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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운전자들이 앞지르기 막혔을 때 하는 행동

오늘은 독일 운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짧은 내용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전해드렸듯, 독일 운전면허 취득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죠. 이유는 배워야 할 것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론 교육도 보통 깐깐한 게 아니고, 실기 교육은 정말 제대로 배운 게 맞는지 철저하게 확인합니다. 교육생이 익숙해질 때까지, '이 정도면 운전대 잡아도 되겠다' 싶을 때까지 시험을 미루고 교육에 매진합니다.

 

이처럼 엄격한 교육 덕에 준비된 운전자들이 나오고, 그렇게 좋은 도로 환경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의 운전 교육 정도를 어디서 잘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우토반이 아닐까 합니다. 아우토반을 달리다 보면 배운 대로, 지켜야 하는 규칙대로 운전하는 독일인을 많이 보게 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FM 운전을 하는 건 아닙니다. 무리한 끼어들기, 과속, 차간 거리 유지 불이행 등, 여러 문제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우토반 전경 / 사진=픽사베이

아우토반에서 독일 운전자들의 좋고 나쁜 태도, 그들의 운전 문화를 확인하는 방법의 하나는 교통 관련 설문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내용이 바로 그러한 것인데요. 앞지르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막혔을 때 독일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묻고 답한 것이었습니다.

 

설문에는 18세부터 65세의 독일 운전자 1,013명이 참여했고, 조사는 온라인 자동차 거래 사이트 Auto Scout24가 전문 기관에 의뢰해 이뤄졌습니다. 중복 응답이 가능한 부분이 있어서 전체 응답률은 100%가 넘어가니 이 점 참고하시고, 결과부터 확인한 후에 설명 덧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아우토반에서 추월해야 하는 순간 느린 앞차로 인해 실패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나?

 

* 왼쪽 차로에서 (나보다) 느리게 달리는 차가 있다면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당한 간격을 둔 채 뒤따라간다 (31%)

 

* 왼쪽 차로로 진입하지 않고 오른쪽 차로에서 추월 대신 왼쪽 차와 속도를 맞춰 달린다. 그리고 왼쪽 차로의 운전자가 스스로 깨닫고 오른쪽 차로로 비켜주기를 바란다 (25%)

 

* 난 아우토반에서 앞지르기 자체를 하지 않는다 (4%)


일단 긍정적인 대답으로 분류된 결과를 먼저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응답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가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 대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 아우토반 주행 규칙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아우토반은 원칙적으로 추월할 때 왼쪽 차로로 해야 합니다. 오른쪽으로 추월하는 건 금지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도 4차로의 아우토반을 달린다고 가정하죠. 가장 오른쪽 끝차로의 주행 속도가 가장 느립니다. 그다음이 3차로, 다음이 2차로죠. 주행 차로 기준으로 보면 2차로가 가장 빠르게 달리는 차로입니다. 1차로 언급이 없는 이유는 주행 차로가 아닌 추월차로이기 때문입니다. 추월할 때를 제외하면 무조건 비워둡니다.


4차로 : 시속 100~120km (이해를 돕기 위한 대략적인 속도)

3차로 : 시속 120~130km

2차로 : 시속 130~140km

1차로 (추월차로) : 시속 140km 이상


사진=픽사베이

이 규칙이 잘 지켜지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도 비교적 안전하고 쾌적한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정적, 그러니까 공격적인 태도로 분류된 응답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 내용도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느리게 운전하는 자동차가 있다면 헤드램프를 깜빡여 추월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 (21%)

 

* 내가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왼쪽 방향지시등을 깜빡인다 (17%)

 

* 필요한 경우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추월한다 (14%)

 

* 더 이상 안될 경우 경적을 울린다 (8%)

 

* 느리게 달리는 차 가까이 바짝 붙어 운전한다 (6%)

 

* 차창을 내려 느리게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를 향해 오른쪽 차로로 빠지라고 신호를 보낸다 (2%)


아우토반에서 추월차로(1차로)를 이용해 빠르게 앞질러 가려고 하는 차들이 헤드램프를 주로 이용하는데요. 빠르게 달려 나가려는데 뒤늦게 다른 차가 1차로로 진입해 주행의 방해가 생기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헤드램프를 깜빡여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또 왼쪽 깜빡이를 사용하는 것은 '왼쪽으로 추월해야겠다', '내가 지금 추월해야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하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두 가지 다 비교적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인데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런 대응 방식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독일 분위기상 가장 우려하고 문제가 되는 건 사실 앞차 뒤에 바짝 붙어 운전하는 사람들입니다. 로드레이지(공격적인 운전자들의 가장 상징적인)가 이런 운전자들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그냥 피하는 게 가장 좋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우측 차로 추월은 특별한 경우 제외하면 모두 범칙금 대상입니다.

사진=ADAC

또 클락션을 사용하는 운전자는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독일에서 운전을 하고 있지만 경적 이용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사실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고 싶은데 100% 자신할 수 없으니 거의 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만큼 클락션 사용을 자제하는데 우리나라도 이점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끝으로 차창을 내려 손으로 지적을 한다든지, 아니면 소리를 지르든지 하는 경우는 사실 거의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하지만 운전대 앞에서 인상을 쓰며 욕을 하는 상대 운전자의 입 모양을 본 경험은 저도 2~3차례 있습니다. 이제 정리해볼까요? 오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독일 운전자들이 추월이 막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들의 운전 태도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공격적이라고 분류된 것 중 앞차 뒤에 바짝 붙어 위협운전을 하는 것, 그리고 차창을 내려 상대 운전자에게 손짓을 하거나 심한 표현을 하는 것 등은 문제라고 봅니다. 나머지 깜빡이를 켜거나 클락션을 울리는 것은 뭐, 권장할 태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도 이상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두 번째 관점은 독일의 도로교통법입니다. 여러 응답 중에 1차로(추월차로) 언급은 아예 없었죠? 그건 너무나,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누구나 다 지키는 규칙이고 대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추월하면 안 된다는 점도 새겨볼 대목입니다. 또 여기서 다루진 않았지만 오른쪽 차로가 비어있다면 왼쪽 차로를 비워두고 오른쪽 차로를 이용한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우토반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작동된다 /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정확한 규칙과 그 규칙을 엄격하게 가르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운전자들의 태도가 무제한 질주가 가능한 아우토반에서 생각보다 사고가 많지 않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짧은 소식이라고 해놓고 내용이 조금 길어졌네요.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