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록을 공인하는 곳' 하면 바로 기네스가 떠오릅니다. 기네스북은 이런 최고와 최초, 또는 최악의 기록들을 모아 소개하고 있고, 어렸을 땐 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네스북 들여다 보기도 하고 그랬죠. 그런 기네스북엔 자동차 관련한 다양한 기록들이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몇 개만 소개해볼까 합니다.
잔디 깎는 기계에 진심이었던 혼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잔디 깎는 기계 기록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회사로 잘 알려진 혼다가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브랜드 중에서도 달릴 줄 아는 자동차와 바이크를 만드는 곳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죠.
2014년 혼다는 스페인 MK1이라는 이름의 잔디 깎는 기계로 시속 187.6km의 속도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기존 기록보다 45km/h 이상 빨랐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스포츠 바이크 엔진을 심어 이룬 성과였습니다. 당시 운전자는 한 언론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이듬해 노르웨이 회사가 만든 잔디 깎는 기계 '바이킹 T6'에 기록을 빼앗기고 맙니다. 당시 기록은 215km/h였습니다.
혼다가 가만히 있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2019년 MK2를 제작했고, 독일 테스트 트랙에서 스턴트우먼 제시카 호킨스는 시속 242.99km까지 속도를 올리며 다시금 새로운 기록을 세웁니다. 192마력의 CBR 1000R 바이크 엔진이 들어간 이 잔디 깎는 기계는 규정에 의거, 실제로 잔디를 깎을 수 있어야 했다는데요. 도대체 혼다는 이 기록을 위해 몇 년을 투자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진심(?) 어린 도전에 박수라도 보내야 할까요?
<잔디 깎기 기계 주행 영상>
후진으로만 800km를 달린 남자
차를 몰고 800km의 거리를 달리는 일은 아무 생각 없이 스포츠 경기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는 다른 일입니다. 그런데 이 거리를 오로지 후진으로 갔다면? 그 끔찍한(?) 일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2004년 롭 기븐리는 캐나다인은 자신의 세단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로 캘거리의 한 서킷에서 807km의 거리를 평균 65km/h의 속도로 달린 것입니다.
이 잘 안 알려진 특이한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하긴, 누가 이런 무모한(?) 도전을 이어갈까요... 도전에 함께한 크라운 빅토리아는 미국 영화에서 정말 많이 본 그런 자동차입니다. 노란 택시, 또는 미국 경찰차 등으로 흔하게 사용됐기 때문이죠. 튼튼하면서 싼 가격으로 미국 등에선 업무용 차로 특히 애용됐습니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되었던 진정한 아메리카 타입 풀 사이즈 세단으로 평가됩니다.
아직까지 세계 여행 중인 부부
1984년 스위스에 사는 에밀과 릴리아네 슈미트 부부는 1~2년 정도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지역을 토요타 랜드크루저로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연장되었고, 결국 2017년 186개의 나라 741,065km의 거리를 달리며 세계 기록을 세웠습니다. 1~2년 정도만 하려던 자동차 여행이 30년을 넘긴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들은 아직도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개국 이상을 다녔고, 그 주행 거리만 약 80만km입니다. 저축으로 모았던 여행 경비는 이미 바닥을 보인 지 오래였죠. 운 좋게 비용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비용을 최대한 아끼며 다니는 중입니다. 이젠 그만 멈췄으면 어떨까 싶지만 정작 부부는 여정을 후회하지 않는 듯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세계일주 관련한 기록들 중에는 이런 것도 있죠. 인도 출신의 살루 추드후리와 아내 니나 추드후리는 1989년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기네스의 규칙을 준수한 가운데 6개 대륙을 모두 달리며 최단시간 자동차 세계일주 주인공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70일간의 세계일주(정확히는 69일 19시간)를 실제로 해낸 것입니다.
999계단 오르기는 자동차
랜드로버는 2018년 희한한(?) 도전을 합니다. 중국의 명소 중 하나인 천문산의 999계단을 레인지로버 스포츠 플러그인 모델로 오른 것입니다. 이 아찔한 도전을 위해 포뮬러파나소닉 재규어 레이싱 팀과 포뮬러 1 자우버 팀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약한 중국인 레이서 호핀 퉁이 운전대를 잡았죠.
랜드로버 쪽에서도 성공을 자신하기 어려웠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조금 위험한 도전이 아니었나 싶었지만 결과는 성공! 이미 많은 분이 봤겠지만 다시 한번 영상을 통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당시 도전 과정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영상>
트랙터 맞아? 최고속도 247km/h
끝으로 가이 마틴이라는 TV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오토바이 레이서의 좀 특별한 도전을 소개합니다. JBL에서 만든 트랙터 Fastrac 8000이라는 모델로 가장 빠르게 달리는 트랙터 기록에 도전한 것인데요. 이 트랙터는 약 300마력 전후로 최대 10톤의 무게까지 끌 수 있는, 말 그대로 농업용 장비입니다.
그런데 가이 마틴은 이걸 튜닝해 달리는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7.2리터 디젤 엔진을 다듬어 무려 1,000마력까지 출력을 높였죠. 2019년 여름 첫 번째 도전에서 그는 기존의 기록인 시속 166.72km를 깼습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기록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같은 해 10월 다시 도전을 합니다. 그리고 평균속도 217.57km/h, 최고속도 시속 247.35km로 기네스북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시골길 위를 천천히 달리는 트랙터의 대변신이 아닐 수 없네요.
<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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