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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로 드러난 3가지 문제

지난해 말 발생한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후진 기어가 들어간 자동차가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엔진이 꺼졌고, 결국 제어되지 못한 차가 뒤집어지면서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습니다. 이 과정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후 운전자에 대한 여러 이야기부터 자동차의 기계적 분석까지, 많은 이가 관심을 두고 의견을 냈죠. 언론과 여러 전문가들 또한 실험과 공학적 설명을 곁들여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자동차

그간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전복 사고 관련 비교 테스트를 뉴스를 SNS로 공유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컸습니다. 해당 뉴스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부터 반론까지, 의견도 다양했습니다.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고, 제 관점에서 정리를 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우선 이 사건은 크게 3가지 문제를 보여줬다고 봅니다.


1. 운전자 부주의 문제

기본적으로 차량의 결함이냐 아니냐의 논란 이전에 운전자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에 큰 이견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진 R 기어가 들어간 상황에서 차는 앞으로 진행했습니다. 과부하가 걸린 엔진이 꺼졌죠. 운전자는 자신이 제대로 기어를 넣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뒤이어 ''하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그것이 기계적 이상 반응인 줄 몰랐습니다.

차가 진행하는 몇 초간 이 정체 모를(?) 소리에 대해 계속 언급합니다. 이쯤 되면 계기반을 볼 법도 한데 산길을 내려가는 보행자에 관심을 보였을 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계기반 볼 겨를이 없었다는 운전자의 증언을 소개한 기사도 있었으니 이 부분은 분명해 보입니다.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해야 하며, 평소와 다른 차의 반응이 있었다면 계기반을 통해 어떤 이상 여부를 살펴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잘못된 운전 자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운전자의 잘못으로만 결론이 나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 편의성만 따진 버튼 기어 문제

팰리세이드 버튼식 기어 / 사진=현대자동차

이번 사건은 버튼식 기어와 관련이 깊습니다.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해당 사건의 운전자는 변속기를 D 모드에 놓고 주차된 차를 빼내기 위해 전진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하는 소리와 함께 차를 뒤로 조금 빼죠. '~'소리는 R모드, 그러니까 후진기어가 들어갈 때 나는 작동음입니다.

운전자는 내리막길로 진입하기 위해 다시 전진기어 버튼을 누릅니다. 이때 '띠딩'하는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이 '띠딩~'음은 전진기어 버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경고음입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보도된 것처럼 운전자가 후진 상태에서 다시 후진기어 버튼을 누른 게 아니라 D 버튼을 눌렀던 것입니다. 정리를 해보죠.

1. 펠리세이드 D 버튼을 누르면 '~' 소리가 난다

2. R 모드에서 다시 R(후진) 버튼을 누르면 '딸깍'하는 버튼음만 난다

3. R 모드에서 D(주행) 버튼을 눌렀으나 전환이 안 됐을 시 '띠딩~'하는 경고음이 난다


<사고 영상> (내리막길 진입하기까지 초반 상황을 잘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D 버튼을 눌렀다고 정상 작동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자동변속기는 보통 D에서 R, 또는 R에서 D 모드로 바꾸기 위해서는 차가 완전히 서고, 그런 다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바뀝니다. 제동장치 입력신호가 들어오지 않으면 변속이 안 되는 것이죠. 따라서 이 경우 세 가지 중 하나가 됩니다.

1. 변속장치의 오작동

2. 운전자가 완전히 차가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D 버튼을 눌렀다

3. 제동장치를 밟고 D 버튼을 눌렀으나 누르는 순간 제동장치에서 발을 자신도 모르게 뗐거나 약하게 밟았다 (타이밍 문제)

한마디로 현재 대부분의 자동변속기 자동차에 적용되어 있는 레버식이었다면 발생할 수 없는 문제가 버튼식이기에 일어났다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잘못은 비단 해당 사건 운전자만의 실수라 할 수도 없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이 일어나기 수개월 전 한 남성 유튜버는 자신의 코나 전기차에 대해 설명하면서 분명 R 버튼을 눌렀는데 확인해 보니 변속이 안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코나 EV 버튼식 기어 / 사진=현대자동차

사건 터진 후에도 버튼식 변속기 차량 운전자들의 비슷한 경험담이 있었고 저 역시 그런 글을 읽었습니다. 운전자 누구라도 실수의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라는 뜻입니다. 보통 자동차 회사들은 새로운 기능을 적용할 때 실패에 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연구합니다. 버튼식 기어의 오작동 또한 경우의 수를 따져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버튼 오작동에 대한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제조사는 D R 버튼의 작동 방법을 다르게 하거나 버튼 위치에 변화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경고음 또한 확실하게 운전자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편의성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부터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시스템이 돼야 합니다. 영업 현장에서도 이런 부분은 고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야겠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변속이 되는 레버식...든든해 보인다! / 사진=오펠


3. 엔진 꺼짐과 브레이크 문제

이번 팰리세이드 전복 사건에서 또 하나 논란이 된 것이라면 역시 '엔진 꺼짐' 부분입니다. 자동차를 기계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은 내리막에서 후진 기어가 들어갔을 때 엔진이 꺼지거나 반대로 오르막길에서 D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차가 뒤로 흘러가면 엔진이 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가 자동차의 매커니즘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런 경우에 대해 모르는 운전자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왜 이런 것도 모르냐며 운전자를 비판, 혹은 비난하기에는 상황이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더 시끄럽게 한 요인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유명 자동차 전문가가 방송에서 내리막길에서 여러 자동차를 가져와 비교실험을 진행한 일이었습니다. 팰리세이드와 달리 비교 테스트 된 모델들은 시동 꺼짐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러자 당장 반론이 나왔습니다.

변속기가 근본적으로 다른데 이 점을 빼놓고 비교를 했다는 것입니다. 팰리세이드는 엔진에서 나오는 힘과 회전을 변속기에 전달하는 토크컨버터(토크 변환기) 방식이고, 테스트 된 차들은 그와 다른 DCT(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가 들어 있거나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였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비교를 하려 했다면 모두 팰리세이드와 같은 동일한 방식의 변속기 차량이었다는 지적인데 이는 일리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없으며, 문제의 해결이 아닌, 현실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간의 상식,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토크컨버터가 달린 자동차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엔진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는 쪽으로 말이죠.

많은 전문가가 동의할 것이고 또 그렇게들 말합니다. 업계에 종사하는 한 엔지니어도 사견임을 전제로 시동이 꺼지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테스트된 자동차들 중 팰리세이드와 같은 토크컨버터가 들어간 신형 BMW 같은 경우 내리막길에서 후진기어가 들어가도 변속기를 중립으로 만들며 엔진을 끄지 않았습니다.

변속기가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으나 어떻게든 운전자가 차를 제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또 하나는 제동 문제입니다. 엔진이 들어가 있는 자동차는 대부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브레이크 부스터(진공배력장치)라는 장치 덕에 쉽게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진공을 이용해 큰 압력을 만들 수 있죠.

그런데 엔진이 꺼지면 진공 상태를 만들 수 없고, 페달은 단단해집니다. 보통 때의 힘으로는 차를 멈출 수 없습니다. 영상에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놀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만 이게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만약 중간에 보행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면 진공 상태가 유지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보다 쉽게 엔진이 꺼졌어도 차를 세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설령 브레이크 부스터가 제 역할을 못 했다고 할지라도 제동장치는 기계적으로 연결돼 있기에 단단한 페달을 강하게 밟는다면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사고 상황과 같은 내리막길의 경사도와 속도 정도라면 여성이라도 힘껏 밟았다면 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적으로 개선이 가능합니다.

엔진이 없거나 엔진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을 위해 만든 전동 브레이크 부스터가 그것인데요. 모터를 이용한 이 장치는 엔진이 꺼졌어도 보다 쉽게 차를 멈추게 도와줍니다. 물론 엔진 자동차에도 이 전동 브레이크 부스터는 적용 가능합니다. 최근에 판매가 시작된 쉐보레의 소형 SUV에 이 기능이 들어 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팰리세이드 엔진룸 / 사진=현대자동차


운전자 향한 과도한 비난은 자제

사건이 공개된 후 사고 운전자가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제조사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식의 과장 확대된 이야기들이 기사화되면서 운전자를 향한 비난이 더 커졌습니다. '김여사'니 뭐니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버튼식 기어의 오작동에 대한 우려는 남성과 여성 운전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위기의 순간 능숙하게 차를 제어하는 행동이 나올 수 있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교육과 학습이 필요한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런 안전 교육, 자동차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돕는 교육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러니 허점 많은 우리나라 면허취득 과정에 대한 비판이 우선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교육이 전부가 아닙니다. 면허 취득 과정 그 어렵다는 독일에서도 운전 부주의나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들은 늘 발생합니다.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 시스템 개선은 물론 제도의 강화, 그리고 그와 별개로 자동차 제조사 자체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 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린 배워야 합니다. 자동차가 더 안전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요. 또한 운전자들도 안전이 자동차 선택의 중요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저를 비롯해 모두, 운전의 기본에 대해, 차의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