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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르노 메간 수입 소식에 가져본 엉뚱한 기대

며칠 전 제가 정기구독하는 독일 자동차 잡지 사이에 르노 메간 홍보 팜플렛이 끼워져 왔습니다. 르노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메간(Megane) 4세대를 처음 공개됐고 얼마 전부터 유럽에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죠.

1995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준중형급(C세그먼트)이니까 그리 역사가 길진 않지만 클리오 세닉 등과 함께 르노를 먹여 살리는 볼륨 모델이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메간은 스타일이 좋지 않았습니다. 못생긴 차의 전형적인 느낌을 줬었죠. 그러던 게 2008년 출시된 3세대로 오며 많이 다듬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출시된 신형은 한층 더 세련된 모습을 하고 우리 앞에 왔습니다.


메간 / 사진=르노


메간의 특징

유럽에서는 독일의 국민차라는 골프와 경쟁을 벌이는 프랑스 국민차 메간이지만 각종 비교 테스트 결과를 보면 성능에서는 전반적으로 골프 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실시된 한 비교 테스트에서는 푸조 308보다 조금 낫고, 골프와 아우디 A3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아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스페인산 세아트 레온에 밀리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특별히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못한 것도 없는 그런 해치백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메간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모던한 외관일 겁니다. 특히 205마력짜리 메간 GT의 경우는 일반형 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죠. 또 서스펜션 등이 안정적인 주행을 돕고 승차감도 편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향 성능이 좋아서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주행감은 괜찮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새로운 4륜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듯합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제동력, 그리고 플라스틱 느낌이 많은 실내가 아닐까 합니다. 조립 마감은 괜찮은 편이지만 실내 디자인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하고, 전체적으로 차에 탔을 때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진 못한다고 봐야 할 거 같은데요. 특히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가솔린 132마력과 디젤 130마력은 힘 부족 얘기가 나올 것이 예상됩니다. 결국 좀 더 강한 성능을 원한다면 제법 비싼 GT 수준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메간 GT / 사진=르노


한국 땅 밟는다는 메간, 그리고 눈에 띄는 르노의 변화

요즘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 모델들을 그대로 들여와 판매를 하고 있죠. 수입차이지만 가격 부분의 부담을 줄여 국산 자동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최근 탈리스만에 이어 메간 역시 우리나라에 수입이 된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SM3와 SM5 사이에 SM4라는 이름과 포지션으로 한국에 소개될 거라고 합니다.

메간이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콤팩트 모델로 평가를 받을지 다소 의문스럽긴 하지만 르노삼성 입장에선 가격 부담을 포지션 변화를 통해 최소화하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메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진짜 이유는 르노가 유럽에서 보여준 놀라운 무상보증 기간 정책에 있습니다.


2년 무상보증에서 5년으로!

메간 카탈로그

제가 받아 본 메간 자료집에 유독 눈에 띄는 숫자가 하나 있더군요. 바로 5년 무상보증 내용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무상보증을 가란티(Garantie)라고 읽고 표시하는데, 5년 무상보증 수준은 유럽에서는 한동안 현대차(5년, 주행거리 무제한)가 유일했습니다. 최근엔 일본 미쓰비시와 스바루 등이 5년 보증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주행거리 무제한의 경우는 현대뿐이죠. 

특히 독일, 프랑스, 이태리 자동차들은 유럽이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이 2년, 일부 모델에 한해 3년 무상보증을 실사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결국 추가요금을 내고 기간을 더 늘리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었는데, 최근 르노가 전 모델의 보증기간을 5년 또는 주행거리 10만 킬로미터로 늘린 파격적 결정을 한 것입니다.


르노 독일 홈페이지 캡처 화면


한국에서 르노삼성이 도전하면 안될까?

르노의 이러한 공격적 무상보증 정책은 현대나 기아(7년, 주행거리 15만 킬로미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요. 저는 르노삼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수준의 무상보증 정책이 실현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대와 기아 그리고 쉐보레, 거기에 티볼리로 새롭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쌍용 등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유럽 모델들을 들여오는 것 외에도 보증기간 정책 변화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붙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충분히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르노삼성발 보증기간 연장이 실현된다면 현대와 기아차에게도 강한 압박이 될 수 있겠죠. 따라서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 더 관심을 갖고 강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도 함께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무상보증기간을 늘리는 게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유럽에서 르노가 이미 실시를 하고 있는 5년짜리 보증 정책이니만큼 르노삼성도 진지하게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유럽보다 한국에서 더 치열하게 보증기간 경쟁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제목에 엉뚱한 기대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사실은 전혀 엉뚱하지 않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그런 내용입니다. 어떠세요, 우리나라 운전자들 이런 정도의 서비스 받을 자격, 충분하지 않나요?


메간 / 사진=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