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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기아 프로씨드 GT의 성공 가능성

현대자동차가 유럽에서 i30로 준중형 해치백 시장에 도전하는 것처럼 기아는 씨드로 도전 중이죠. 두 모델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세상에 나왔지만 i30가 한국에서 판매되는 것과 달리 씨드는 유럽 전용 모델로 분류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큰 차가 인기가 있는 단일 시장에서 i30와 씨드를 함께 파는 것은 중복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물론 노조와의 협의도 쉽지 않겠고, 부품도 유럽 현지화되어 있어 이래저래 국내 판매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인지라 늘 씨드는 한국 운전자들에게 남의 떡으로 여겨지고 있죠. 씨드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장 자체가 해치백에 호의적으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 만나긴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어쨌든 유럽에서 i30와 씨드는 무척이나 치열하게 경쟁 중입니다. 서로 간 경쟁도 뜨겁죠.

씨드 해치백 / 사진=기아

다만 요즘은 두 모델이 약간 주춤한 편으로, 모두 한때 EU 기준 연간 십만 대 이상 판매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i30 7만 대에서 8만 대 사이, 씨드는 6만 대에서 7만 대 사이에 있습니다. 씨드가 i30보다 조금씩 계속 판매량이 밀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는 i30에 고성능 라인업을 추가시켰는데 바로 i30N N 퍼포먼스로, 각각 250마력과 275마력 수준입니다. 유럽 현지의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

평가도 좋죠. 문제는 i30N처럼 고성능 라인업이 없는 기아입니다. 그나마 고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1.6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204마력)이 들어간 GT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별(?)도 전략에 따른 선택이 아닌가 싶은데요. 대신 기아는 좀 더 유럽적이고 실용적인 슈팅 브레이크라는 것을 선택해 현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에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슈팅 브레이크로 다시 태어난 프로씨드 GT / 사진=기아 독일 홈페이지

쿠페와 왜건의 결합형인 이 슈팅 브레이크를 프로씨드 이름으로 내놓은 것인데요. 프로씨드는 5도어 씨드와 달리 처음에는 3도어 쿠페로 유럽에 등장했습니다. 그러다 3도어 쿠페 시장이 유럽에서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현대는 패스트백으로, 기아는 슈팅 브레이크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아가 선택한 프로씨드는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최근 프로씨드 슈팅 브레이크 시승차가 딜러에 나오고, 언론에서도 시승기가 나오는 등, 본격적으로 판매와 홍보가 시작된 상태입니다. 일단 반응은 좋습니다. 어떤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또 어떤 부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인지 구분을 좀 해봤습니다.

 

긍정적인 부분들

역시 스타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왜건이 낯선 한국 운전자에게는 어쩌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유럽인들에게 프로씨드 슈팅 브레이크는 매우 이쁜 왜건으로 보일 겁니다. 유럽인들 취향을 충분히 반영했을 테니까요. 프로씨드는 일반형인 씨드보다 전장이 더 긴데요.

씨드 전장 : 4325mm / 휠베이스 : 2650mm

프로씨드 슈팅브레이크 전장 : 4605mm / 휠베이스 2650mm

 전장이 280mm가 더 긴데 휠베이스는 같죠? 그 긴 나머지 부분이 뒤 오버행, 그러니까 뒷바퀴 중심에서 차의 맨 뒤쪽까지의 길이만 늘어난 겁니다. 씨드 뒤 오버행이 790mm인데 반해 프로씨드 슈팅 브레이크는 1070mm입니다. 고스란히 늘어난 차의 길이는 트렁크 공간에 할애됐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기본 씨드의 트렁크 용량은 395리터이고 프로씨드는 594리터나 되죠. 참고로 기아 스포티지 용량은 503리터입니다.

프로씨드 GT / 사진=기아

넉넉한 트렁크 공간 / 사진=기아 독일 홈페이지

특히 경쟁 상대로 얘기되는 벤츠 CLA 슈팅 브레이크의 트렁크 용량이 495리터로, 역시 이보다 훨씬 더 넉넉합니다. 물론 신형 CLA의 슈팅 브레이크가 나오면 차이가 얼마나 변할지 모르겠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CLA 슈팅 브레이크보다 어쨌든 트렁크 공간이 더 넉넉하다는 점은 장점임에 분명합니다. 유럽에서 트렁크 용량은 무척 중요하니까요.

실내의 만듦새는 영상 등을 통해 본 바로는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조립 마감도 좋아 보이고, 소재도 괜찮습니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은 편이죠. 콕핏 디자인이 자기 색깔이 부족하다는 점은 늘 아쉽지만 스티어링 휠, 붉은 스티치, 거기에 GT 모델의 경우 알칸타라와 일반 가죽을 혼합한 붉은 줄무늬의 시트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뒷좌석 공간도 CLA보다 더 나아 보였고, 주행 성능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여러 곳에서 받고 있습니다. 알베르트 비어만 신임 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의 합류가 주행 성능 개선에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는 회사 안팎의 평가는 이런 프로씨드 슈팅 브레이크와 같은 차의 성능 발전을 통해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좋은 스타일, 나아진 실내, 개선된 성능에 가성비라는 장점이 추가된 점은 또 다른 경쟁력입니다. 204마력 프로씨드 GT의 경우 신연비 측정법 기준 리터당 16.12km로 가솔린 모델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기본가 33,190유로에 5가지의 패키지를 추가하면 36,460유로가 됩니다. 5가지 패키지는 풀옵션이라 할 수 있는데요.

전방충돌경고 장치, 차선 유지 보조, 하이빔 어시스턴트, 교통 체증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JBL 오디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스마트폰 연동 등, 요즘 중요하게 여겨지는 옵션이 충분히 적용되어 있습니다. 워낙 기본 사양이 풍부해 옵션 많이 안 해도 되지만 다 포함해도 기본가와 큰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씨드 GT 실내 / 사진=기아

사진=기아 독일 홈페이지

참고로 벤츠의 CLA 슈팅 브레이크의 경우 독일 기준으로 보면 CLA 220 사륜 (184마력) 자동변속기 기준 기본가가 39,377유로이지만 기아 프로씨드 GT만큼 옵션을 추가하게 되면 가격이 52,000유로 가까이 오르게 됩니다. 211마력짜리 250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처럼 가격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진다면 프로씨드 GT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유럽에서 기아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할 수 있는 7년 보증(15km)은 여전히 강한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죠.


극복할 부분들

대략적으로 적어 봤지만 지금까지 내용만 봐도 판매에 긍정적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극복해야 할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뭐 우선은 브랜드겠죠. 여전히 기아 브랜드는 더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프로씨드 뿐만 아니라 모든 기아의 모델들이 더 선택되고 더 이익을 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만그만한 저렴한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어내야 합니다.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닌, 길고도 험난한 길을 가야만 얻어낼 수 있는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7년 보증은 기아가 유럽에서 성장하는 데 큰 힘 / 사진=기아 독일 홈페이지

두 번째는 프로씨드의 뒷모습입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 매체 기자들도 포르쉐 파나메라 닮았다는 얘기들을 꺼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리뷰어의 프로씨드 영상 댓글에도 '기아 파나메라'라는 표현 등이 나오는 등, 곳곳에서 포르쉐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지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안팎 디자인을 통해 자기 색깔을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니 이점을 기아가 조금만 더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사진=기아

그리고 앞서 이야기 드린 메르세데스 CLA 슈팅 브레이크의 존재입니다.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요층이 많이 겹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CLA와 프로씨드의 비교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양산형 브랜드와 차이를 두지 않고 비교 테스트하는 이곳 독일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벤츠와 어떤 차별화를 보이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8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점, 또 이런 GT 모델일수록 다양한 구성의 맛이 있어야 하는데 휠의 경우 18인치 1가지 디자인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또 어쩔 수 없이 i30N과 비교가 될 텐데요.(실제로 비교하는 얘기들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도 프로씨드에겐 극복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진=기아

몇 가지 장점과 몇 가지 극복해야 할 부분을 편안하게 적어봤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프로씨드 슈팅 브레이크는 괜찮은 자동차입니다. 씨드 전체 판매량을 높이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자기 색깔만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면 유럽에서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며 기아의 장수형 슈팅 브레이크로 나름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작된 프로씨드의 새로운 도전, 계속 지켜봐야겠네요.


<참고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