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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유럽 전문가들이 본 기아 스팅어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매거진 중 하나인 아우토빌트는 1년에 한 번 골든 스티어링휠(Das Goldene Lenkrad)이라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상을 받게 되면 자동차 회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죠. 시상식도 거창하게 진행이 되는 등, 제조사에겐 꽤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골든 스티어링휠 트로피를 쥐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1년 동안 소개된 신차들이 자동 후보가 됩니다. 올해의 경우 총 42대였죠. 아우토빌트와  빌트암존탁 독자의 투표를 거쳐 1차 선별 작업이 이뤄지는데 2017년에는 총 20대의 모델이 5개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부문별로 4대씩이 결선에서 맞붙었는데, 2차 심사에 오른 자동차는 이탈리아 피렐리 타이어 테스트 트랙이 있는 발로코 지역으로 모이게 되고, 며칠에 걸쳐 분야별 전문가들이 매긴 점수 합계로 우승자가 가려졌습니다.

골든 스티어링휠 관련 소식을 실은 아우토빌트 잡지판 / 사진=이완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들은 아우토빌트와 유럽 13 국가의 자동차 전문지 수석 에디터들로 이뤄진 '편집장 그룹', 자동차 전장을 체크한 '디지털 전문가 그룹', '디자이너 그룹', '기술자 그룹', 그리고 발터 뢸 같은 레이서가 포함된 '레이서 그룹' 등이었고, 운전 경험이 많은 '구독자 그룹'과 '유명인 그룹', 등도 소비자 관점에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환경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비와 배출가스 등을 집중 체크한 '비평가 그룹'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참여한 52명의 심사위원에 의해 선정된 부문별 우승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형 및 콤팩트 카 부문 : 오펠 암페라e (전기차)

콤팩트 SUV 부문 : 스코다 Karoq

중형급 이상 SUV 부문 : 아우디 Q5

중형 및 준대형(D & E 세그먼트) 부문 : 폴크스바겐 아테온

스포츠카 부문 : 포르쉐 파나메라 ST

디자인 부문 : 애스턴 마틴 DB11

소형 및 콤팩트 부분에서는 전기차 오펠 암페라e가 폴로와 치열한 경합 끝에 1위를 차지했고, 콤팩트 SUV는 비교적 넉넉한 점수 차이로 스코다 Karoq이, 중형급에서는 아우디 Q5가 2위 레인저로버 벨라와의 점수 차이를 조금 벌리고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전체 점수에서 볼보 XC60을 0.04점 차이로 따돌리고 알파 로메오 스텔비오가 3위에 올랐다는 건데요. 정말 간발의 차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포츠카 부문에서는 요즘 상복이 터진 신형 파나메라가 2위 혼다 NSX를 큰 점수 차이로 따돌리고 1위에 이름을 올렸네요. 그런데 이런 내용들 중 가장 제 시선을 잡아끈 곳은 중형과 준대형 부문이었습니다. 바로 스팅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죠.

스팅어 / 사진=기아


스팅어는 폴크스바겐 아테온, BMW 5시리즈, 그리고 오펠 인시그니아 등과 함께 해당 부분 최종 후보에 올라 평가를 받았습니다. 성격도 조금 다르고, 차급 역시 다른 모델이 섞여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유럽에서 활동하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스팅어를 어떻게 보았는지 큰 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팅어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어땠는지 전문가 그룹별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장 그룹

1위 : BMW 5시리즈 (15.00점)

2위 : 오펠 인시그니아 (12.31점)

3위 : 폴크스바겐 아테온 (11.92점)

4위 : 기아 스팅어 (10.77점)

아우토빌트 외에 14개 유럽 자동차 전문지 편집장이 포함된, 가장 큰 규모의 그룹의 평가에서 신형 5시리즈가 주행의 편안함, 실내의 정숙성, 사용 편의성과 전후방 시야 확보 능력 등 가격 부분을 제외하고 5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무래도 덩치도 상대적으로 크고 가장 비싼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점이 좋은 점수를 받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팅어의 경우 가격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시인성과 작동 편의성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네요. 


기술자 그룹

1위 : 오펠 인시그니아 (14.80점)

2위 : 폴크스바겐 아테온 (14.20점)

3위 : 기아 스팅어 (12.20점)

4위 : BMW 5시리즈 (8.80점)

우선 고장이 났을 때 수리 편리성에서는 인시그니아와 아테온이 가장 높은 점수(3.40점)를 받았고 스팅어는 가장 좋지 않은 점수(1.20점)를 받았습니다. 다만 안전성에서 기술자 그룹은 스팅어에게 가장 좋은 점수(3.20점)를 줬습니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비용에서는 아테온이 1위였고 반대로 5시리즈는 여기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수리나 서비스 등에서 낮은 점수를 스팅어는 나머지 부문에서 어느 정도 만회를 했네요.

인시그니아 / 사진=오펠


유명인 그룹

1위 : 기아 스팅어 (15.11점)

2위 : 5시리즈 & 아테온 (13.00점)

4위 : 인시그니아 (8.89점)

프로그램 진행자, 가수, 배우 등이 참여한 유명인 그룹에서는 기아 스팅어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주행의 재미와 가격 부분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게 해당 그룹 내 1위를 차지하는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반면에 공간의 느낌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전고가 낮다고 시야 확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등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구독자 그룹

1위 : 오펠 인시그니아 (14.80점)

2위 : 기아 스팅어 (12.00점)

3위 : 폴크스바겐 아테온 (11.80점)

4위 : BMW 5시리즈 (11.40점)

애독자 그룹의 경우 엄청난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운전자들 중심으로 선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인시그니아에 좋은 점수를 줬는데요. 스팅어는 트렁크 공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일상성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 아테온과 스팅어 모두 좌석의 편안함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스팅어는 가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잃은 점수를 만회했습니다.


디자이너 그룹 

1위 : 스팅어 (16.20점)

2위 : 5시리즈 (12.80점)

3위 : 아테온 (12.20점)

4위 : 인시그니아 (8.80점)

스팅어의 가장 큰 강점, 가장 확실하게 인정받은 부분이라면 역시 디자인 부분에서였습니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스팅어의 익스테리어가 경쟁자 중 가장 좋았다고 봤으며, 디자인 혁신성 항목에서도 아테온을 따돌리고 가장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익히 봐왔던 느낌과는 다른, 옛날 한국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움이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외 소재 항목과 영속성 부분 등에서는 5시리즈에 밀렸지만 역시 가격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냈습니다.

5시리즈 / 사진=BMW


디지털 전문가 그룹

1위 : 5시리즈 (15.00점)

2위 : 아테온 (14.75점)

3위 : 인시그니아 (11.50점)

4위 : 스팅어 (8.75점)

멀티미디어와 커넥티드 카로서의 경쟁력을 보는 이번 그룹은 전체적으로 5시리즈가 사용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내비게이션 등에서 가장 좋다고 평했습니다. 아테온 역시 내비게이션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좋게 봤는데요. 특히 음악듣기 항목에서 아테온에게 가장 좋은 점수를 줬더군요. 이에 비하면 가격 항목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스팅어는 박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음악듣기 항목은 평균적이었습니다.


프로 레이서 그룹

1위 : 폴크스바겐 아테온 (16.63점)

2위 : 기아 스팅어 (15.75점)

3위 : BMW 5시리즈 (15.00점)

4위 : 오펠 인시그니아 (12.63점)

전체적으로 전문 레이서들로부터 4개 모델 모두 수준급의 주행 성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중에서 의외로 아테온이 전반적으로 주행성능이 가장 좋은 차로 평가됐는데요. 조향성, 서스펜션, 변속기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5시리즈도 변속기와 서스펜션 부분에서 아테온과 같았고, 제동력은 아테온을 2위로 밀어내고 가장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스팅어의 경우 520d(190마력)나 아테온(280마력)보다 월등한 마력(370PS)으로 엔진 부분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그리고 가격 부분에서도 역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제동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좀 아쉬웠는데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교 테스트를 하게 된다면 또 어떤 평가가 나올지도 궁금해지네요.


비평가 그룹

1위 : 5시리즈 (16.00점)

2위 : 인시그니아 (12.00점)

3위 : 아테온 (10.67점)

4위 : 스팅어 (8.67점)

배출가스와 연비 등에 초점을 맞춘 비평가 그룹에서는 가격을 제외한 구동, 배기가스, 주행의 즐거움과 연비효율, 그리고 지속가능성 등 나머지 항목 모두에서 5시리즈의 점수가 가장 좋았습니다. 스팅어는 주행의 재미와 가격 외에는 전체적으로 점수를 많이 얻지 못했는데요. 모든 평가를 종합한 점수에서 아테온이 101,33으로 1위, 스팅어가 99,45점으로 2위 5시리즈가 92,36으로 3위, 마지막으로 인시그니아가 87,30으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아테온 / 사진=폴크스바겐


아테온은 주행성능이 인상적이었고, 전장 부분, 그리고 각종 장치의 사용 편의성과 디자인 혁신성 등에서도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1위 항목이 가장 많았던 5시리즈였지만 가격 부분이 모든 그룹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이 순위에 영향을 크게 끼쳤습니다. 그렇다면 스팅어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역시 디자인의 신선함을 우선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익히 봐왔던 유럽 모델들과 달리 전체적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 스팅어가 유럽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은 역시 가격 항목이었습니다. 모든 그룹에서 가격 평점이 1위나 2위였기 때문인데요. 과연 고급 GT 카 시장에서 스팅어가 브랜드의 약점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스팅어가 지향하는 운전의 재미도 어느 정도 심사위원들은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섀시나 조향감 또한 이전보다 나아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아테온이나 5시리즈 등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으며, 제동력이나 인포테인먼트 부분, 그리고 시인성, 수리와 사용의 편리함, 좌석의 안락함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은 스팅어에겐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