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소식은 늘 즐겁습니다. 특히 요즘이 새로운 차 관련한 소식이 쏟아질 때죠. 독일의 경우 일부 자동차 전문지 중심으로 단편적인 신차 출시 계획을 넘어선, 정보를 바탕으로 (출시 일정) 캘린더까지 만들어 독자들에게 제공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독일 주요 매체들이 전하는 신차 소식을 종합해보면 내년, 그러니까 2020년에는 총 200여 대 전후의 새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유럽 시장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신차부터 세대교체 모델, 부분변경 모델, 그리고 유럽 브랜드 외 수입 브랜드의 모델들까지 총망라된 숫자입니다.
오늘은 이 많은 신차 중 독일 브랜드가 내놓을 관심작, 기대작들은 어떤 것들인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 출시 또는 공개될 모델 중 한국 시장 출시가 유력하거나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생각되는 것 중심으로 추려봤습니다.
아우디 AUDI
아우디는 내년 부분변경을 포함해서 약 14~15개 정도의 자동차가 공개되거나 출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중 전기 SUV E-트론 스포츠백과 A7의 크로스오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E-트론 GT에 관심이 쏠립니다. 두 모델 중 아무래도 아직 공개 전인 E-트론 GT에 현재는 더 관심이 가게 되는데요.
E-트론 GT 콘셉트카 / 사진=아우디
E-트론 GT는 이미 2018년 말 콘셉트카가 공개되었고,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파프롬홈)에도 등장하는 등, 기대를 한껏 높여 놓은 상태입니다. 콘셉트 모델과 양산 모델의 디자인 차이는 거의 없을 거라는 게 아우디 측의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실내 구성과 디자인의 변화는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참고로 E-트론 GT는 A7보다 전고가 더 낮습니다. 타이칸과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만큼, 이래저래 경쾌한 주행과 안정적인 주행 가능 거리를 기대하게 합니다. 가격은 역시 고급 모델인 만큼 1억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또 비록 부분변경이지만 아우디의 효자 SUV Q5(2세대)도 기대가 됩니다. 실내외 모두에서 변화가 제법 있을 듯한데, 아우디 신형 A4 디자인을 참고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아우디 신형 A4 / 사진=아우디
BMW
BMW는 내년에 20여 종 전후의 신차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 정도면 쏟아내는 수준입니다. 여러 모델 중 신형 4시리즈 쿠페와 순수 전기 SUV iX3에 시선이 쏠립니다. 특히 4시리즈 쿠페는 이미 소개된 ‘4 콘셉트’의 거대한 키드니 그릴로 인해 디자인 호불호 논란이 불거지기까지 했죠.
실제로 BMW가 자신들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을 크게 키울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는 유출된 공장 사진을 통해 구체화 됐습니다. 조립 라인에 있는 4시리즈로 보이는 모델 그릴이 콘셉트카에서 본 그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홀수 세단과 짝수 쿠페를 이처럼 그릴 크기와 방향을 달리해 구분하려는 BMW의 새로운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4 콘셉트 / 사진=BMW
새로운 4시리즈 쿠페는 엔트리급인 418d (150마력)부터 M440i (374마력), 그리고 터보 6기통 엔진이 들어갈 M4 (510마력 예상)까지 폭넓은 엔진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는 게 독일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예상이었습니다.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디자인, 커지는 그릴 변화가 독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iX3 콘셉트카 / 사진=BMW
그릴이 화제가 된 모델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전기 SUV iX3입니다. X3을 기초로 한 iX3는 키드니 그릴을 좌우 분리한 기존과 달리 콘셉트카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 역시 비판이 만만치 않았던 부분)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형태에서 X3와 큰 차이는 없을 듯합니다.
또 다른 관심 모델이라면 2시리즈 그란쿠페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에 공개된 이 콤팩트 4도어 쿠페는 아우디 A3 세단, 메르세데스 A-클래스 세단, 그리고 CLA 등과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BMW는 2시리즈를 미니밴(액티브 투어러, 스포츠 투어러)과 2도어 쿠페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도어 쿠페 시장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고, 경쟁사들은 콤팩트 4도어 쿠페 세단 시장에서 많은 재미를 봤습니다. 트렌드 변화와 그에 따른 경쟁을 더는 늦출 수 없는 BMW이기에 2시리즈 그란쿠페의 성공은 무척 중요해 보입니다.
2시리즈 그란쿠페 / 사진=BMW
메르세데스 벤츠 Mercedes-Benz
삼각별을 대표하는 모델은 뭐니 뭐니 해도 S-클래스죠. 화려한 벤츠의 플래그십 역사는 S-클래스로 이어지고 있고, 이 멋진 차는 긴 세월 고객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S-클래스가 왜 플래그십의 대표인지 확인시킬 준비를 마친 듯 보입니다. 신형 S-클래스에 대한 소식을 전한 독일의 한 유력 매체는 여러 기술적 설명 대신 ‘플래그십의 테크닉 불꽃놀이’가 펼쳐질 것이라는 짧은 표현으로 새 S-클래스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S-클래스 마이바흐 / 사진=다임러
고급 대형차 시장에 S-클래스가 바람을 일으킨다면 이번에는 신형 GLA가 콤팩트 SUV 시장의 반전을 꿈꿉니다. 201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1백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인 1세대는 조금은 낮은 지상고와 답답한 공간 등, 몇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신형의 최저지상고를 높이고 전장의 큰 변화를 주지 않았음에도 실내 공간을 더 확보하는 등, 지적된 부분 개선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콤팩트 모델들이 생산되는 MFA2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A-클래스나 B-클래스의 안팎 스타일이 신형 GLA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여기에 AMG GLA 45(388마력), AMG GLA 45 S(422마력) 등의 고성능 모델부터 GLA 220e와 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함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신형 GLA의 실내를 예상해볼 수 있는 B-클래스 실내 / 사진=다임러
포르쉐 Porsche
포르쉐도 내년 약 10여 종의 다양한 신차를 선보입니다. 이중 화제성에서는 타이칸만한 것도 없죠. 이 고급 전기 스포츠카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크로스오버형 모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출시를 기다려 볼 필요도 있습니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를 떠올릴 수 있는 콘셉트카 미션 E 크로스 투리스모 / 사진=포르쉐
포르쉐는 타이칸을 4도어 전기 스포츠카와 크로스오버 타입인 크로스 투리스모로 구분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는 파나메라를 세단과 슈팅브레이크(고급 왜건)로 구분해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타이칸에 비해 6센티미터 더 높은 전고를 보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온오프 겸용 모델을 이미 운용하고 있는 다른 브랜드 모델들보다 더 차이를 두는 것이 됩니다. 탑승자 입장에서도 높은 좌석이 주는 시야의 개방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보다 실용성에 조금이라도 더 초점을 두었다면 타이칸보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가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SUV의 장점과 세단의 장점을 얼마나 잘 섞을지 기대되는 가운데, 역시 문제는 3억에 육박( 터보 기준)하는 가격이 아닐까 싶네요.
폴크스바겐 Volkswagen
VW 또한 내년에는 15개 전후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게 됩니다. 골프 신형이 공개된 이후 왜건인 골프 바리안트, 고성능 모델 골프 GTI, GTD 등이 연이어 출시되는데요. 아무리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을 선언했다 할지라도 현재 자신들을 먹여 살릴 최고의 모델이 골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따라서 골프와 그 파생 모델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그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신형 골프 / 사진=VW
그리고 하나 더, 골프 패밀리 못지않게 중요한 자동차가 있다면 바로 티구안인데요. 티구안의 대성공이 폴크스바겐이 SUV 시장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을 토대로 티록과 티-크로스 등, 작은 SUV가 계속 등장하고 있죠. 이런 티구안이 내년에 부분 변경돼 다시 시장에 나올 예정입니다.
전면부 디자인의 경우 상위 모델인 투아렉 느낌이 많이 반영될 걸로 보입니다. 정교해지는 헤드램프 변화는 물론 독일 언론들은 8단계 조절이 가능한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룹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TSI 엔진과 함께하며 효율을 높일 예정입니다.
신형 티구안이 참고할 것으로 보이는 투아렉 / 사진=VW
물론 전기차 공략도 본격화됩니다. 골프의 전기차 버전 ID.3가 공개된 것에 이어 티구안의 전기차 버전이라 할 수 있는 ID.4 역시 내년 말 공개될 예정입니다. 도심에서 주로 이용하느냐 아니면 비포장도로 등, 도심 외 운전을 자주하느냐에 따라 후륜과 네바퀴 굴림 방식 중에서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 1회 완충으로 500km/h까지 달릴 수 있는 콘셉트카 ID. 크로즈의 소문이 ID.4에서 실현될지도 관심거리 중 하나인데, 판매는 2021년 늦게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ID. 크로즈 콘셉트카 / 사진=VW
오늘 소개하진 않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SUV GLS 마이바흐, 포르쉐 911 터보, 폴크스바겐이 만든 소형 컨버터블 SUV 티록 카브리오, 아우디 A3 스포츠백과 세단, 부분변경 될 BMW M5 등도 시장에서 환영받을 만한 모델들입니다. 어떤 신차가 생존에 성공할까요? 또 어떤 모델이 한국땅을 밟게 될까요? 우리 소비자들의 선택도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지켜보고 싶은 부분은 시장을 그간 지배해 온 독일 자동차들이 전기차 시대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하는 것입니다. 발빠르게 흐름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자국에서 나온 후에 보여주는 본격 전기차 행보이기 때문에, 2020년은 그들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재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과연 잘 해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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