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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화물차 운전하시는 분들, 이러지 말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새삼스레 웬 인사로부터 글이 시작되나 싶으시죠? 저는 지금 아주 잠깐, 급한 볼 일이 있어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자동차를 렌트해 타고 다니면서 일을 보고 있는 중이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운전과 관련한 것들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화물차에 대한 두 가지 경험을 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사례1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겪은 일




어린이보호구역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을 우선 보호하기 위해 정해진 구역입니다. 주로 초등학교나 유치원 등이 있는 곳에 설치돼 있죠. 표시를 보면 알겠지만 이 구간에서는 시속 30km/h가 제한속도가 됩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의 하교시간 때 운전을 하고 지나간 적이 있는데, 길가에 세워진 차와 차 사이에서 꼬마 아이들 세 명이 후두둑하고 튀어나와 놀라기도 했는데요.


이면도로 같은 곳이어서 더 조심을 하긴 했지만, 대로일 경우에도 학교 근처에선 늘 제한속도를 지키고 주변을 잘 살펴야 합니다. 어쨌든 스쿨존이 제법 긴 구간을 지날 때의 일이에요. 내비게이션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정확하게 알리고 있었기에 저는 당연히 속도계를 보면서 시속 30km/h 이하로 주행을 했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나 달렸을까요? 갑자기 뒤쪽 느낌이 서늘해 룸미러를 보니 1.5톤 정도 되어 보이는 소형화물차 한 대가 제 차 머플러에 코를 박고 있는 듯 바싹 붙어 운전을 하고 있더군요. 급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추월도 안되는 곳이고 해서 저는 그냥 조금만 참으면 구간해제니까 그 때 비켜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달리는데 갑자기 가볍게 경적음을 울리더군요. 빨리 가라는 얘기같았습니다. 학원 차량들과 가방을 메고 걸아가는 아이들이 있는 상황이었고, 설령 없더라도 분명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냥 신경을 쓰지 않고 제 속도를 지키며 달렸습니다. 한 번 더 경적음이 울리더군요. "뭐지?" 약간 짜증이 났지만 계속 신경을 안 썼습니다. 


그러자 결국은 중앙선을 넘어 제 차를 추월하더군요. 물론 창문을 내려 뭐라고 말을 하는 거 같았는데 제대로 안 쳐다 봐서 잘 몰랐습니다. 그렇게 추월해서는 스쿨존이가 뭐고 없다는 듯, 그 화물차는 빠르게 달려가버렸습니다. '정말 급한 일이 있었나 보다' 생각하고 그냥 잊으려 했는데, 도로변에 있는 기사식당 비슷한 곳에 그 차가 세워져 있지 뭐겠습니까. 제게 불쾌한 기분을 준 차량이 화물차여서 이렇게 글을 썼지만, 화물차 아닌 어떤 차량도 예외없이 제한속도 표시, 스쿨존 표시 등은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문제의 어린이보호구역



사례 2

적재칸 덮개는 어디에?



위에 사진과는 관련없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겪은 일인데요. 편도 2차선 도로였고 비교적 한가한 상황이었습니다. 2차로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앞에 화물차가 있어 추월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1차로로 진입을 했습니다. 가속페달을 밟고 그 화물차를 앞질러 나갔죠. 조금 여유있게 추월을 한 다음 다시 2차로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또 다른 화물차가 주행을 하고 있어 탄력 그대로 1차로를 타고 주행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1차로 위에 뭔가 떨어져 있는 게 보이더군요. 폐비닐 뭉치였습니다. 순간 놀랐지만 그냥 그대로 타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덜컹~하고 바퀴에 밟히더군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비닐 안에 딱딱한 게 있었던 것으로 느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다시 폐비닐들이 계속해서 떨어져 있더군요. 위험하다 싶어 2차로로 차선을 바꾸는데 저만치 앞에 가는 화물차 적재함에서 비닐 하나가 다시 날아오는 게 보였습니다.


차로 밖으로 다행이 떨어지긴 했지만 만약 앞유리라도 가리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알려줘야겠다 싶어 속도를 올리는데 화물차는 출구가 있는 우측으로 빠져나가버렸습니다. 만약 그게 폐비닐이 아니라 더 크고 단단한 무엇이었다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사실 어찌보면 익숙한(?) 위험함이었지만 독일에서 그래도 운전을 좀 오래했다고, 되게 새삼스러웠고, 크게 놀랐습니다. 비교를 해서 뭐하지만 독일 같은 곳에선 덮개나 밀폐된 박스형 적재함이 없이는 고속도로 등에서 주행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아니, 아예 그런 화물차는 특수 작업차량 외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철저하죠.


독일 아우토반 모습. 사진=verkehrsrundschau.de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는 이렇게!


누구보다 화물차 운전하는 분들이 잘 아는 내용이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또는 환기를 시킨다는 뜻에서 기본적인 내용을 좀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화물차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에서는 덮개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저 위에 사진에는 덮개 없이 줄로 고정을 해놨는데, 제가 아는 바로는 덮개를 하는 게 맞습니다. 


또 차로 이용법도 분명하게 법으로 정해놓고 있죠. 간단히 정리를 하면 이렇습니다.


편도 4차선 고속도로 

1차로 : 2차로 주행이 허락된 차량들의 추월차로 

2차로 : 승용차와 승합차

3차로 : 대형승합차, 1.5톤 이하 화물차

4차로 : 1.5톤 적재중량 이상의 화물차들과 그밖의 특수차량


편도 3차선 고속도로

1차로 : 2차로 주행이 허락된 차량들의 추월차로

2차로 : 승용차와 승합차

3차로 : 화물차 모두와 그밖의 특수차량들


편도 2차선 고속도로

1차로 : 앞지르기 차로

2차로 : 모든 차



고속도로 아닌 도로도 화물차 기준에서 보면 고속도로 주행 때와 비슷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측 끝차선을 이용해야 하고, 2차로 이상일 경우에만 1.5톤 이하의 소형화물차만이 3차로(4차선 도로일 경우), 혹은 2차로까지(편도 3차선 일반도로의 경우) 이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어 보입니다. 이는 저보다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화물차 운전에 대해서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화물차는 덮개를 반드시 한다.

*화물차는 제 차로를 이용한다.


추가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고속도로 1차로는 OO차로입니다.  OO 안에 뭐가 들어가야 할까요? 정답은 '추월'이죠. 그 얘기는, 추월을 하지 않는 경우는 비워둬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니 고속도로에서는 1차로를 비워주세요. 가끔 1차로를 가로막아서 하는 수 없이 우측으로 추월했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제 눈에는 차로 상황과 상관없이 우측 차로로 추월을 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아 보였습니다. 잘못된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 뭐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면 너무 글이 많아지고 집중이 안되니까 다시 화물차 얘기로 돌아와 마무리하겠습니다. 스쿨존에서는 제 속도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덮개 사용을 아끼지 마셨음 합니다. 자칫 잘못해 화물이 낙하라도 하면 인명 피해가 날 가능성은 물론,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낼 수도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요즘 블랙박스 얼마나 발달돼 있습니까? 돈 몇 푼, 시간 얼마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제발 덮개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기 차로에서 운전하십시오. 추월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 승용차 차로에서 운전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요즘 순찰차량, 단속차량 보기 어렵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경찰도 고속도로에서 수시로 과적이나 덮개를 하지 않은 차량들을 지도하고 단속해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우리나라 화물차 정말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드릴 수 있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마치 떨어질 것같은 적재함 속의 화물이 뒤차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