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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인들이 운전면허 시험에서 떨어지는 이유

독일은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이 무척 힘든 곳 중 하나입니다. 면허증을 받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많이 소요되는 편인데요. 이것이 꼭 장점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현실입니다. 응급처치부터 시작해 철저한 이론교육, 그리고 고속도로 주행과 야간주행 등, 여러 과정을 거쳐 감독관과 면허학원 강사를 태우고 시험을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탈락하는 이들은 1년에 수십만 명에 이릅니다. 


독일에서 면허 취득 시험을 보는 인원은 1년에 약 1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 중 삼 분의 일이 탈락합니다. 놀라운 것은 재심험 빈도가 높아질수록 합격률이 낮아진다는 것이었는데요. 왜 철저한 준비에도 탈락의 고배를 들어야 하는 걸까요?

사진=tuev-sued


독일 면허학원 강사들이 말하는 탈락 이유 7가지

독일 운전면허 강사 연맹이라는 단체에 타블로이드지 빌트는 한 가지 요청을 했습니다. 왜 독일인들이 면허 주행 시험에서 탈락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죠. 독일 전역에서 면허학원을 운영하거나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이들이 모인 단체이기 때문에 생생한 증언이 가능했고, 각자 경험을 토대로 해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보니 대략 7가지로 그 이유를 봤습니다.


이유 1. 브레이크 페달을 너무 일찍 밟는다

독일은 앞서 언급했듯 주행시험에 아우토반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많은 실수를 범하는데요. 아우토반을 빠져나가기 위해 진출로에 들어선 후 너무 일찍,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바람에 달려오던 뒤차와 추돌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유 2. 너무 약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첫 번째 이유와는 반대의 상황으로, 진출로는 보통 속도제한 표시가 도로 상황에 맞게 단계별로 표시됩니다. 그런데 이를 지키지 않고 결과적으로 과속을 하게 되면 대부분 커브 구간이기 때문에 차로 이탈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속도제한 표지판을 잘 확인해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다만 많은 독일 운전자들이 이런 진출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격하게(?) 코너 구간을 빠져나가는 걸 빈번하게 보게 되는데요. 이런 점은 개선이 되어야겠습니다.


이유 3. 주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

주차 공간에서 출발을 할 때, 특히 후진하며 주차 공간을 빠져나올 때 주변에 다른 차가 있는지, 또 내 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 차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오는지 잘 가늠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결국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실수는 탈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주차 공간을 빠져나갈 때 속도를 과하게 내는 경우도 있은데, 이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유 4. 우선 주행 표시 무시

회전교차로나 사거리 등, 전체적으로 차량이 교차하는 도로에서는 우선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독일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고, 따라서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경우 예외 없이 탈락하게 됩니다. 사진을 한 장 보여드리죠.


우측 노란색 다이아몬드 모양의 표지판이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는 많은데요. 주행 우선권이 주어지는 메인 도로를 알리는 표시입니다. 우리나라의 양보(YIELD) 표지판과 같은 의미이지만, 독일에서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저 표지판이 있는 도로의 자동차에 무조건 우선권이 있습니다. 이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더 넓은 도로에서 달린다고 그게 메인인 줄 착각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전교차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짓는 건 로터리가 아니라 회전교차로인데요. 로터리와 달리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안에 있는 차에 우선권이 있습니다. 당연히 진입을 원하는 자동차는 기다려야겠죠. 그리고 교차로를 빠져나갈 때는 반드시 깜빡이를 켜서 내가 어느 쪽으로 나갈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규칙인지라 누군가가 이를 어기게 되면 큰 사고로 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 등에서는 면허취득 시 이 부분을 이론이든 실제 주행교육에서든 반복해 가르칩니다. 


그리고 우회전 때문에 탈락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는데요.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가 없는지 잘 관찰하지 않은 경우 탈락 가능성은 커집니다. 특히 보행자가 횡단하려고 서 있을 때는 무조건 멈춰야 한다는 점은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양보 표지판 / 사진=위키피디아


이유 5. 좌회전 시 역주행 가능성

위에 두 번째 사진을 다시 보면, 사진 왼쪽에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우측에 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노란색으로 중앙선을 그어 놓은 것이 아니라 구조물을 통해 통행 차로를 구분해 놓고 있는 게 보일 겁니다. 독일에는 이런 형태의 도로가 매우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어디로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헤맨 적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파란색 표지판에 흰색 화살표 등으로 주행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간에는 더 실수의 확률이 높아집니다. 자칫 짧게 왼쪽으로 치우쳐 회전했다가는 역주행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보통 이런 도로에서는 크게 회전을 하라고 가르친다는군요. 또한 좌회전 시 자전거를 늘 조심하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이유 6. 고속도로 합류 방법 오류

보통 고속도로 등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본도로와 합류를 하게 되는 지점이 있죠. 이때 고속으로 달리는 본도로 차량들과 바로 섞이지 않게끔 합류도로가 일정 구간 마련돼 있습니다. 이 합류로를 달리다 본도로로 진입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두 가지 실수를 자주 범한다는 게 강사들 얘기였습니다.


우선 너무 낮은 속도 때문에 진입의 애를 먹는 경우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 채 본도로에 합류해야 하는데 긴장한 나머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다든지 해서 사고의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죠. 또 한 가지는 합류로에서 너무 일찍 차로를 변경하는 행위입니다.


이미 독일 등에서는 여러 차례 증명이 된 부분인데요. 합류로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깜빡이를 켜고 차로를 변경하는 건 교통의 흐름을 좋지 않게 하는 선택입니다. 따라서 충분히 (합류로에서)주행하다 본도로로 합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워낙 이 부분에서 응시자들이 어려워해 ‘호러타임’이라고까지 얘기된다고 하네요. 슝~하고 내달리는 고속도로 위의 차들 속으로 매끄럽게 진입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이유 7. 제 타이밍을 못 찾는 차로 변경

깜빡이를 켜고 차로를 변경할 때 응시자들의 실수가 특히 많다는 게 강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지금이 끼어들 타이밍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하는데, 공간이나 속도에 대한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실수가 가장 많다고 것이었는데요. 룸미러나 사이드미러, 그리고 어깨너머로 직접 진입할 차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깜빡이를 켰으면 충분히 뒤차와의 간격을 두고 진입을 해야 합니다. 결국은 여러 차례의 반복 주행 연습을 통해 감을 익히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면허 이론 시험 모습 / 사진=tuev-sued



주행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조언

끝으로 전문가들은 합격을 위한 방법으로 몇 가지를 제시해줬는데요. 우선 시험이 언제인지 주변인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겁니다. 심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죠. 또 주변에서 시험을 보라고 독촉한 나머지 급하게 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리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는군요.


시험 당일에는 지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미리 도착해 마음에 여유를 갖고 준비하는 게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방법입니다. 또 작은 실수를 했더라도 너무 긴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잘못 주차를 했다면 다시 주차하겠다고 감독관에게 얘기를 하면 보통은 다 들어준다는군요.


마지막으로 감독관의 지시 사항을 잘 못 들었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다시 확인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모른 체 그냥 넘기면 십중팔구 실수를 하게 된다는 건데요. 사실 오늘 내용은 독일의 자동차 면허 취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만 우리에게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닌가 싶어 소개를 해드리게 됐습니다.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의 교육은 철저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기본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단속을 강화한다 해도 처음 제대로 배우고 익힌 것만큼 효과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초보자뿐만 아니라 면허를 딴 지 꽤 된 분들도 이 기회에 초심으로 돌아가 나는 잘못된 운전을 하고 있는 건 않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기본과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라죠. 기본이 잘된 대한민국의 교통문화, 더 안전한 그런 도로 환경이 빨리 자리 잡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