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독일 언론이 다루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SUV에 대한 비판인데요. 말 그대로 SUV 전성시대, SUV 폭풍 성장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이런 비판은 자칫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에 대한 오만한 설교쯤으로 여겨질 수 있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그런 내용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SUV는 어떤 점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걸까요?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오프로드를 달리지 못하는 SUV?
SUV로 분류돼 있지만 지상고가 너무 낮아 SUV처럼 보이지 않는 GLA 45 AMG / 사진=다임러
SUV는 큰 틀에서 오프로더까지 요즘은 포함해 분류하곤 합니다. 그런데 새로 출시되는 많은 SUV가 오프로더로서 험로 주행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합니다. 비포장 도로 정도를 달릴 수 있는 수준에 머무는 모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일 일간지 디 차이트는 이런 점을 비교적 강한 어조로 비판했는데요. 특히 지상고가 낮고 지붕이 쿠페형인 SUV의 흐름에 주목했습니다.
SUV 하면 수납 능력에서 전통적인 세단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지상고가 높아서 운전자에게는 시원한 시각적 개방감을 주죠. 그런데 쿠페형 SUV라는 변형 모델들이 쏟아지면서 지상고 낮고 지붕 역시 낮아져 상대적으로 거친 험로 주행에 어려움을 겪고 부피가 큰 물건을 싣는데 손해를 본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온로드 중심의, 스타일에 중점을 두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텐데요. 최근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 흐름인 당분간 계속되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무겁고 높은 SUV의 위험성
레인지로버/ 사진=랜드로버
약 1년 전에도 한 번 다룬 적 있는 내용이지만 독일의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독일 보험협회 조사국에서 일하는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전형적인 SUV 사고라는 것을 다뤘습니다. 전형적 SUV 사고라니요? 예를 들어 무거운 SUV와 그보다 훨씬 가벼운 소형차가 충돌하게 되면 소형차는 무거운 SUV의 충격파에 더 큰 손상, 그리고 탑승자에게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상고가 높기 때문에 이 점 역시 상대적으로 지상고가 낮은 세단이나 작은 해치백과 같은 모델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석 결과는 비단 독일에서만 나온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고속도로 보험 안전협회(IIHS)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면밀하게 조사한 바 있습니다.
왜 이렇게 교통사고가 늘었고, 왜 사망자나 중상자가 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해본 것인데요. 점점 더 늘어나는 고마력 자동차들, 그와 함께 역시 늘어나고 있는 SUV 등이 사고를 일으키는 횟수가 늘었고, 그로 인해 큰 부상자들을 만들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또 SUV 자체가 지상고가 높고 코너링 등에서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전복의 위험이 높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SUV
본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코디악 / 사진=스코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SUV는 무겁습니다. 그만큼 연비 효율성에서도 손해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더 많죠. 디젤이 장착된 경우, 특히 노후 SUV의 경우 많은 질소산화물을 내뿜습니다. 환경 친화적이라 하긴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나마 기대하는 것은 수소전기차나 배터리 전기차 등이 주로 SUV로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들이 대중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SUV로 인해 발생하는 배출가스 문제는 제조사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인데, 제조사 스스로는 냉정하게 봤을 때 불가능하고, 결국 예리하고 현명한 법과 규칙들을 통해 제어하고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위압감 주는 SUV
점점 더 커지는 덩치와 강해지는 인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운전자들에게는 위압감을 줄 수 있다. 싼타페 / 사진=현대자동차
도심에서 특히 덩치가 큰 SUV는 덩치가 작은 자동차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죠. 급차선 변경을 한다든지, 또는 바짝 붙어 운전하며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행동, 거기에 작은 차에 탄 운전자는 앞에 큰 SUV로 인해 전방 도로 상황을 잘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SUV 운전자들께는 조금 더 안전운전에 신경 쓰고 배려하는 그런 운전이 필요합니다. 조금만 과격하고 거칠어도 상대가 느끼는 불안감과 위압감은 작은 차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SUV 운전자들에게만 요구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상대적으로 더 신경써서 안전 운전을 했으면 합니다.
SUV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죠. 무엇보다 제조사들이 더 마진이 큰 SUV를 선호하기 때문에 SUV를 놓지 않을 겁니다. 애스턴 마틴도, 페라리도 SUV를 내놓을 정도이니 말 다 했죠. 하지만 SUV가 많아지는 만큼 도로 위험성도 커진다는 거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언론 또한 SUV의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소비자를 위해 주기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환기하자는 얘기입니다. 아무쪼록 SUV 오너들께서 배려하는 모습 보여주셔서 이런 이야기 더는 필요 없게 되었으면 합니다.
설문조사 중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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