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BMW 전기 세단 i4 대박나나요?

BMW는 올해 3월 중형 전기 세단 i4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차의 디자인에 대한 독일 내 반응이 나왔고, 스케치북다이어리에서 소개해드렸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되게 혁신적 느낌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낫 배드이런 정도였습니다.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금 우세했다는 것이 그때의 인상 평가였습니다.

i4 / 사진=BMW

 

그러는 동안 BMW는 자신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 나온 첫 번째 모델 iX로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알렸습니다. 전장이 거의 5m에 달하는 고가의, 고급 전기 SUV인데요. 이 얘기는 전체 판매 볼륨을 예상했을 때 iXBMW의 주력 전기차라고 하긴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BMW가 많이 팔아 많은 돈 벌기를 기대하는 건 어떤 걸까요? . 지금 이야기할 i4입니다.

 

i4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플랫폼을 조금 다듬어 만든 모델입니다. BMW가 이런 플랫폼을 선택을 한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연기관 모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이 기업의 정서를 생각하면, 그리고 한꺼번에 플랫폼을 두 개 이상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면, 이런 접근도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i4 4시리즈를 떠올리는 이미지만큼이나 운동성능에도 신경을 쓴 듯합니다. 전기차인데 드리프트도 된다고 하고, 상징과 같은 펀 드라이빙을 위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기존 4시리즈의 DNA 이식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게 기존 플랫폼 활용으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배터리도 유럽 기준으로는 최대 590km, 미국 기준으로는 약 480km 정도까지 간다는 게 제조사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미 많이 공개되었지만 전폭도 넓고 전장도 4.7m 수준으로 경쟁 모델이 될 테슬라 모델 3보다 좀 더 큽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배터리 능력과 BMW 특유의 쫀득한 주행의 맛이 결합해 괜찮은 전기 중형 세단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i4 / 사진=BMW

 

밀려드는 주문

판매량에 대한 기대를 BMW도 당연히 했을 겁니다. 브랜드 주력 전기차이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더, 쉽게 말해 대박 수준의 판매가 이뤄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런 예상을 가능케 하는 짧은 소식 하나가 전했졌는데요. 독일 경제 매체 매니저 매거진은 최근 BMWi4 생산 중인 뮌헨 공장의 연장 교대 근무를 노조와 협의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유는 i4 주문이 많기 때문입니다.

 

매니저 매거진에 따르면 10월부터 본격 조립에 들어간 i4의 유럽 주문이 다섯 자리로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다섯 자리라면 만 단위죠. 정확한 주문량은 밝히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만 이 정도라면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더 많을 것이고, 아마도 예상을 뛰어넘는 주문에 연장 근무까지 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i4 사전 주문이 4천 대 수준이라고 하죠. 여기에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빅마켓까지 포함한다면 유럽 이외 시장 주문량은 유럽 주문량을 충분히 뛰어넘지 않았을까 예상됩니다. 흔히 말하는 독일 프리미엄 3사 중에서 가장 전기차 시장에 늦게 뛰어든 BMW이지만 이런 식의 분위기라면 BMW가 전기차 시장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i4 / 사진=BMW

 

이쯤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있죠. “반도체 칩 부족으로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는데 BMW는 그 영향을 안 받을까요?”라고 말이죠. 그런데 기사에도 나왔지만 BMW는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을 한 듯 보입니다. 뮌헨에 있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미국 업체로부터 이미 연간 수백만 개의 칩을 받기로 계약했습니다.

 

충분한 칩을 확보했기에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조립 지연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 고위 임원의 인터뷰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계약을 잘했네요. 현재 i4를 선주문한 경우 내년 2분기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칩 부족의 문제가 아닌, 온전히 주문량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쯤 되면 BMW 표정 관리해야겠습니다.

i4 / 사진=BMW

 

BMW가 과연 i4로 얼마나 대박을 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잘 달리는 세단 하면 3시리즈를 떠올렸듯, 전기차 시대엔 i4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언제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BMW는 크리스마스 연휴 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추가 근무를 하는 등, 행복한 비명을 지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다시 한 번 뮌헨 쪽에서 나오는 행복한 비명을 듣게 될 듯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한해였기에 더 기쁜 환호성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