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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대한민국 운전자들에게 던지는 4가지 질문

추운 날씨였음에도 많이 걷고, 많은 대중교통을 애용했던 한국방문일정이었습니다. 가급적 자동차 뿐만이 아니라,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이나 교통 문화 등도 나름 주의깊게 살펴봤던 2주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이제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독일로 돌아갑니다.

떠나기 전, 그간 보고 느꼈던 도로 위의 모습들에 대해 질문 형식으로 의견을 남겨볼까 합니다. 이제 이 글을 읽으실 당신께 던져지는 질문들에 어떤 답을 주실지 기대해보며 4가지 질문을 시작해보겠습니다.


1. 클락션, 얼마나 자주 쓰십니까?

사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크게 개선되었다고 느낀 것이 바로 "빵빵" 거리는 소리가 많이 준 점입니다. 제 개인의 느낌에 의한 평가이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 의견일 수 있겠지만, 과거 한국에서 운전하며 느꼈던 것과는 분명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복잡한 대도시에서 경적음을 사용하지 않고 운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기에 더 다행이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불필요한 클락션 사용을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며칠 전에도  우회전 코너 자리에서 택시가 승객을 내리고 있었고 우회전을 못하공 있던 뒤차량들이 신경질 적으로 빵빵거리더군요... 말 그대로 소음공해였습니다.

택시의 잘못이 분명해 보이기는 했지만 까짓, 잠시 참아버리면 되는 것인데 그 몇 초를 못 버티더군요. 급한 운전, 버럭운전, 주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빵빵거리는 이기적 운전이 결국 클락션을 누르게 한 주된 이유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또 신호가 바뀐 후에 바로 출발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경적음의 몰매를 맞아야 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했습니다.

조금만 참고,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을 때, 나의 운전도 침착하고 편안한 운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다음 방문 때, 그런 긍정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음 좋겠네요.




2. 대한민국의 차들 다이어트해야 하지 않나요?

편도 4차선  어느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 느낀점입니다. 기아의 모닝을 제외한 차량들이 대부분 국산 중형급이었고, 새로 나온 준중형 모델도 보이더군요. 그런데 넓은 차선에 차들이 여백 없이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선의 폭이 우리나라가 좁은 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왜 이렇게 좁은 골목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차들은 되려 점점 커지는 걸까요?

우선은 체형의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점점 커지는 사람들의 변화를 자동차가 수용한 것이라고 좋게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큰 유럽사람들도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차들 별 탈 없이 운전들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체형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실내공간은 차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숨은 공간을 찾아내는 설계능력 등을 통해서도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그랜저가 전장은 오히려 줄고 휠베이스를 늘렸다는데, 그 점만 놓고보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혹 차체가 커야 더 안전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지만, 덩치를 키워 안전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훨씬 다양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자동차 가격이나 연비, 그리고 환경 등에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차선폭을 줄이는 것도 자동차 다이어트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어떤 분들은 도로폭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 만든다고 하니까, 그러면 사고 더 나지 않겠냐고 걱정하시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유럽의 좁은 도로폭에선 매일 엄청난 양의 접촉사고가 나야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잖습니까? 영국과 같은 나라는 항상 교통사고 사망자 수나 사고율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결과가 나옵니다. 문제는 도로의 폭이 아니라 운전자의 운전습관인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동차의 덩치가 점점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큰 차를 타는 것을 자신을 알리는, 즉 과시하려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차가 커야 더 좋은 것이라고, 차가 커야 나의 신분도 비례해 커진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나요?... 이런 남을 의식하는 태도들이 잦아진다면 대한민국의 도로도 한결 여유롭고 실용적인 공간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3. 횡단보도 당신은 어떻게 지나가시나요?


사실 이번 방문 중에 많이 걸어다녔기 때문에 그만큼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빈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어느 때 보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횡단보도 근처에서 위험한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양방향에서 사람이 지나가는데 그 거 기다리기 싫다고 되려 가속을 해서 뚫고 지나가는 운전. 사람이 있건 없건 일단 횡단 보도 주변에서는 감속을 하거나 일단 정지를 해야한다는 기본은 부끄러운 규칙쯤으로 여기는 운전. 횡단보도 정지선을 물고 멈추거나 지나쳐 횡단보도 한 쪽에 턱하니 버티고 서는 운전 등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심한 경우는 신호등의 보행자 표시에 따라 사람들이 건너고 있는 순간에도 마치, 자동문 사이를 재빨리 통과하는 사람들처럼 자동차들이 묘기를 부리며 지나가는 광경은 아찔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일단 주행하는 차들이 모두 지나가고 도로가 비어 있는 거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뛰듯 건널 수 있었는데요. 

이런 운전문화는 정말 하루빨리 고쳐져야 할 겁니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횡단보도 주변에 사람 냄새만 나도 바로 멈춰서는 자동차 선진국들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경험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것은 강하게 법규로 규제했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운전자들 스스로가 보행자를 배려하고 안전을 생각하는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생활이 되는 것입니다.

제발이지 횡단보도에서만이라도, 자동차 눈치 안 보고 편안히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4. 안전벨트, 운전할 때만 매는 건 아니겠죠?

지방을 갈 일이 있서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의 일입니다. 대부분이 젊은 승객들이었던 버스 안에는 일본인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둘러보니 저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안전벨트를 하고 있지를 않더군요. 마치 저 혼자만 착실한 범생이가 된 듯한 뻘쭘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그래도 요즘은 자신의 차를 주행할 때엔 많이들 벨트를 맵니다. 하지만 보조석이나 뒷좌석, 또는 대중교통 이용할 때는 여전히 안전벨트는 나와 무관한 것이 되고 마는 건 아닌가 싶더군요. 혹시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남들 다 안 하는데 나만하면 좀 그렇지 않나 싶어 애써 모른 척 하는 것은 아니십니까? 내가 안전의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자동차의 에어백이 어떻느니, 차체가 이래서는 사람 쥐포된다느니 하는 얘기 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부디,  남들 시선 의식하지 말고! 또 귀찮다고 외면치도 말고,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지금 당장 안전벨트를 생활화 하십시오. 벨트의 딸깍하는 연결음은 당신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