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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운전, 이렇게 하면 된다


어제 위플프랑크푸르트 사이트에도 동료가 기사를 올렸습니다만, 볼보가 제네바모터쇼 기간 중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일명 '자전거 보호 시스템'이 그것인데요. 관련한 내용을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읽은 분들이 계실 겁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전거를 감지하는 센서가 자동차와 자전거가 충돌의 위험성을 감지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운전자게 이에 반응을 안 하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주행을 멈추는 그런 기능이죠. 보행자 감지 시스템과 연동돼 내년부터 모든 차량에 적용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유럽은 자전거 천국이면서 동시에 사고도 많은 지역입니다. 정말 날씨 좋아지면 도로에 자전거 부대들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데요. 독일처럼 나름 교통 법규 잘 지키는 나라도 500~600명 정도의 자전거 운전자들이 매 년 자동차와 충돌로 사망합니다. 접촉 사고는 년 7만 건이 훌쩍 넘을 정도죠. 이처럼 자전거와 자동차의 사고가 많은 유럽에서 왜 이런 시스템이 이제서야 나왔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요.


자동차의 안전장치가 많아지는 만큼 자동차 사고율은 낮아졌을까요? 안전벨트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고 시 사망율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또 안전벨트 외에 능동적 안전장치들, 예를 들어 ABS, ESP, 최근엔 추돌 방지 비상 제동시스템까지. 거기에 에어백 포함하면 갈수록 자동차의 안전 시스템은 다양화 고급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장치들 덕에 운전자들의 사망율은 낮아지고 있다고 계속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망율은 낮아질지 몰라도 자동차의 사고율, 그러니까 사고가 나는 비율 자체는 생각 보다 많이 줄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현상을 상당히 흥미롭게 설명한 이론 중 흔히 펠프만 효과, 위험항상성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위험항상성 이론

이 이론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안전띠를 매고 있으면 충돌 시 사망확률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재론의 여지가 없는 얘깁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다는 것, 즉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오히려 안전띠를 안 했을 때 보다 높을 수 있다. 라는 것이죠. 도로교통공단 같은 곳에서 나오는 자료를 보면, 도로 상태가 좋고 교통표지판이 잘되어 있는 도로에서 오히려 자동차 사고가 잘 난다고 합니다.


직선로가 곡선로 보다, 맑은 날이 비가 오는 날 보다 사고율은 더 높다는 거죠. 운전하기 더 좋은 환경에서 자동차 사고가 더 많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한 캐나다 심리학자가 타겟 리스크(목표 위험)라는 말에 대해 설명하며 예를 들었는데요. 횡단 보도가 없는 차도에서 보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사고가 더 많고, 아이들이 함부러 열기 어려운 약병이 만들어졌지만 아이들의 약물사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겁니다. 


자동차의 안전장치가 더 좋아지고 있지만 사고는 여전하고, 안전한 횡단보도 위에서 사고율은 높고, 애들 보호하려는 약병은 되려 약물 사고를 빈번하게 만든다. 과연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발생되는 걸까요? 한 마디로 사람, 그러니까 운전자와 보행자,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더 좋아진 시스템에 의해 조심성이 떨어진 것입니다. '방심'을 하는 거죠.


 

도로 위에 잘 드러나지 않게 살짝 얼음이 있는 것을 블랙 아이스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날씨가 아주 나쁘거나 춥거나 할 때 (오늘 이곳 프랑크푸르트는 폭설이 내려 난리가 났는데) 보다는 추위가 풀리는 시기, 일교차가 클 때, 운전자들은 눈에 잘 안 보이는 이런 얇은 얼음막을 무시하고 주행을 하다 사고를 당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도로상황이 안 좋으면 운전자들은 긴장을 하고 운전에 집중을 해서 사고율은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위험이 증가하면 긴장도 커지고 위험요소가 줄어들면 그만큼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게 위험항상성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설명하는데 반대의 경우로 스웨덴을 자주 전문가들이 언급하는데요. 1960년대 스웨덴은 좌측운행(영국이나 일본)용 도로를 우측운행(대한민국 미국 독일)형태로 바꿉니다. 이때 교통사고에 대한 염려가 굉장히 컸다고 하는데요. 놀라운 건 오히려 제도가 바뀌고 난 뒤에 교통사고 사망율이 17% 정도 떨어진 겁니다. 근데 허탈하게도 이 낮아진 사망율은 점차 운전자들이 도로에 적응이 되면서 다시 옛날 수준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우리는 운전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건 운전자 누구나 알고 느끼는 부분이죠. 하지만 뻥뚫린 도로나 한적한 도로에선 운전을 그리 집중해서 하지 못합니다.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긴장감의 해소가 원인이겠죠. 사실 매 순간 어떻게 악천후 속에서 운전하듯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운전자의 심리변화가 사고율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잊어선 안될 겁니다.



최고의 안전운전 비법!


아무리 자동차의 안전시스템이 좋아졌다고 해도 사고는 생각지 못한 형태로 언제든지 나를 덮칠 수 있습니다. 그럼 자동차의 안전사양은 필요없는 걸까요? 아니죠. 이런 안전 시스템이 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선 운전자가 항상 안전운전에 대한 적절한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만으로는 사고를 막기에 한계가 있는 겁니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운전자가 되는 방법은, 내 차에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운전을 하는 것입니다. 너무 극단적인가요? 실제로 차는 좋은 시스템들을 장착하고 있겠죠. 하지만 운전자는 어떠한 시스템적도움도 없이 오로지 나의 힘으로 차를 제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그건 자동차 주행 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위험의 경우를 가장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 이렇게 긴장상태의 운전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다음으로 제가 강조하는 건 '좋은 운전습관을 만들라.'는 것인데요. 학원이든 내 스스로든, 핸들을 잡았을 때 몸에 익숙한 습관이 얼마나 나와 남의 안전을 배려하고 있는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지 못한 점은 버리려 노력하고, 반대로 좋은 자세를 몸에 익히게끔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그냥 내달리던 습관이 있다면 누가 뭐라하든 일단 정지하는 습관으로 바꾸시고요. 한 손으로 운전하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운전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양손으로 핸들을 쥐고 운전하는 행동으로 바꿔내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상식적인 관점에서 좋은 운전 습관을 길러낸다면 앞서 말씀 드린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는 생각으로 하는 운전'은 덜 피곤한 일이 될 겁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아무리 차가 충돌 안정성이 높아졌고, 각 종 안전시스템이 장착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걸 믿고 방심하는 순간 당신은 높은 사고의 위험에 노출이 됩니다. 그러니 설령 좋은 차 타고 다니셔도 가장 원시적인 운전자 중심의 운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장치에 기대지 마시고요. 그리고 평소 안전운전을 위한 좋은 습관을 익히세요. 자동차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죠? 후회하지 않게 미리미리 준비되어 있어야겠습니다.  

(참, 위플프랑크푸르트 애플리케이션이 안드로이드용으로 먼저 무료 내려받기 가능해졌습니다. 구글플레이에서 위플 검색하면 다운 받을 수 있고요. 아이폰용은 자체 리뷰를 거쳐 다음 주 중에 다운로드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