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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 ‘전기차까지?’ 요즘 유럽에서 잘 나가고 있는 푸조 208

푸조 208이 유럽에서 선전 중입니다. SUV가 소형차 시장까지 압박하며 위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들려온 소식이라 그런지 더 반가웠는데요. 지난해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2세대에 대한 반응은 시작부터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고, 시장의 평가가 기대되던 모델이었습니다.

그런데 10월이 지나서야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공백이 다소 있었기 때문에 영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됐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208을 기다렸고,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 전기차인 e-208의 약진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208 / 사진=푸조


주춤했던 1월 유럽 시장, 208 예외

시장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자토 다이내믹스는 지난주 2020 1월 유럽의 신차 판매 시장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유럽 신차 시장의 출발은 좋지 않았습니다. EU에서 탈퇴한 영국과 EU에 속하지 않은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포함된 총 27개국의 전체 판매량은 약 114만 대로, 2019 1월의 약 123만 대에 비해 약 8%가 줄었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9개 나라를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이었는데요. 유럽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판매량이 많은 곳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요타, BMW, 아우디, 세아트, 미스비시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브랜드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푸조의 경우 75,875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 줄었습니다.

그런데 208의 판매량은 20,348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더 팔렸습니다. 지난 1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상위 10개 모델 중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는 것은 포드 포커스, 푸조 208, 오펠 코로사 등, 3개 모델뿐이었으며, 성장세는 208이 가장 좋았습니다.

2020 1월 유럽 신차 판매 TOP 10 (자료=자토 다이내믹스)

1 : VW 골프 26,303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

2 : 르노 클리오 21,615 (-10%)

3 : 포드 포커스 20,711 (+8%)

4 : 푸조 208 20,348 (+10%)

5 : VW 폴로 20,037 (-21%)

6 : 오펠 코르사 18,769 (+7%)

7 : 토요타 야리스 17,634 (-14%)

8 : 포드 피에스타 17,627 (-1%)

9: 스코다 옥타비아 16,942 (-18%)

10 : 피아트 판다 16,763 (-8%)

208 실내 / 사진=푸조


스타일과 실용성 좋은 평가 받아

신형 골프 판매가 본격화하기 전, 시장이 혼전의 양상을 보인 가운데 푸조 208의 성장세가 확실히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 푸조, 시트로엥, 그리고 오펠 등, PSA그룹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 속에서 이뤄낸 결과라 푸조 입장에선 더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긍정적 결과는 신차 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신차라고 해서 풀 죽은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인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걸 텐데요.

208 1세대가 나왔을 때부터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과 뛰어난 연비로 소문이 났던 모델입니다. 2세대 역시 푸조만의 디자인 특징이 잘 반영되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죠. 역시 연비 또한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좋은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유력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민첩한 핸들링을 장점으로 꼽으며 운전의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는 차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가격이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저렴하지 않음에도 이 정도 판매라면 상품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 B세그먼트 기본가격과 연비 비교>

푸조 208 (1.2 Puretech 130 가솔린, 130마력)

기본가 : 23,500유로, *연비 : 리터당 22.72km


르노 클리오 (Tce 130 가솔린, 130마력)

기본가 : 21,090유로, 연비 : 리터당 19.23km


현대 i20 (1.0 T-GDI 가솔린, 120마력)

기본가 : 19,850유로, 연비 : 리터당 19.23km


스코다 파비아 (1.0 TSI 가솔린, 110마력)

기본가 : 18,090유로, 연비 : 리터당 21.73km

*연비는 유럽 공인연비(WLTP) 기준

208 / 사진=푸조


등장하자마자 베스트셀러, e-208

푸조에 반가운 소식은 또 있었죠. 208과 함께 내놓은 배터리 전기차 e-208이 등장과 함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입니다. 50kWh 배터리(136마력)는 완충 후 최대 34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유럽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르노의 소형 전기차 Zoe와 출력과 배터리 경쟁력, 가격 등 여러 면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입니다..

2020 1월 유럽 전기차 판매 TOP 5 (자료=자토 다이내믹스)

1 : 르노 Zoe (9,522)

2 : 푸조 e-208 (3,889)

3 : VW e-골프 (3,234)

4 : 닛산 리프 (3,054)

5 : 아우디 e-트론 (2,102)

푸조는 지난 10월부터 2월까지 신형 208이 약 11만 대 주문을 기록했다고 전하면서 그중 전기 모델 비중이 15%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V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유럽 분위기를 생각하면 e-208의 판매 비중은 더 늘 것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됩니다.

e-208 / 사진=푸조


좋은 소형 해치백은 선택받는다

한국 시장은 e-208로 도전

소형차 왕국이라는 유럽에서 B세그먼트 시장은 현재 정체돼 있습니다. SUV의 판매 비중이 40% 수준에 다다랐죠. 크기에 상관없이 SUV는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형 해치백은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여전히 사랑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푸조 208이 보여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 가치가 통할까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2020 유럽 올해의 차에 뽑힐 정도로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고 판매 또한 성공적이지만 우리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는 훨씬 힘든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208이라고 해도 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죠. 그래서 그런 걸까요? 푸조는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로 한국에서 승부를 보려 합니다.

소형 전기 SUV e-2008이 먼저 출시된 후 10월쯤 e-208을 들여온다는 계획이죠. 푸조 시트로엥의 순수 전기차 라인업이 경쟁 브랜드에 비해 부족한 것을 고려한다면 208이 아닌 e-208을 선택한 것은 이래저래 피할 수 없는 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소형차는 한국에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요? 만만치 않은 시장이 그들을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