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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위험한 가을 운전, 꼭 알아둬야 할 다섯 가지


가을입니다.

사진 속 길을 보니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된장남) 산책하고프네요. 어디 걷기만 좋을까요. 

한적한 숲길을 자동차로 달리고 싶고, 그렇게 붉게 물든 단풍들을 만나고 싶어지는 그런 감성의 계절입니다. 




분위기 너무 잡았나요? 뭐,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하지만 운전을 하는 분들은 지금부터 감성이 아닌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오늘 글을 읽고 잘 기억해 두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가을은 또한 자동차 사고의 계절이기도 하거든요.



가을 교통사고, 통계가 증명한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발간하는 교통 사고 백서에 보면 통계적으로 10월과 11월에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2013년 경찰 통계와 보험회사 자료를 모두 합친 사고율을 보면 11월이 9.3%로 1위, 10월이 9.2%로 2위를 차지하고 있죠. 그 다음이 12월로 8.9%인데요. 이 석달 동안 일어난 사고의 비중이 27.3%이니까, 대충 10번 사고 중 3번이 10~12월에 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왜 이 기간의 사고율이 더 높은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몇 가지 운전자들이 주의해야 할, 다른 계절에는 만날 수 없는 가을만의 특징이 있다는 걸 통해 조금은 짐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가을 운전 시 주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죠.



1. 낙엽을 눈이라 생각하자


사진=tuev-sued.de


단풍놀이 좋아하시죠? 꼭 단풍까진 아니더라도 어딘가 복잡하지 않은 곳으로 떠나고 싶기도 하고요. 또 주택가 주변 이면도로에 후두둑 떨어져 있는 낙엽들만 봐도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자동차에겐 그렇지 않아요. 일교차가 심한 가을에는 낙엽들이 젖어 있기 쉽습니다. 이런 젖은 낙엽은 미끄럽겠죠. 당연히 자동차의 제동력이나 주행에 영향을 미칩니다.


도로 바닥에 밀착되어야 할 타이어 고무가 젖은 낙엽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건 눈길을 주행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보통은 그냥 무심하게 달리는데, 그 무심함이 긴장하는 겨울철 주행 보다 더 위험하다는 거죠. 차가 미끄러지면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디로 굴러갈지 모릅니다. 또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낙엽들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면 더 밀려나갑니다. 그러니 이래저래 낙엽이 많은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땐, 그냥 '아 눈길이구나~'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2. 차에 쌓인 낙엽은 무조건


사진=adac.de


이물질이 차를 덮고 있는 건 당연히 안 좋죠. 더러워져 안 좋기도 하지만 차 상태를 안 좋게 하기도 합니다. 은행잎 등이 내 차 위에 쌓여 있으면, "우와~ 가을 짱 멋져요." 라고만 하지 마시고 일단 사진 찍어 놓은 다음 얼른 도로변이나 나무 주변으로 치워주세요.


사진에 낙엽이 앞유리창 앞에 들어가 있는 게 보이시죠? 저기에 카울이라는 게 있는데, 엔진룸의 열기와 소음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저 곳으로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차량 안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혀 있으면 유리에 습기가 잘 차게 된다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주행 중에 저런 낙엽들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게 되니 치우는 게 좋습니다. 단, 그냥 아무데나 휙휙 버리지 말고 잘 모아 다른 차나 보행자들 방해 안 받게끔 치워주시면 좋겠습니다.



3. 낙엽은 포트홀의 위장막



사진 속 도로는 그래도 상태가 괜찮지만 도로 위 곳곳에는 속된 말로 땜빵이라 부르는 포트홀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은 포트홀들은 치워지지 않거나 떨어진 낙엽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은폐가 되기도 합니다. 길가에 주차한다고 낙엽들 수북한 곳에 차를 세우려다 덜컹하고 포트홀에 빠져 타이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또 돌멩이 같은 게 도로 위에 있는데 낙엽이 살짝 덮혀 있으니 무심히 생각하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다 돌이 튀기는 불상사도 발생한다고 하니, 이런 점도 주의하십시오. 



4. 가을 안개, 조심 또 조심


사진=tuev-sued.de


가을철 운전에서 낙엽 그 이상으로 조심해야 하는 게 바로 안개죠. 짙게 내린 안개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긴장하게 됩니다. 일교차가 심한 가을철에 특히 안개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요. 그래서 안개가 끼는 날에는 안개등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용법에 대해선 많은 의견들이 있습니다만 이름 그대로 안개가 껴 있을 때 우선적으로 이 안개등을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독일에서도 흐리거나 비가 올 때 안개등만 켜고 다니는 운전자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럴 땐 안개등 보다는 전조등이나 주간등을 켜는 게 낫죠. 특히 독일은 도심으로 진입함과 동시에 안개등을 켜지 못하게끔 법으로 정해놓고 있어서 켜고 달리던 운전자들도 시내로 들어가면 다 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게 법으로 따로 정해져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면 모든 안개 때 마다 안개등을 우선 사용하느냐? 독일 전문가들은 약 50미터 정도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아 그 보다 가시 거리가 짧으면 안개등을 켜라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시 거리가 50미터 이상으로 긴 옅은 안개 속 주행 땐 전조등을 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되겠죠. 하지만 가급적 안개등을 우선적으로 쓰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만약 짙은 안개 속에서 조차 안개등이 아닌 전조등을 켜고 주행하면 어떨까요?


뭐 전조등을 절대로 사용하면 안된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안개등의 특징이, 뻗어가는 빛을 넓게 퍼트리는 것이기 때문에 노면의 상태를 읽고, 반대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안전하게 내 차의 위치를 알리는 용도로는 안개등이 더 적합합니다. 특히 빛이 밝은 전조등은 안개 속에서 산화가 되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선 갑자기 뿌옇게 보입니다. 이처럼 전방 시야를 방해할 수 있으니, 안개가 짙게 꼈다면 안개등을, 시야 확보가 큰 무리가 없다면 안개등 혹은 전조등을 선택적으로 쓰기 바랍니다.


안개등 사용 요령

*안개등은 안개가 짙거나 악천후 상황에서 사용.

(주행을 돕는 기능과 함께 차량 위치를 상호 알려줘 사고 예방의 기능을 겸한다)

*안개 안 낀 날은 안개등 사용 X

*주간등은 주간에만 사용. 밝기가 약해 안개등 대용으로 어려움

*후방 안개등은 특히 안개 없을 때 사용하면 뒤차 운전자에 방해 됨. 차고 높은 SUV 등은 더!

* 안개등은 순정 밝기 그대로. 법적으로 제한된 밝기 이상으로 하면 불법

* 안개등만으로 도심의 밤길 주행은 별 도움 안됨. 

*낮엔 주간등(전조등), 밤엔 전조등, 안개 시 안개등! <==밑줄 쫙~ 


제 차량의 후방 안개등 켠 모습입니다. 후방 안개등의 위치는 차량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안개가 짙게 껴있거나 폭설이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맑은 날 후방 전조등을 켜면 뒤차 운전자의 운전을 방해할 수 있으니 이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전방 안개등 버튼과 후방 안개등 버튼 위치나 모양은 제조사별로 다를 수 있지만, 등과 빛의 방향이 왼쪽인 건 전방용, 빛의 방향이 우측인 건 후방용인 것은 같다는 거.


계기판에 들어온 안개등 표시등. 녹색 빛에 좌측 향해 있는 게 전방 안개등, 노란색에 우측으로 빛의 모양이 새겨져 있는 게 후방 안개등 표시등입니다.


아우디 A4의 주간등과 안개등을 같이 켰을 때의 모습. 빛의 밝기가 안개등이 좋기 때문에 주간등만으로 안개 속을 운전하는 일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주로 안개등은 파장이 긴 노란색이 쓰이고 있습니다.



5. 바람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을에 부는 바람 등을 조심해야 합니다. 일기 변화가 심한 가을에는 돌풍을 만나기 쉽기 때문에 다리 위를 운전하고 갈 때 안전하게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주행하십시오. 또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나무 아래 주차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마른 나뭇가지 등이 강풍에 부러지며 차에 떨어져 흠집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 외에 히터와 열선을 자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이런 부분을 점검해야겠죠. 특히 차 실내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좋은데요. 이를 위해 방습재를 차 안에 비치하는 것도 자동차 관리의 한 방법이 됩니다. 예전엔 차 안에 숯을 싣고 다니는 분들도 종종 보곤 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소금도 습기를 머금는 효과가 있어서 독일에서는 이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적고 보니 꽤나 신경 쓸 게 많은 가을철 운전이네. 안전한 운전을 위해 귀찮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위에 내용들을 하나의 운전 습관으로 만드셨음 합니다. 좋은 계절 방심없는 안전운전하며 마음껏 누리시기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