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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해보기

재범 사건을 통해 본 리플문화에 대한 분석과 또 다른 생각.

 

인터넷은 리플문화요, 정보공유의 문화요, 걸러지지 않은 직설화법의 문화가 용광로 처럼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이번에 재범이란 친구의 사건은 위의 세가지가 제대로(?) 조합을 이뤘던 사건이다. 누군가가

 

개인의 대화 내용을 공개의 장소에 올렸다. 이것은 일종의 정보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에 문제가 있다

 

고 판단하고 네티즌이 리플을 통해 자기 생각을 말한다. 그리고 그 리플들은 대체로 직설화법의 형태로

 

쏟아져 나왔다. 리플이란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의 한 개인의 감정적 상태와 느낌이 어떤지를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반증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의 리플 문화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다른 것일까? 다른 나라의 인터넷 리플 문화와

 

다르다 아니다라고 말하기에 앞서, 한국의 특수성에서 몇 가지를 짐작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첫째는 역사성이다.

 

아시아라는 대륙의 맨 끝에 반도에 자리한 우리는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는

 

서양 열강들의 탐식을 위한 하나의 요리로 치부될 정도로 지배받고 침탈당하고 방어해왔다.

 

지정학적으로 벼랑끝에 있는 한반도 백성들에겐 숱한 약탈과 침략에 의해 일종의 국가나 민족에 대한

 

방어기제 같은 것이 강하게 자리하게 된 것이라 본다. 즉, 한국이나 한국민에 대한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방어본능이 생성되었고, 재범군 사건을 통해서도 보듯 그러한 사건에 대한 대응은 매우

 

즉각적이고 강렬하게 나타난다. 바로 그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가장 잘 표출할 수 있는 도구가 인터넷

 

이고, 리플문화인 것이다.

 

두번 째는 민족주의 혹은 애국주의이다.

 

뭐 결국, 첫번 째의 이유인 역사성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97년 IMF에 의한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미국의 비밀 보고서가 공개되어 그 내용의 일부를 시사프로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 CIA 보고서에서도 분명하게 언급되었던 것이 한국민들의 애국주의에 대한 우려

 

부분이었다. 어떤 이들은 파시즘이 판치는 나라라고도 한다. 섬뜩하다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극단의 민족주의자들(네오나찌와 NPD와 같은 극우정당)이 설쳐대는 독일에 사는 나는 이 파시즘이

 

라는 단어가 기사에 타이틀로 뽑힌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되었다. '정말 그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걱정도 되었다. 리플들을 찾아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재범군의 잘못을 말하는 사람, 언론의 무책임

 

을 토로하는 사람, 마녀사냥이라며 변호하는 사람들의 의견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 리플들을 보며 세번 째 이유인 폐쇄성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한국은 대단히 방어적이고 폐쇄적이기까지 하다. 외국의 문화나 자본, 외국과의 교류에 있어서 신중하

 

고 또 신중하다. 그럴 수밖에 없잖은가? 얼마의 세월을 숱하게 얻어 터지고 삥뜯겨 왔는가? 내부적으

 

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혹은 마음의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외국의 무언가가 들어온다는 것은 마치

 

우리의 무언가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그런 근심이 폐쇄적인 성향의 국민들로 만들어 버렸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얼마나 그동안 단일민족, 백의민족하면서 하나임을 강조해왔는가? 정치권력

 

을 갖고 있는 권력자들에 의해 쇄뇌 당하기도 했지만 폐쇄적이고 방어적이고 외롭게 지낸 한국민들에

 

겐 어쩌면 뭉쳐야 산다는 이런 가치는 슬프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그런 폐쇄성을 많이 유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또, 그런 인터넷을 통해 폐쇄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외톨이 국가의 자기방어적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두가지가 인터넷을 통해 공존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 솔직하게 드러나게 하는 고백의 장소라

 

는 측면에서 볼 때 다행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두서없는 글 정리를 해본다.

 

한국의 리플문화는 대단히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다. 정치, 종교, 연예 무엇에든 그렇다.

 

리플의 성격 자체는 결코 온순하거나 젠틀하지 않고 야성성이 우위에 있다. 그런데 더 특별나게 강

 

하게 반응하고 촉수를 세우게 되는 부분이 바로 위에 언급된 세가지 성향을 건들 때이다.

 

 

난 여기서 재범군에 대한 옹호도 재범군의 글에 대한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에게도 누가 잘했

 

다 잘못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모든 이슈화된 네티즌들의 리플들에 대해 언

 

급함도 아니다. 유승준 사건이나 재범군 사건 더 나아가 군대문제나 국적문제 그리고 좀 더

 

확장해보자면 IMF 사태나 FTA 개방과 같은 일련의 맥을 같이 하는 사건들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 그 일관된 이슈에 대한 반응의 요인을 나름 분석해 본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어떤 네티즌이 재범군 기사에 "한국을 능멸하는 넘은 한국을 떠나야 한다."라고 썼다.

 

능멸? 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진짜 한국을 능멸했던 친일파와 그 찌끄러기들은? 국민을 우롱하고 개인의 명예에 목매는 정

 

치잡배들과 각 종 권력기관들(당연히 언론도 포함)은? '

 

난 진짜 민족을 능멸했거나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네티즌들의 분개의 칼이, 그 끝을 겨눠야하지 않을

 

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