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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JD 파워는 정말 자동차 품질 평가의 '오스카'인가?

며칠 전이었죠? 유력 경제지에서 제네시스가 품질로 포르쉐를 이겼다는 기사를 써 화제가 됐습니다. 기사 제목도 충분히 클릭을 유도할 만큼 강렬했기에 많은 분이 이 기사를 접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이런 기사가 나온 걸까요? 바로 미국 JD 파워의 신차품질조사(Initial Quality Study, IQS) 결과였습니다.

 

JD 파워는 1968년 제임스 데이비드 파워 3세가 세운 시장 조사 및 마케팅 정보 회사입니다. 2005년에 한 번, 그리고 2016년에 한 번 이렇게 주인이 바뀌었지만 기업의 지위는 탄탄해 보입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보험, 컴퓨터, 금융, 유통 등, 다루는 분야도 무척 다양하죠. 미국 외, 유럽 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은 자동차 분야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 JD 파워 조사에 2017년부터 포함됐습니다. 해당 소식을 전한 경제지는 외계인 고문해 차 만든다는 포르쉐를 이 신차품질조사에서 5번이나 물리쳤다고 썼습니다. 이쯤 되면 제네시스는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사진=포르쉐

하지만 조금 더 그 내용을 파고 들어가 보면 이 지표만으로 제네시스가 세계 최고의 품질력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차품질조사란?

JD 파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합니다. 우선 하나는 위에 소개된 신차품질조사(IQS)이고 또 하나는 자동차신뢰성조사(VDS)입니다. 신차품질조사는 자동차를 구입한 지 90, 그러니까 석 달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230가지가 넘는 질문을 던져 거기서 나온 답변을 토대로 순위를 정합니다. 자동차신뢰성조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내구품질조사로 보도되는데요. 3년이 지난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품질 조사로 보면 됩니다.

 

두 조사 모두 불만 건수를 모아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을수록 불만이 적은 게 되고, 그 점수대로 순위가 정해집니다. 조사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수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표본이 많고, 그래서 여기서 나온 결과에 대해 제조사는 물론 고객들의 관심도 역시 어느 정도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품질조사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제품의 품질은 생산 품질 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 거기에 사용자 경험 등이 포함됩니다. 단순히 차가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어졌냐는 내구성 이상의 종합적인 가치를 따진다고 보면 됩니다. JD 파워 신차품질조사의 경우 운전 경험, 재판매 가치, 딜러 경험(구매 서비스), 품질 및 신뢰성 등으로 크게 나뉩니다. 재판매 가치의 비중이 10%로 가장 적고 나머지는 30%로 동일합니다. 올해 JD 파워 신차품질조사 결과(브랜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 (128)

2 : 닷지 (139)

3 : 렉서스 (144)

3 : 미쓰비시 (144)

5 : 닛산 (146)

6 : 기아 (147)

7 : 제네시스 (148)

8 : 현대 (149)

8 : 지프 (149)

10 : 쉐보레 (151)

10 : 미니 (151) 

(참고로 모델의 경우 닛산 맥시마가 가장 신차품질조사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1JD 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는 어떤 점들이 오너로부터 불만을 샀을까요? 가장 비중이 높았던 것은 인포테인먼트(25%) 문제였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스마트폰 연결성이 최대 문제였죠. 안드로이드 오토 / 애플 카플레이의 연결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그 외에 내비게이션이나 차선이탈방지시스템 등, 첨단 기능에 대한 사용 편의성 등도 요즘 관심 사항입니다. 안전성, 엔진이나 변속기 등, 섀시의 문제 등은 그 비중이 의외로 높지 않은 듯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포테인먼트 문제가 엔진이나 변속기 문제와 동일하게 1점으로 평가된다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개월밖에 안 된 신차 품질을 오너 대상으로 조사하고, 인상 평가적 요소가 있는 이 품질조사 결과로 브랜드 품질을 결론짓는 것은 다소 무리한 접근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지표 중 하나일 뿐이지 앞서 소개한 것처럼 품질 평가의 '오스카'라고 가치 부여를 하는 것은 과해 보입니다.

 

JD 파워 신차품질조사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면 지역별로 품질조사 결과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신차품질조사(2019)에서는 푸조, 스코다, 현대, 닛산, 스즈키, 복스홀, 기아, 미니, 포드 등, 비교적 가성비에 초점이 맞춰진, 소형차 판매가 중심인 브랜드가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에 미국은 램과 닷지와 같은 픽업 트럭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들이 1,2위를 차지했죠. 자동차를 소비하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자동차 품질 지수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도 고려되어야 할 점입니다.

사진=제네시스

 

미국 내에서의 비판

JD 파워 신차품질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비판은 사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J.D. Power trustworthy라고 구글 검색창에 입력해 보면 정말 많은 얘기들이 나옵니다.) 특히 그들의 돈벌이 방식이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JD 파워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자동차 제조사들로부터 비용을 받습니다. 품질조사 보고서를 제조사에 판매하는 게 하나이고, JD 파워 신차품질조사 결과를 홍보하려면 별도의 비용을 또 내야 하며, 마지막으로 컨설팅 비용을 받는 것입니다.

 

컨설팅 비용의 경우 예를 들어 한국에 2명 정도 JD 파워 관계자가 방문했다고 가정하면, 비행기 비즈니스석 티켓값부터 체류비를 포함, 짧은 기간 강연하는 데 억이 넘는 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JD 파워는 자동차 브랜드,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이  수익을 내는데 무척 중요한 구조로 돼 있습니다.

 

소비자 중심인 컨슈머리포트와는 그 성격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컨슈머리포트는 차를 직접 구입해 철저하게 로드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차를 구입한 소비자로부터 어떤 문제가 없는지를 묻는 신뢰도 조사를 진행합니다. 거기에 더해 차량의 안전성, 그리고 소비자 만족도 등도 조사합니다. 이렇게 총 4가지 부분의 점수를 합산해 매년 최고의 브랜드를 발표합니다. (참고로 컨슈머리포트 2021 베스트 브랜드에서 제네시스는 15위였습니다.)

 

컨슈머리포트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독자들의 회비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논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미국 등에서는 JD 파워보다 컨슈머리포트의 평가를 더 높게 여깁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JD 파워의 결과가 자주 언급되는데, 아마 현대나 기아의 순위가 컨슈머리포트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기업 전략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결론

JD 파워의 품질조사 결과를 그렇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네시스에 대한 JD 파워의 평가 결과는 의미 있고 분명 인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은 기업의 능력이고, JD 파워 신차품질조사는 이런 점을 짚어내는 하나의 유용한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JD 파워 신차품질조사가 언론에서 표현한 것처럼 품질조사의 '오스카'라며 극찬을 쏟아낼 수준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신뢰도나 소비자 친화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컨슈머리포트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의 품질에 대한 평가를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자세는 어느 하나의 조사 결과로 결론짓지 말고 다양한 조사 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언론 등을 통해 나오는 정보 중 어느 것이 정말 독자(소비자)를 위한 정보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