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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세월호가 자동차 블로거를 바꿔놓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저와 같은 자동차 블로거의 의식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안전이라는 부분을 본질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이죠. 그래도 나름 자동차와 관련해, 특히 안전에 있어서 많은 목소리를 내왔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보다 본질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파고들고, 그것에 대해 지속적인 의견을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자책을 하게 됩니다.

 

세월호 침몰로 인해 총체적 부실이라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무능하고 비겁했던 대한민국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과연 우리의 도로는 안전한지 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우리의 도로 교통 체계는 완벽한가? 사고가 났을 때 본능에 가깝게 대처하는 훈련과 시스템을 정부는 마련해 놓고 있는가? 국민들은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여러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1. 자책? 아니, 시스템과 교육이 우선입니다

잘못된 운전을 하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아직 멀었어요. 우리는 이래서 안돼요~" 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운전자의 의식, 양심, 매너 등을 묻기 전에 과연 우리나라의 교통 시스템, 도로 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그 시스템에 대한 질문과 비판을 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진 기억나시나요?

우리나라 신호등 시스템이 잘못 되어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보여드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각의 모습인데요. 당시 굉장히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공감해주셨습니다. 횡단보도 정지선을 잘 지키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우리도 빨리 보편화 시키자는 게 당시 글의 주제였죠. 공감 많이 해주셨지만 일부에서는 그럼에도 운전자들의 의식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 봐야 잘 안될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묻고 싶습니다. 그런 일부의 나쁜 운전자들 때문에 검증된 좋은 시스템을 도입하지 말아야 할까요? 이건 닭(제도)이 먼저냐 달걀(운전의식)이 먼저냐는 식의, 논란의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봅니다. 당연히 제도의 개선 혹은 제대로 된 시스템을 도입을 하고 그것을 운전자들이 잘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라 보는 것이죠.

 

그렇게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다음으로 중요한 게 교육입니다. 좋은 제도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홍보해야 합니다. 국가는 이런 기본적인 노력을 기울인 후에 국민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게 지켜지지 않았을 때 단속과 처벌을 가하는 게 순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사진도 기억하실 겁니다.

회전교차로를 한국에서도 확대한다는 소식에 맞춰 글을 썼을 때 보여드린 저희 동네 회전교차로 사진입니다. 사실 이 글에 대한 댓글이 제가 본 중 가장 많이 부정적인 의견이 달렸었죠. 굉장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지적 중 가장 많은 부분이 '후진적 운전 의식'에 대한 부분이었죠.

 

이 문제는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합니다. 하나는 회전교차로가 효과를 볼 수 있는 도로에 설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이런 회전교차로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전교차로 그 자체가 갖고 있는 효율성은 이미 오랜 세월 유럽 등지에서 검증이 다 끝난 내용입니다. 분명 적절한 도로에 설치했을 때 안전과 경제성 모두 낫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죠.

 

문제는 회전교차로를 어디에 설치할 것이냐 하는 건데요. 이 부분이 제대로 안 되면 속된 말로 '하고 욕들어 먹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교통체계 (회전교차로)를 이해시키는 국가적인 교육이 뒤 따라야겠죠. 이런 후에 운전자들의 양식을 논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회전교차로와 로터리를 차이 구별을 못하는 운전자분 많을 겁니다. 그러면 모르니 무식하네? 이렇게 말해야 할까요?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는 겁니다. 제대로 회전교차로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데 어떻게 베스트 드라이빙해주세요~라고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냐는 겁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운전면허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차 삼차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도의 간소화를 통해 면허취득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교육과정까지 간소화시켜 국민을 무지한 운전자로 만들면 되겠냐는 거죠. 

 

 

2. 정부 홈피에 적힌 '국민은 고객이다'

계속해서 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말씀을 드렸어요. 저는 이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자동차 회사와 정부라는 관계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자동차 회사들 스스로 제도를 뛰어넘어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모든 것이 돈의 논리가 우선하는 기업 환경에선 더더욱 그렇겠죠.

 

밥 루츠 GM 전 부회장이 쓴 책에서도 보면 자동차 기업 안에서도 계산기 두드려 이익을 먼저 따지는 빈카운터(재무우선주의자들)들이 회사를 망쳤다고 했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가 존재의 이유다'라고 하죠. 하지만 그 안에는 생략된 문장이 있습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무를 기본으로 하는 가운데) 이윤 추구를 해야 한다.'라는 것이죠.

 

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팔아도 신선하고 상태가 좋은 것을 팔려고 합니다. 그 시장통에서 판매자도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른 소비자가 되는 것이고, 결국 그렇게 책임 있는 판매와 소비가 순환 구조를 이뤘을 때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에요. 좋은 차 양심적으로 팔아야 합니다. 그것이 이윤을 취하는 기업의 기본자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그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는 존재가 돼버린 것은 아닐까요?

 

이 때 거대한 기업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존재는 정부입니다. 제도를 통해 기업을 압박하고 더 나은 자동차를 판매하게 유도하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렇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정부가 그런 소비자 입장에서 싸울 자세가 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전행정부인가? 암튼 정부 어느 부처의 홈피에서 '국민은 우리의 고객이다'라고 적힌 문구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소비자 개개인의 권리, 아니 고객의 권리를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그 고객들을 위해 법도 만들고, 제도를 강화해 기업이 제대로 된 장사를 하는지 감시해야죠. 그게 제대로 된 정부의 모습이 아니겠어요? 물론 기업도 어떤 의미에선 정부의 고객이겠지만 두 고객의 이익이 상충될 때, 정부는 어떤 고객의 손을 들어야 할까요? 약자의 편, 더 많은 고객들 손을 들어줘야 합니다.

 

굳이 미국과 우리 정부의 다른 점을 꼽으라면, 미국 정부는 운전자의 안전과 이익을 대변하고 지켜주는 모습을 우리나라 정부 보다는 더 잘 보여주고 있어 보입니다. 연비, 안전충돌 테스트, 레몬법 등, 다양한 형태로 국민의 입장에서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급발진 의심이 되는 토요타의 대량 리콜사태가 명확하게 마무리 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공무원들처럼 "능력 없어 급발진 조사 못해요." "운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예요." 따위의 발언은 못할 것입니다.

 

 

3. 바꾸는 힘은 결국 당신에게 있습니다

앞서 우리의 운전 수준을 자아비판하기 보다는 제도를 먼저 만들고, 이것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점을 탓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안녕을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등, 제대로 된 사회가 되기 위해선 결국 우리가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이들에게 올바른 비판을 가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 (혹은 유럽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연비효율성을 높이는 이유가 뭔가요? 운전자들을 위한 기업의 착한 마인드가 작동해서? 아니죠. 강화되는 규제를 맞추려다 보니, 그 규제 안 따르면 금전적으로 너무 큰 손해를 보니 어쩔 수 없이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내에서 차량 강판 부식 문제로 말이 많죠. 해당 기업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외국은 법으로 부식 방지를 얼마 이상으로 강제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에어백도 그렇고, 차체 강성도 그렇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도 그렇고, 모든 게 제도에 맞추려다 보니 그렇게 개선되는 겁니다. 안전벨트 기본 장착 하지도 않던 미국 자동차 3사가 랄프 네이더의 책 한 권에 의해 움직였고 결국 안전벨트가 기본 장착되는 계기가 만들어졌죠.

 

우린 각자 랄프 네이더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제가 그럴 수 있죠? 라고 물으신다면 결국은 '선택'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우리가 정치인들 욕할 때 '그 놈이 그 놈이다' 이런 말 하시죠? 그 놈이 그 놈이다 그러고 그냥 내버려 두고 무관심하면 세월호 같은 사건이 나게 되는 겁니다. 그나마 그 놈들 중에서 덜 나쁜 놈, 더 나쁜 놈을 구별해서 더 나쁜 놈들이 정치를, 사회를, 국가를, 정부를 망치지는 않게 해야 하지 않겠어요?

 

뭐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마치 투표하자고 주장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어떻게 이해하고 들으셔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정부를 비판하지 않고 감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목소리를 내서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거고,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기업 역시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결국 도로의 안전 시스템은 늦어질 테고, 제대로 된 교육은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악순환이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출처=netcarshow.com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 그 중에서도 자동차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려 합니다. 또 공익을 위한 건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자동차 소비자 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지금 준비하는 자동차 카페에서도 이런 부분을 더더욱 신경 쓰겠습니다. 멋진 자동차를 소개하고 자동차의 즐거움을 많은 분들과 계속해서 나눠가겠지만, 교통 문화, 도로 환경, 안전 등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 것이 최소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부끄럽지만 할 수 있는 속죄의 자세가 아닐까 해요.

 

저 자동차 사진을 보세요.

저 뒷좌석에 내 아이가 앉아 있다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요? 올바른 도로 시스템, 제도, 자동차 회사의 사회적 노력, 그리고 제대로 교육된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 등이겠죠. 어느 것 하나 따로 떼 놓고 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여쭙니다. 우리의 도로가 안전하기 바라신다면, 당신과 가족이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