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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고성능 AMG 누구나 빌려 탄다? 다임러의 노림수

며칠 전 독일 자동차 전문지가 전한 토막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가 75% 지분을 가진 카셰어링 업체 카투고(Car2Go)에 핫한 모델이 투입된다는 내용이었죠. 메르세데스 AMG CLA 45가 그 주인공으로, 올 11월부터 독일 함부르크와 뮌헨에 우선 5대가 배치될 예정입니다.

CLA 45 AMG / 사진=다임러


CLA는 메르세데스가 내놓은 콤팩트 쿠페로 최상위 트림인 45 AMG의 경우 381마력에 0-100km/h가 4.2초밖에 안 되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AMG라는 이름표가 붙었으니 당연히 성능만큼이나 가격도 상당하겠죠? 이 작은 차가 옵션을 좀 추가하면 우리 돈으로 8천만 원이 넘어갑니다. 


좁은 뒷좌석이나 트렁크 등을 생각하면 패밀리 세단을 대체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재미로 타자니 가격이 상당해서 부담이 될 수 있는 그런 자동차인데요. 그래서 다임러는 자신들의 카셰어링 사업에 이 차를 투입해 CLA AMG 모델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합니다. 일단 타봐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CLA 45 AMG / 사진=다임러


일단 CLA 45 AMG의 경우 1분당 79센트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대략 천 원이 살짝 넘는 액수입니다. 얼핏 계산해도 1시간에 6만 원 정도면 이용이 가능하죠. 만약 온종일 이 차를 타고자 한다면 239유로, 약 30만 원을 내면 됩니다. 다만 이 차를 빌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40세 이상 운전자만 가능하다는 건데요. 과격한 폭주 등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다임러는 이용자들의 반응에 따라 다른 AMG 모델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이런 고성능 모델은 관리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쓰는 카셰어링용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왜 다임러는 고성능 모델을 카셰어링 사업에 투입한 걸까요, 단순히 차량 홍보를 위해? 


카셰어링 사업에 투자 아끼지 않는 다임러

Car2Go / 사진=다임러


다임러는 2008년 렌터카 업체인 유로카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차량 공유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는 8개 나라 26개 도시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약 14,000대의 자동차가 카투고 이름표를 달고 달리고 있죠. 회원은 독일에서만 약 70만 명, 세계적으로는 약 240만 명에 이릅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처음에는 미니카인 스마트 포투만 가지고 사업을 펼쳐나갔습니다. 그러다 2016년부터 모델이 대폭 늘어나, 현재는 A클래스, B클래스, CLA와 CUV 모델 GLA 등을 회원들은 이용할 수 있고 여기에 고성능 AMG 모델이 다시 추가가 됐습니다. 


최근 다임러는 BMW와 렌터카 업체인 식스트(Sixt)가 손잡고 2011년 만든 카셰어링 업체 드라이브나우와 사업을 함께 펼칠 수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제조사가 직접 나서 카셰어링 사업에 힘을 쏟는 걸까요? 일단 직접적 요인으로는 우버(UBER)와의 경쟁을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미 작년에 하일로라는 카쉐어링 업체를 인수해 이를 유럽에서 택시 어플로 유명한 마이택시와 통합한다는 뉴스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 역시 우버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실제로 마이택시 설립자는 다임러 그룹 본사의 임원으로 편입되기도 했죠. 매우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BMW의 카셰어링 사업체 드라이브나우 / 사진=BMW


제조사들 너도나도 카셰어링 사업에

현재 자동차 회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카셰어링 업체는 제법 됩니다. 다임러의 카투고가 있고 BMW는 드라이브나우와 좀 더 고급 서비스가 가능한 '리치나우' 서비스도 미국에서 선보였죠. 아우디도 '아우디앳홈'이 있고 GM은 메이븐이라는 브랜드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죠. 또 폴크스바겐 그룹은 모이아(MOIA)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보다 큰 틀에서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기차, 스마트폰, 그리고 자동차 공유의 시대로

MOIA / 사진=폴크스바겐


위에 언급한 자동차 공유 서비스 특징이라고 한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차를 예약하고 택시를 부르는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업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전기차 투입인데요. GM 메이븐 서비스에 볼트가, 다임러의 카투고에는 이미 1,300대 이상의 전기차 스마트가, BMW의 드라이브나우에는 i3 등이 있습니다. 모이아의 경우는 아예 전기차로만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하죠.


이처럼 제조사들이 거금을 써가며 차량 공유 업체를 인수하고 투자하며 경쟁을 펼치는 것은 엄청난 시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다임러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2025년이 되면 3,60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의 아우토빌트는 2012년 독일 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262,000명이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만 1,715,000명이 사용했다는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 보스턴컨설팅 그룹 등, 여러 기관에서 예측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를 보유하는 가구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자동차 판매 대수 감소도 계속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런 감소의 이유 중 하나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겠죠.


이미 여러 여론 조사에서도 나왔듯 갈수록 도심의 교통상황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젊은이들의 경우 자동차 소유의 필요성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당연히 자동차는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동차는 얼마든지 빌려 타고 나눠 쓸 수 있는 공유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는 그들에게는 카셰어링은 어쩌면 제조사 입장에서 필수 사업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진=다임러


한국 자동차 회사들 준비는 되어 있나?

이런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죠. 이미 몇 업체가 카셰어링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잠재된 수요가 35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현대와 기아의 경우 각각 딜카와 위블이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딜카는 자동차 공급을 지역의 중소 렌터카 업체가 담당한다는 점이 기존과는 다른데, 역시 앱을 이용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회원이 원하는 곳으로 자동차를 가져다준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습니다. BMW가 미국에서 펼치는 리치나우와 비슷해 보입니다. 


기아의 경우 아파트 가까운 곳에서 공유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빠르게 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GM 메이븐과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연 국내에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현대와 기아의 카셰어링 서비스는 다른 제조사들의 움직임에 비하면 많이 늦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금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 카세어링 사업을 시작한 현대차 / 사진=현대자동차


거대한 변화 속에 있다

시나브로 자동차 공유 서비스는 세상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카셰어링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죠. 그만큼 모빌리티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AMG를 투입하기로 한 다임러의 결정은 단순히 차량 홍보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차량 공유 사업을 성공시키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편린으로 봐야 합니다. 


앞으로 점점 전기차도, 자율주행도, 증강현실이 반영된 첨단의 자동차도, 그리고 자동차 공유 문화도, 우리 아이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 세상의 거대한 변화, 그 태풍의 눈 중심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