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사설구급차량 운전대원 퇴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황당해 했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운전대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벌어진 사고로 밥줄이 끊겨버린 것이죠. 이 사건을 보면서 긴급출동 체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독일 응급차량 길터주는 장면. 사진제공=adac
▶응급차량 교통사고, 다른 접근법 필요
인천에서 4살짜리 위급환자를 태우고 달리던 사설구급차량은 막히는 도로를 달리다 급제동된 쏘나타 차량과 추돌사고를 일으킵니다. 급했던 운전대원은 자신의 면허증을 내밀고 아이를 병원에 이송한 후에 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하자고 이야기를 했죠. 하지만 사설구급차량 운전대원을 의심했던 것으로 보인 피해차량 운전자는 사고를 현장에서 처리하자고 버텼습니다. 결국 운전대원이 피해차량을 직접 옮긴 후 병원으로 아이를 후송했고 다행히 아이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인천 응급차량 소식을 전한 SBS 뉴스 화면 캡쳐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SBS 뉴스를 보니 도로가 꽤 막혀 보였습니다. 싸이렌 소리와 길 터달라는 운전대원의 안내 멘트에 여러 차들이 길을 터주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워낙 촘촘하게 차들이 들어찬 상황이라 쉽게 응급차로가 만들어지지 못했죠. 신호가 바뀐 후 응급차량이 치고 나갔지만 좌회전 신호를 받던 차량들이 빨간불에 멈춰섰고, 결국 빠져나가려던 구급차는 뒤에서 앞 차를 드리받게 된 겁니다.
이때 받힌 쏘나타 운전자의 행동에 대해선 전 국민적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에 여기선 그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응급차를 운전하던 운전대원이 그 사고로 인해 벌점 50점을 받으면서 회사로부터 퇴사 조치를 받게 됐다는 점입니다. 두 달 면허 정지는 운전대 놓으라는 얘기밖에 안되는 것이죠. 당시 추돌사고를 낸 운전대원 벌점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차량 탑승자 2인 각각 전치 2주 : 벌점 총 10점
*응급차량 탑승자 2인 (보호자 전치 6주, 아기 환자 전치 3주) : 벌점 총 30점
*안전거리미확보 : 벌점 10점 + 벌금 2만 원
벌점 40점부터 면허정치에 들어가고, 결국 당시 운전대원은 2달 면허정치 처분을 받게 돼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해당 운전대원의 글을 보니 전치 6주가 나온 환자 보호자는 당시 아이를 살리기 위한 운전대원의 노력을 인정해 경찰에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직접 연락까지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한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법 적용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따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급차량을, 그것도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있는 환자를 태우고 달려야 하는 구급차량에 일반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는 게 적절한 걸까요? 이런 경우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있기 때문에 사고 전후의 모든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정상참작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환자를 태우고 달리다 난 사고인지 복귀하다 낸 사고인지, 또 일반적 운전 미숙, 혹은 위협 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등인지를 철저히 분석해 그 상황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든 벌점을 줄이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황당했던 것이 안전거리미확보로 벌점과 벌금을 받은 부분이었는데요.
환자 생명이 달린 상황에서 차간 거리를 확보하며 달려야 하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건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건 면허교육 때나 제대로 가르치고, 응급차량에 대해선 예외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응급차량 사고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법적용을 한다면 긴급출동 때 운전대원들이 교통사고 걱정으로 제대로 시간과의 싸움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설구급차량 (일반구급차). 사진=위키백과
▶사설 구급차 이용료의 현실화
작년 여름, 그 동안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불만이 많던 사설구급차 이용요금이 인상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아마 지금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사설구급차는 일반구급차와 특수구급차로 나뉘죠. 특수 구급차는 빨간색 줄무늬가 들어가고, 차량 안에 비치되는 장비도 더 많습니다. 원칙대로라면 119 구급차 수준이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요금 폭리를 취하는 경우나 반드시 탑승해야 하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제외), 그리고 응급구조사 등 조차 태우지 않고 운행하는 일이 아주 흔했습니다. 이 모든 게 낮은 수익률에서 오는 현상이었죠.
그래서 요금을 올려주기로 정부가 결정을 내린 것인데요.
*10km 거리 이내 주행 시 (기본요금)
일반 구급차 : 과거 2만 원 ---> 현재 3만 원
특수 구급차 : 과거 5만 원 ---> 현재 7만 5천 원
*거리 초과 시 (1km당)
일반 구급차 : 과거 800원 ---> 1,000원
특수 구급차 : 과거 1,000원 ---> 1,300원
*주행거리 50km일 때
일반 구급차 : 과거 52,000원 ---> 70,000원
특수 구급차 : 과거 9만 원 ---> 12만 5천 원
*구급차 안에 미터기와 카드 결제기 설치 의무
혹시라도 사설구급차를 이용했는데 이런 법적 기준을 어기고 요금을 더 요구받는 경우 반드시 신고를 하셔서 법적 보호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와 반대로, 박봉에 시달리는 운전대원이나 사설구급차량 업체에도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민해 자신들의 업무에 좀 더 충실할 수 있게끔 정부가 효율적 시스템을 간구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단순한 사업자로 보는 게 아니라 준 공익적 성격을 부여해 권리와 책임을 강화시키자는 것이죠.
▶권리와 책임 ↑
119 소방차가 출동할 때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그렇다면 그 처리 비용은 누가 낼까요? 운전을 한 소방대원, 혹은 위의 사건처럼 구급차 운전대원 개인이 비용 모두를 책임 지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벌점 적용이나 사고 비용 책임 등, 운전대원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신 그만큼 그들에게 권리를 부여했듯 책임도 강하게 물어야겠죠.
빈 구급차를 몰고 가며 응급 싸이렌을 울린다든지, 규정을 넘어서는 요금을 청구하는 경우, 그리고 응급차 운전대원이 음주운전 (관련 기사들도 찾아보니 보입니다)을 한다든지 할 경우, 시설과 인력을 규정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에 대해선 책임을 훨씬 더 크게 물어야 합니다. 당연히 불법 영업을 시켰을 경우 병원이나 사설구조차 업체 대표들 책임도 함께 따져야겠죠.
또 긴급차량 출동과 관련한 전반적인 통제시스템도 일원화해서 효율적 관리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시민의식 부재를 탓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제대로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니, 어쩌면 훨씬 빠르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일지 모릅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사설구급차 운전대원은 피해차량의 수리비를 책임지는 건 물론 직장까지 잃었습니다. 과연 이 결과가 온당한 걸까요?
좋은 국가, 좋은 사회란 뭡니까.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란 뭘까요?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합리적인 구조로 바뀌었을 때 우리가 만나게 될 곳이 좋은 사회가 아닐까요? 실의에 빠져 있을 신진우 운전대원이 위독한 환자들을 위해 운전대 꼭 쥐고 시간과의 싸움, 다시금 최선을 다해 펼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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