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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비트 방송서 대성통곡? 완전 낚시기사


짬을 내 간단한 포스팅 하나 하겠습니다. 어제였죠?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이 된 것이. 여러가지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일단은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나 독일에 사는 저로서는 뮌헨이 평창과 대결을 펼친다는 사실에 내심 긴장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요. 결과는 평창의 압승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제 3제국 시절에 동계올림픽을 치른 바 있는 뮌헨 입장에선 근 80년 만의 도전이었기에 실망감도 컸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음을 준비하자는 얘기와 함께 선택 받을 곳이 선택되었다는 분위기인데요. 그들도 이 한 번의 도전으로 끝내진 않을 듯 보여졌습니다. 어쨌든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다가 '카타리나 비트 방송 마이크 앞에서 대성통곡' 이란 타이틀의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독일 제2 공영인 ZDF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대성통곡을 했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죠. 그런데 하필 독일에서도 생방송으로 현장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저도 잠시 짬을 내 시청을 하고 있었고, 마침 그 인터뷰 상황도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인터뷰하면서 대성통곡했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입니다.

                                                ⓒ Getty Images

발표장에서 평창 발표 후 카타리나 비트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이 위로를 해주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런 상태로 발표회장을 빠져 나오는 복도에 방송팀들이 좀 있었고 거기서 비트 씨는 독일 공영방송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던 그녀는 잠시 감정을 추스리고는 이내 말을 이어가더군요. 기사내용처럼 마이크 앞에서 대성통곡한 일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토마스 바흐 씨가 같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자리를 떴구요.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스포츠조선 기자는 마치 카타리나 비트가 마이크 앞에서 엉엉엉 서럽게 운 것처럼 표현을 해놓았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더반 현지에서 송고된 기사인 것으로 봐서는 스포츠조선 기자가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겠죠. 그렇다면 분명 사실이 아닌데 왜 저런 과장되고 잘못된 제목을 달았던 걸까요? 설마 대.성.통.곡의 의미를 몰라서 쓴 글이었을까요? 아니면 클릭수를 올려야 밥벌어 먹고 사는 생활인의 자세(?)에서 기인된 결과물이었을까요? 뭐 기자분 자신은 알고 있겠죠.

특히나 기사 말미엔 카타리나 비트와 김연아를 비교하면서 좀 깎아 내리는 듯한 내용이 있던데, 이건 더더욱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연아와 카타리나 비트를 비교하는 등의 기사를 독일에선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너무 두 스포츠영웅을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쉽더군요. 특히 네이버 등의 포털에서 뽑아낸 제목은 유치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 연아에게 진 비트, 마이크 앞에서 대성통곡'  <- 이게 뭔가요? 만약 독일언론에서 반대의 상황에서 '카타리나 비트에 진 연아, 마이크 앞에서 대성통곡' 이렇게 달았다고 생각해보시죠. 상대국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도 못갖춘 언론이라고 우리나라는 난리도 아니었을 겁니다.

아무리 클릭수를 올려야 하는 절박함에, 더반까지 갔으니 기사거리 내놓아야 하는 입장에서 그랬다 손 치더라도 사실관계를 비틀고, 괜시리 남의 나라 스포츠 영웅 추하게 몰아가는 건 올바른 자세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평창 결정, 독일의 3대 자존심에 아픔을 주다' 뭐 이렇게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네요.

뮌헨은 독일에서도 가장 자존심 강한 바이에른주의 주도입니다. 자존심 강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죠. 상상을 초월하는 자부심과 경제력으로 독립국을 여전히 꿈꾸기까지 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이 평창에게 졌으니 전형적인 바바리안들에겐 상처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죠. 거기다 카트리나 비트는 독일 동계 스포츠의 영웅입니다. 그녀의 눈물은 이미 충분히 봤고, 그녀의 실망감 역시 독일에서 연일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뮌헨의 또다른 상징이자 독일 축구의 전설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현장에 있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 사장(확실히 잘 모르겠음)으로 있는 그가 현장까지 와 지원사격을 했지만 역부족이었죠. 이렇게 뮌헨과 카타리나 비트, 그리고 베켄바우어까지 독일의 자존심 3총사가 이번 평창개최지 선정으로 인해 고개를 떨궈야 했다는 ...그런 얘기인데요. 개인적으론 이런 면에서 접근했어도 재밌는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