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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여파에서 벗어났나?

작년 9월 미국에서 터진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프로그램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VW 기업은 물론 독일 국가 이미지까지 나쁜 영향을 받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작게는 50조에서 많게는 100조 가까운 보상 비용이 들거라는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디젤 배기가스 기준을 눈속임으로 피해가려던 그들의 추한 선택이 너무나 막대한 손해로 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저감 등, 클린디젤로 대표된 청정 이미지가 무너진 것은 당장 회복될 수 없는 치명상이 될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신차 판매량만 놓고 보면 빠르게 회복이 된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만드는 결과나 나왔습니다. 2016 1분기 결과에서는 일부 지역만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을 뿐 상당 지역에서 선전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 아우토모바일보헤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세계 지역별 판매량을 한 번 확인해보도록 하죠.


북미 지역 (미국을 제외한 캐나다 멕시코 포함 20개국)

2015년 1분기 판매량 : 205,8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201,500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


미국

2015년 1분기 판매량 : 131,6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124,000대 (5.8% 감소)


북미지역은 디젤게이트의 진원지였던 미국을 비롯, 캐나다와 멕시코 등이 포함되는데요. 의외로 사건 터지기 전인 작년 1분기에 비해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의 하락은 없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를 보면 현지에서 생산된 모델들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독일 등에서 생산된 모델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현지 조립 모델인 파사트 (-31.1%)와 제타 (-10.6%)  등, 가장 많은 판매량을 담당하는 볼륨 모델들의 하락이 컸지만 반대로 유럽산 골프와 골프R, 그리고 골프 GTI 등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죠. 또한 네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보인 콤팩트 SUV 티구안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6.2%의 높은 성장을 보였습니다. 이 티구안 역시 유럽형으로 투아렉의 하락세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습니다. 2세대 티구안이 아직 판매 전이기 때문에 신형이 시장에 풀리면 티구안의 상승세는 더 높아지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어쨌든 완전히 망해나갈 것만 같았던 미국 시장에서 트럭을 포함 전체적으로 5.7%의 감소만 보인 것은 선방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확실히 디젤 없이 승부를 보는 방향으로,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모델들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서 버티는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국시장에서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골프 라인업. 사진=골프R / 폴크스바겐 제공


유럽 지역 

2015년 1분기 판매량 : 1,018,4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1,052,100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


독일

2015년 1분기 판매량 : 314,8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319,500대 (3.5% 증가)


폴크스바겐의 본진인 독일과 유럽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올 1분기 딱히 분위기를 띄울 만한 신모델 출시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가 아닌가 싶은데요. 4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신형 티구안이 지금 주문하면 약 4개월 정도 후에 차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본격적인 티구안의 판매량 변화는 3분기부터 이뤄지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선주문을 한 물량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독일과 유럽에서는 2분기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2세대 티구안 / 사진=폴크스바겐


아시아 태평양 지역

2015년 1분기 판매량 : 1,002,2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1,045,400대 (4.3% 증가)


중국

2015년 1분기 판매량 : 898,4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955,500대 (6.4% 증가)


중국과 오세아니아를 포함한 아시아 전체 시장은 폴크스바겐에게는 판매량만 놓고 보면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특히 단일 국가로는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중국은 결코 제조사 입장에선 놓쳐서는 안될 곳이죠. 그런데 이 곳에서 모두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폴크스바겐의 관심은 계속될 텐데요. 관심이 높은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투자나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그룹 차원에서 늘리고 지원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더 잘해야죠. 다음은 북미와 미국을 제외한 판매량 감소 지역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전용모델 피데온. 올 하반기부터 현지에서 생산 판매될 예정입니다. / 사진=폴크스바겐


러시아

2015년 1분기 판매량 : 43,5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36,400대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


남아메리카 

2015년 1분기 판매량 : 152,8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110,600대 ( 27.6% 감소)


브라질

2015년 1분기 판매량 : 110,9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71,100대 (35.9% 감소)


세계 시장 전체

2015년 1분기 판매량 : 2,487,700대

2016년 1분기 판매량 : 2,508,300대 (0.8% 증가)


브라질 및 남아메리카와 러시아 등에서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전체 판매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습니다. 단순히 판매량 결과만 놓고 본다면 디젤게이트 여파가 컸던 작년 4분기를 잘 극복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하지만 파격적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판매량을 떠받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판매량이 사건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갔다 보긴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디젤게이트 조사와 소송 등 관련한 일들이 진행 중이고, 어떤 돌발적인 사건이 터져나올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는 점에서 폴크스바겐의 안심은 일러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이었던 디젤이 인체에 유해한 질소산화물 문제로 인해 타격을 입으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디젤 대안을 찾는 손길이 빨라졌다는 것도 디젤 신화를 쓰려던 폴크스바겐에겐 아픈 일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폴크스바겐도 그룹 차원에서 몇 년 전부터 발빠르게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과 투자를 해왔고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판매량 변화나 미래 시장의 가능성 등을 뒤로 하고, 디젤게이트 주범이라는 타이틀로 남게될 역사 앞에서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차 잘 만드는 거대 회사가 작은 이익에 눈멀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지를 우리는 폴크스바겐의 사태를 통해 확인했고, 이는 판매량 회복과는 상관없이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