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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95% 운전자가 안 지킨다 '일단 멈춤' 이게 그렇게 어렵나요?

요즘 우리나라 도로 환경이 10년 전과 비교해 많이 좋아졌다는 게 제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주로 운전하는 분들은 잘 체감이 안 되는 부분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독일과 한국에서 다 운전을 하고, 두 나라 교통 문화를 어쩔 수 없이 비교 경험하는 제 입장에서는 개선이 몸으로 느껴집니다.

 

경적 소리가 과거에 비해 덜 들린다거나, 방향지시등 사용이 좀 더 많아진 것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응급 차량 출동 때 독일과 극명하게 비교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여러 이유로 긴급차량 길 터주는 모습도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계속 줄고 있는데, 이게 가장 다행스러운 변화겠죠.

사진=이완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짐칸을 노출한 트럭이 짐을 싣고 빠르게 주행하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그렇고, 특히 고속도로 1차로(버스전용 차로 제외)에서 정속 주행하는 모습은 도무지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우측 차로를 이용해 추월하는 게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1차로=추월차로'라는 개념이 우리 도로에 뿌리내리기까지는 꽤 많은,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면허취득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가르치는지도 의문이지만, 설혹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미 면허를 취득한 많은 운전자가 여전히 고속도로 1차로 개념을 잘 모르고 있다는 건 큰 장벽과 같습니다.

 

95% 운전자가 안 지킨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아쉬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의 운전자들 태도입니다. 지난 5월이었죠?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서울에서 조사를 했는데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일시 정치를 한 자동차는 4.3%뿐이었다고 합니다. 4.3%만 안 지킨 게 아니라, 4.3%만이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는 겁니다. 이거, 너무 충격적인 결과 아닌가요?

사진=picjumbo  

 

최근 들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안 좋은 일을 겪은 분들 이야기가 자주 보입니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양보하는 차들이 없어 힘들었다는 분도 계셨고, 유모차를 끌고 가는 보행자가 무시하고 지나가는 자동차들 때문에 화가 났다는 얘기도 SNS에서 많이 공유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고속도로 1차로 정속주행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고민인 문제라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를 위해 일시 정지하는 것은 오히려 훨씬 더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사람 냄새만 나면 멈춘다'라는  기본 룰만 지키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픽사베이  

 

교통 약자 보호는 운전의 기본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행자 보호에 대한 운전자 의무 부분이 다소 모호하게 적시돼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 때 운전자는 의무적으로 일시 정지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이 법대로라면 건너려고 준비하는 보행자를 발견해도 차는 (법적으로) 멈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결국 보행자가 알아서 눈치껏 건너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늦게나마 정부가 '통행하고 있을 때'라는 문구 대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로 좀 더 강화된 표현으로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보험료 부담도 늘릴 예정이고요. 사실 법의 강화도 좋지만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가 교통 약자라는 생각을 모든 운전자가 마음에 새긴 채 운전한다면 굳이 룰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아도 될 겁니다.

사진 = 픽사베이

 

 지난 주말이었죠? 편도 1차로 도로에 있는 횡단보도를 사람들이 건너고 있는데 되려 운전자가 "차가 오면 사람이 서야지!"라며 버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운전자가 있나요? 다시 말씀드립니다. 보행자는 (기본적으로) 보호의 대상입니다. 그렇기에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보이면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이게 운전의 가장 중요한 기본임을 잊지 마십시오. 부디, 다음에는 횡단보도 풍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많이 안전해졌다고 기뻐하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