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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120년 전 꿈을 실현하는 포르쉐 타이칸

9월 공개 예정인 배터리 전기차 타이칸(Taycan)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3월 초였죠. 포르쉐는 자신들이 내놓을 첫 전기차의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세계 곳곳에서 2만 명 이상이 신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첫해 생산될 물량이 2만 대 정도라는데, 이를 뛰어넘는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사전 예약자가 모두 타이칸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은 아니겠지만 1억에서 2억 사이의 이 고가 전기 스포츠카에 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포르쉐에 대한 기대, 신뢰가 높기 때문일 겁니다. 타이칸의 성공은 포르쉐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브랜드에 대한 계속 신뢰를 이어갈 수 있고, 새로운 전기차 시대로 안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거나 더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포르쉐

이를 위해 경영진부터 평직원까지 모두 10년간 월급을 동결하기로 합의를 하는 등, 각오도 보통이 아닙니다. 또 업계가 전반적으로 인력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포르쉐는 타이칸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것은 물론 관련 직원도 1,500명을 뽑았습니다. 충전 시스템과 전기차 노하우가 있는 신생 전기차 기업 등에 과감하게 투자도 하는 등,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타이칸 등장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바로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꿈이 120년 만에 실현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전기에 매료된 소년 포르쉐

지금의 체코 지역인 마퍼스도르프라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함석공이 되길 바란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전기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기 전인 19세 때는 직접 개발한 장치로 집에서 전깃불을 사용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재주가 뛰어났죠.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페르디난트 포르쉐 생가 / 사진=스코다

빈으로 떠난 포르쉐의 첫 직장은 전기 회사 벨라 에거였고, 여기서 열심히 일하던 젊은 포르쉐를 눈여겨본 마차공장 사장 로너(Lohner)는 그를 스카우트하게 됩니다. 마차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 여겼던 로너와, 전기에 능통했던 포르쉐는 1897년 휠 허브에 장착하는 일명 '바퀴통 모터'를 개발하죠.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마차 몸통을 변형한 차대에 바퀴통 모터를 단 전기차 '로너-포르쉐를 1900년 파리박람회에 출품합니다.

오스트리아 특허청에서 특허를 받은, 포르쉐의 첫 번째 순수 배터리 전기차는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충전된 모터로 최대 5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는데 당시 전기차들의 주행 거리가 10km 내외였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최고속도 또한 50km/h까지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언론의 반응도 호의적이었죠.

로너-포르쉐 / 사진=포르쉐

24세의 젊은 포르쉐는 같은 해 사륜구동 방식, 그리고 이듬해 가솔린 엔진과 모터가 결합합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셈퍼 비부스(Semper Vivus)를 연이어 선보입니다. 이미 백년 전에 포르쉐는 지금 우리가 열광하고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셈퍼 비부스 / 사진=포르쉐

3년의 작업 끝에 복원된 셈퍼 비부스 모습 / 사진=포르쉐

프로토타입 셈퍼 비부스는 로너-포르쉐 '믹스테'라는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하지만 너무 무거웠던 배터리 무게와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하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배터리를 작게 하는 등, 계속 노력을 기울였으나 출력과 무게 문제는 당시 기술로 극복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결국 전기차에 대한 포르쉐의 열정은 사그라들고 말죠. 나중에 믹스테에 대한 특허권은 에밀 옐리네크라는 사업가에게 넘어가는데, 그는 자신의 딸 '메르세데스'의 이름을 자동차 브랜드로 사용할 정도로 차에 빠져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판매용 하이브리드카 믹스테에 앉아 있는 포르쉐의 모습. 1903년 / 사진=포르쉐

 

되살아난 꿈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전기차 도전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백 년 전에 멈춰버린 포르쉐의 전기차 꿈이 다시 피어올랐습니다. 2015,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포르쉐는 미션 E라는 이름의 전기 콘셉트카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차는 타이칸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로너-포르쉐가 파리박람회에 공개되고 120년 만에 다시 포르쉐 이름으로 된 전기차가 세상에 나오는 것입니다.

타이칸 / 사진=포르쉐

흔히들 포르쉐가 새로운 차를 내놓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외계인을 납치해 차를 만들었을까?"라고 말합니다. 포르쉐의 기술력을 유머있게 표현한 것인데요. 타이칸 역시 그런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계인이 아닌,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꿈이 후예들에 의해 되살아난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창업자의 전기차 열정을 멋지게 되살려 내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 윌리엄박 2019.05.30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자료수준부터 다르시네요~
    좋은글을 클릭 몇번으로 볼수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동차라는 개념의 변화가 시작되는것 같습니다^^*

  • akii 2019.05.31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되게 오랜만에 보게 되는 글이내요 ㅎㅎ

    폴쉐가 대단했었내요
    120년전이라니...
    모르던 역사를 하나 또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