙니다.

지난 번 잔고장율 조사 포스팅에서도 골프가 그닥 높은 점수를 못 받았죠. 티구안에 비하면 많이 뒤쳐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구성 테스트에서도 의외로 중간 수준밖에 안돼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티구안이 그 때도 VW의 면목을 살리고 말았죠. 거기다 재작년 겨울 쯤엔 5세대 골프의 뒷문짝 일부가 도장이 벗겨지는 구조적인 문제로 언론을 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골프는 따지고 들어가면 여러가지 걸리는 부분들이 제법 됩니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앞서 언급한 긍정적인 측면들이 커버를 하고 있기에 매년 독일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용적인 독일의 가치와 골프는 어쩌면 잘 맞아 떨어집니다. 멋부릴 줄 모르지만 겉이 아닌 속으로 실력 키우고 경쟁력 갖춘 그런 알찬 친구 주변에 있지 않나요? 단점도 있고, 짜증나는 면도 있지만 ...골프가 바로 그런 면을 가진 차가 아닌가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제가 처음 이 포스팅을 시작할 때 원조 얘길 했습니다. 원조의 프리미엄이라는 게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원조라고 해서 그것에 안주해 끝임없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하고 1위의 자리를 내주고 맙니다. 세상사 다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골프는 자기 영역에서 항상 미래를 준비하고 1위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모델이 적어도 독일에서 1위의 자리를 내주는 일은 당분간 없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골프의 유전자 대부분을 물려받은 스코다에 의해 골프위기론을 얘기하는 이도 있지만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독일인들의 골프사랑은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자신이 이뤄낸 새로운 길 위에 얼마나 많은 차들이 도전하고 있습니까? 그런 가운데서도 골프는 꾸준히 전통과 미래를 잘 어우르며 오늘도 아우토반을 씽씽 잘도 달려대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나올 새로운 세대의 골프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앞에 다가 올까요? 그 때에도 과연, 이와 같은 얘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요?...  골프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