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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영국, 독일 등에선 이런 중고차가 잘 팔린다

상태 좋은 중고차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마음은 세상 누구나, 어디서나 다 같을 겁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중고차를 선택하는 세부적인 기준은 지역이나 문화 등에 따라 좀 다른 거 같더군요. 그러면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오늘은 독일과 영국의 경우를 통해 우리나라의 중고차 선택 기준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 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제가 쓴 내용이고 영국은 스케치북다이어리 자주 찾아주시는 '고니'님이 남긴 글입니다. 물론 두 나라의 중고차 구입 특성이 두 사람의 글로 다 설명이 되는 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크게 틀린 부분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 독일 경우부터 보실까요?

 

<독일>

1. 연식이 아닌 킬로미터

독일의 경우는 자동차가 몇 년 됐느냐 보다는 몇 킬로미터를 주행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 얘기는 내가 구매하려는 자동차가 언제적 모델인지 보다는 얼마나 더 탈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건데요. 누적주행거리가 높은 신형 파사트 보다는 누적 주행거리가 짧은 구형 파사트를 사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우토반을 자주 이용하는 장거리 차량의 경우 짧은 연식에도 불구하고 누적거리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런 차들은 연식 상관없이 가격도 많이 떨어지게 되죠. 반대로 연식은 좀 되었어도 주행거리가 적으면 그 차는 좀 더 좋은 조건에 팔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점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나 싶긴 합니다만 실용적인 독일인들에겐 좀 더 이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거 같습니다.


 

2. 소형급에 오토매틱은 No~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 자신이 타던 차를 팔려고 중고차 판매점을 좀 돌아다녔습니다. 차는 일본제 소형 모델이었고, 3년에 주행거리는 6만킬로미터로 매우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었죠. 이유는 소형차에 오토매틱이라는 것이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오토매틱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운전자들께선 이해가 안갈 텐데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소형차에 오토미션을 장착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찾는 손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짧은 주행거리의 차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3. 준중형 이상은 디젤이 인기

소형이나 경차는 아시는 것처럼 디젤이나 가솔린이나 연비차는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준중형 이상으로 넘어가면 분위기는 달라지는데요. 독일에선 중형의 경우 왜건, 그리고 디젤이 하나의 큰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중형 이상에서 가솔린 모델은 인기가 없는 편이죠.

 

준중형도 비슷합니다. 디젤 모델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이 얘기는 디젤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준중형 이하에선 가솔린과 디젤이, 그리고 중형 이상에선 디젤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디젤이 주를 이루고 있는 SUV, 그리고 디젤 세단들이 점점 더 시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4. 썬루프가 좋아요~

유럽 사람들의 햇빛 사랑(?)은 유별나죠. 빛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추운 겨울에도 눈이 시리도록 햇살이 자주 내리쬐는 우리나라 기준에서 보면 유럽은 칙칙함 그 자체인데요. 그렇다 보니 겨울이건 여름이건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썬루프, 혹은 유리지붕의 차량들이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요즘 차들은 썬루프까지는 아니어도 유리로 개방감도 높이고, 햇볕도 많이 쬐게끔 지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에서 같은 조건의 차라면, 썬루프가 있고 없고, 또 유리지붕이냐 아니냐에 따라 선호도는 가격 이상의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5. Inspection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즘 독일은 차량 배기가스 및 기본 검사를 2년에서 1년에 한 번으로 줄이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운데요. 이런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검사와는 상관없이 독일 운전자들은 거의 대부분 자비를 들여 1년에 한 번씩 차량 검사(Inspection)을 받습니다.

 

이 검사 비용이 우리 돈으로 수십만 원 정도 하기 때문에 은근히 부담이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하는 이유는, 이걸 받았느냐 안받았느냐에 따라 차의 구매 여부가 결정이 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를 내다 팔 때 이 검사 확인표를 꼭 보여주고, 또 설명을 덧붙입니다. 가장 중고차 매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6. 기 타

그밖에도 믿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계약서 양식을 제공하거나 매매 시의 체크 사항들을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주는 편이죠. 또한 차의 색상도 중요한데 젊은 고객들은 검정색을, 중장년층은 은색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점도 매매에서 중요한 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

1. 연식 Vs 마일 (영국의 경우는 독일의 각 항목에 맞춰 올려진 글이니 참고 바라겠습니다.)

영국은 보통 자동차가 1년에 1만 ~1만 5천마일까지는 중고차 구매에 큰 영향을 안 끼치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기준을 어지간하게 넘어가지 않는 한 연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요.또한 영국에서는 회사에서 차를 내어 주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요. 그렇게 때문에 3년 정도 된 중고차가 정말 많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생산자 워런티가 대부분의 경우 3년(독일차들의 독일 내 워런티는 2년이죠. 욕 무지하게 먹는 부분입니다.), 보통 자동차 리스 계약이 3년 등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도 년식의 중고차를 많이 고르게 되지요. 그런데 문제가, 영업사원들이 타던 차냐 아니냐에 따라 마일이 후~욱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마일리지 보다는 연식을 (15000 마일 까지), 그 이하는 자기가 원하는 옵션을 가진 차를 선택하게 되지요.

 

 

2. 소형 오토차량

영국도 소형 오토는 찾기 어렵습니다. 영국인 친구한테 물어 봤더니 "남자 답지 않게!" 라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는데요.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오토는 운전이 아니다. 진정한 드라이버라면 스틱!"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요즘 점점 편안함을 추구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형에 오토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고마워요~ 차 팔려고 하는데...)

 

 

3. 중형급의 디젤화

여기서 중형급의 디젤화의 이유는 처음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회사 때문입니다. 독일은 어떤지 모르지만 영국은 디젤의 기름 값이 더 비쌉니다.(독일은 디젤이 더 쌉니다. ^^) 하지만 연비가 더 좋기 때문에 그걸로 디젤차는 영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 


회사가 공급한 차일 경우(법인차량) 회사에서 "지원세 (benefit Tax)" 라는 것을 내야 하는데 그게 차의 연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도 디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사들이 주 고객층인 중형급에서 디젤 차량이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형급에 가면은 또 달라집니다. 돈 많은 회장님들은 아직도 "차라면 가솔린" 이라는 공식을 따진다는 거겠죠?

 

 

4. 썬루프

영국은 정말 암울한 나라입니다. 1년에 햇빛을 보는 날이 며칠 되지 않을 정도로 우울한 회색의 나라죠. 그래서 저는 영국인들을 "햇빛 벌레" 라고 부르는데요. 날이 추워도 햇빛이 좋으면 다들 정원/ 공원으로 몰려 나와 일광욕을 합니다. 정말로 일광욕 하는 사람들 옆에 코트를 입고 앉아서 커피를 호호 불어 가며 마시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죠.

 

하.지.만. 썬루프가 달린 차는 찾기가 힘듭니다!! SUV나 소형 차에서는 볼 수 있지만 비싸지는 프리미엄급 차 (BMW나 벤츠 등), 중형차 급에서는 찾기가 힘듭니다. 이유는 역시나 "회사차" 입니다. 이게 업무용 법인차이다 보니까 옵션을 그 정도로 자유롭게 넣지 못해 중고 프리미엄 급에서는 썬루프가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5. Service

(자비를 들여 1년 마다 정기점검을 받는 것) 독일과 정확히 똑같습니다. 그래서 중고차를 볼때 Service Book이라는걸 보여주기도 하고 광고에 Full Service 라는 말을 써 넣기도 합니다. 또 공식 딜러 Service냐 아니냐에 따라 중고 차의 가격이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광고에 Full Service by Dealer라고 쓰인 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받을 때 마다 약 40~60만 원 정도로 더 비쌉니다... 그래도 팔 때 생각하며 받는 거죠.)

 

 

6. 기 타

영국에서도 중고차 사기는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훔친 차를 사서 경찰이 차를 가져가 버리는 일도 왕왕 있고, 마일리지를 속인 차를 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보장을 바란다면 2천 파운드 (약 360만원) 더 비싼 가격으로 공식 딜러한테 사는 방법도 있구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돈" 입니다. 돈이 있다면 믿고 살 수 있는 곳에서, 돈이 없다면 문제 없는 차이길 바라며 구매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지요. 뭔가 찝찝한 결론 이군요.

 

독일의 경우도 법인들이 운영하는 차량이 매우 많고, 개인이 구매하는 것 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 내용도 얼마 전 한 번 다룬 적이 있죠. 그런데 재밌는 건, 독일의 경우 회사차는 옵션이 적은 반면에 렌터카 등은 굉장히 풍부하게 옵션이 적용돼 있다는 건데요. 같은 유럽임에도 이처럼 같거나 미묘한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는 게 재밌지 않나 싶습니다. 기분 좋은 월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