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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철수하고 문닫고' 위기의 닛산 전기차 아리야로 새 도전

곳곳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닛산과 관련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선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해외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닛산이 시장 철수를 선언했죠. 수입 권한을 얻은 한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펼치다 문을 닫는 이전의 경우와는 달리, 이번 철수는 닛산이 직접 만은 현지 법인이 사업을 철수하는 것이어서 그 파장이 상당해 보입니다.

당장 닛산 차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걱정인데요. 물론 법적으로는 앞으로 몇 년은 A/S를 차질 없게 해야 하지만 현지에서 장사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시장을 떠난 뒤에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확실성, 사업 연계 등의 측면에서 많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중고차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쓰린 부분이죠. 어쨌든 당분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사진=닛산

렇다면 왜 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한 걸까요? 우선은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닛산 브랜드 자체가 계속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고, 그렇게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구조조정 계획에 어려운 상황인 닛산코리아가 들어간 것으로 봐야겠죠.

유럽으로 눈을 돌려 보면 닛산의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는데요. 당장 지난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닛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시위가 있었습니다. 닛산이 이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장 3개를 올 12월까지 폐쇄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언론들은 직접 고용 2,500, 간접고용 25,0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노조의 발표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또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 새로운 투자를 할 계획을 철회했고, 비록 스페인 물량이 이곳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이지만 선덜랜드 공장 운명도 아직 그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닛산의 차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브렉시트로 영국에서 EU로 건너오는 자동차에 관세가 추가로 붙는다면 이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닛산으로선 마냥 영국에 뿌리를 내리고 장사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국 선덜랜드 공장 / 사진=닛산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유럽에선 계속 닛산이 아예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재정적 타격과 그런 상황에서 불확실한 시장에 계속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유 있는 소문이었죠. 하지만 독일의 아우토하우스와 같은 매체에 따르면 새로운 로고와 새로운 전기차로 심기일전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닛산은 올 3월 새로운 로고를 소개한 바 있죠. 이 새로운 로고 계획은 닛산 넥스트(NEXT)’라는 닛산의 제2의 출발,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도전의 일부로 생각되는데요.  로고를 단 첫 번째 모델이 바로 전기 크로스오버 모델 아리야(Ariya)입니다.

새로운 로고와 새로운 전기차 아리야 / 사진=닛산

전장 약 4.6mSUV는 디자인부터 상당히 전기차에 걸맞는(?) 그런 분위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내 역시 기존의 닛산 모델들에선 볼 수 없는 면을 하고 있죠. 배터리는 65kWh, 90kWh 두 가지 용량이 들어갔으며 앞바퀴 굴림과 4바퀴 굴림 등, 5가지 트림으로 2021년부터 판매될 예정입니다.

믿을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럽(WLTP) 측정 기준 완충 후 주행 거리는 각각 최대 450km 610km로 닛산 측은 밝혔습니다. 보통 공인된 것과 실제 테스트 등에서 나온 주행 가능 거리 편차율이 20% 전후인 것을 생각하면, 아주 좋다고 가정했을 때 90k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은 최대 500km까지도 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합니다. 대단하죠?

사진=닛산

테스트를 해봐야 그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겠지만 어쨌든 2010년부터 리프를 통해 전기차를 만들었던 닛산이 노하우를 아리야에 모두 쏟아 넣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닛산은 전기차와 SUV 모두 잘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아리야에 대한 기대는 전기차로서만이 아닌, 일상용 크로스오버 자동차로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저는 실내 분위기가 맘에 드는데요.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동일한 크기의 중앙 터치식 디스플레이는 콕핏 분위기를 심플하면서도 세련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선 업데이트 기능도 들어가서 이제 테슬라 모델들처럼 아리야도 그때그때 성능 개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사진=닛산

우리가 전기차에 기대하는 새로운 디자인, 넉넉한 배터리 용량, 첨단 기능들이 들어간 아리야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나올 12종의 신차(이 중 전기차가 8개인 것으로 얘기되고 있음)들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차를 내놓다니, 닛산이 작심을 한 듯합니다. 과연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최근의 실적과 여러 상황을 극복하고 닛산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까요? ‘닛산 넥트스프로젝트에 그들의 미래가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