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리는 독일 프리미엄 세단 하면 메르세데스 E-클래스, BMW 5 시리즈, 그리고 아우디 A6 등을 꼽겠죠. 하지만 해외에선 다릅니다. 유럽 기준 D세그먼트, 북미 기준 프리미엄 미드 사이즈에 해당하는 메르세데스 C-클래스, BMW 3 시리즈, 그리고 아우디 A4가 훨씬 더 많이 팔리는 볼륨 경쟁 모델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메르세데스 C-클래스의 인기는 굉장했는데요. 본진인 독일의 2019년 판매량을 비교해 보죠. 지난 한 해 독일에서 C-클래스는 64,403대가 팔렸고, 아우디 A4는 50,740대, 그리고 BMW 3 시리즈가 43,327대가 팔려나갔습니다.
2019년 독일 프리미엄 3사 D세그먼트 판매량 비교 (자료=독일자동차청)
C-클래스 : 64,403대
A4 : 50,740대
3 시리즈 : 43,327대
C-클래스 / 사진=다임러
독일만 C-클래스가 우세를 보인 건 아니었습니다. 유럽(EU) 판매량을 비교해 봐도 C-클래스는 확실한 선두에 있었습니다. 카세일즈베이스닷컴에 나와 있는 2018년 / 2019년 두 해 판매량 자료를 보면 C-클래스가 총 294,288대가 팔렸고, 3 시리즈는 231,528대, 그리고 아우디 A4가 215,478대가 팔렸습니다.
2019년 EU 중형 세단 판매량 순위 TOP 10 (자료=카세일즈베이스닷컴)
1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 2019년 (143,293대) / 2018년 (150,995대)
2위 : 폴크스바겐 파사트 => 2019년 (124,650대) / 2018년 (154,074대)
3위 : BMW 3 시리즈 => 2019년 (124,537대) / 2018년 (106,991대)
4위 : 아우디 A4 / S4 / RS4 =>2019년 (102,994대) / 2018년 (112,484대)
5위 : 테슬라 모델 3 => 2019년 (95,168대)
6위 : 스코다 수퍼브 => 2019년 (67,488대) / 2018년 (74,697대)
7위 : 볼보 S60/V60 => 2019년 (64,456대) / 2018년 (46,945대)
8위 : 오펠 인시그니아 => 2019년 (45,935대) / 2018년 (67,424대)
9위 : 아우디 A5 / S5 / RS5 => 2019년 (41,812대) / 2018년 (49,799대)
10위 : 푸조 508 => 2019년 (41,329대) / 2018년 (13,378대)
보시는 것처럼 C-클래스는 독일과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중형 세단이었습니다. 물론 3 시리즈와 A4의 경우 파생 쿠페 모델인 4 시리즈와 A5 등이 있기 때문에 이들 판매량을 합산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별개의 모델로 보고 있고, 그 기준에서 보면 C-클래스는 2만 대 이상, 최대 4만 대까지 경쟁 모델들보다 더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궁금하실지도 몰라 미국의 2019년 상반기 판매량도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반기로 한정한 것은 1년 전체 결과는 3 시리즈와 4 시리즈가, 그리고 A4와 A5 판매량이 합산돼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2019년 상반기 독일 3사 판매량 비교
C-클래스 : 27,337대
3 시리즈 : 21,158대
A4 : 12,154대
역시 C-클래스가 확실하게 판매량에서 앞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디자인과 좋은 품질, 그리고 안전성, 여기에 브랜드에 대한 확실한 신뢰 등이 C-클래스가 선전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하지만 상황은 2020년 들어서면서 바뀝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2019년 하반기부터 변화의 조짐이 있었습니다. 바로 3 시리즈 신형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것입니다. 앞서 2019년 자료를 보여드렸는데, 이번에는 똑같은 기간 2020년 자료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상반기 독일 3사 D세그먼트 세단 판매량 (자료=독일자동차청)
1위 : BMW 3 시리즈 (19,892대)
2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18,236대)
3위 : 아우디 A4 (17,519대)
3 시리즈 / 사진=BMW
지난해 독일에서 3개 경쟁 모델 중 가장 적게 팔렸던 3 시리즈가 올 상반기엔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됐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밀고 올라오더니 기어이 올핸 C-클래스를 끄집어 내렸네요. 물론 하반기가 남았고, 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점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흐름을 생각하면 3시리즈는 하반기 독일에서 계속 선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 모델들이 30% 이상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떨어진 것과 비교해 3 시리즈는 거의 감소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유럽은 어땠을까요?
2020년 유럽 (EU) 중형차 1분기 판매량 TOP 10 (자료=카세일즈베이스닷컴)
1위 : BMW 3 시리즈 (34,928대)
2위 : 폴크스바겐 파사트 (32,196대)
3위 : 아우디 A4 / S4 / RS4 (24,217대)
4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22,898대)
5위 : 테슬라 모델 3 (20,512대)
6위 : 스코다 수퍼브 (15,303대)
7위 : 볼보 S60/V60 (16,309대)
8위 : 푸조 508 (8,562대)
9위 : 아우디 A5 / S5 / RS5 (7,088대)
10위 : 오펠 인시그니아 (6,763대)
역시 3 시리즈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무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의 성장을 이뤄내며 얻은 결과였습니다. 반면 C-클래스는 무려 41%나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줄며 4위까지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테슬라 모델 3에 추월을 당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그런 하락세에 자료를 보고 저도 깜짝 놀랐는데요. 미국의 올 상반기 결과도 바로 보겠습니다.
2020년 미국 독일 프리미엄 3사 미드사이즈 세단 판매량
1위 : 3 시리즈 (18,326대)
2위 : C-클래스 (13,382대)
3위 : 아우디 A4 (8,364대)
코로나바이러스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에서 거의 모든 (정확하게는 아테온을 제외하고) 중형 세단의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3 시리즈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 폭이 크지 않았고, 결국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C-클래스의 경우 무려 51%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줄고 말았네요. 참고로 아우디는 쿠페를 좋아하는 곳이라 그런지 A4보다는 A5가 더 판매량이 많았습니다. 결국, 2020년 현재까지 독일, 유럽, 미국 등에서 모두 C-클래스가 3 시리즈에 뒤처졌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사진=다임러
이처럼 C-클래스가 유독 큰 폭으로 판매량이 줄고 수년간 유지해왔던 라이벌 사이의 판매 경쟁 우위를 잃은 것은 신형 3 시리즈의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신형 3 시리즈는 등장과 함께 곳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긍정적인 입 소문이 계속 나면서 고객들이 몰렸습니다.
C-클래스 실내 / 사진=다임러
3 시리즈 실내. 디지털 계기반 디자인에 대한 찬반 의견이 다소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이전 세대보다 고급스럽게 잘 나왔다는 평가가 독일 등에서 나왔습니다 / 사진=BMW
반면 C-클래스는 내년 새로운 모델의 등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판매량이 감소할 시점이었던 것이고, 그런 와중에 3 시리즈가 선전을 펼치며 이래저래 판매량은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C-클래스가 이대로 3시리즈에 1등의 자리를 계속 내줄까요?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신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판은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
신형 C-클래스에 대한 몇 가지 예상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C-클래스 신형 소식을 전하면서 ‘만약 메르세데스가 신형 C-클래스를 모던하게만 내놓는다면 후속은 계속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예상을 덧붙였는데요. 우선 외형은 지금보다 더 스포티해질 것이고, 헤드램프의 변화가 눈에 띌 것으로 봤습니다. 실내는 더 많이 변할 듯합니다.
특이하게도 역시 2021년에 공개 예정인 전기차 EQS를 아우토빌트는 언급했습니다. EQS는 S-클래스 급의 전기 세단으로 다임러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내놓는 첫 번째 모델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죠. 그런데 그 EQS 콘셉트카에 적용된 실내, 구체적으로는 센터페시아의 디지털화가 C-클래스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나올 신형 S-클래스의 실내가 공개되면 그것을 통해 이후에 나올 C-클래스 신형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듯합니다.
EQS 콘셉트 모델 / 사진=다임러
2019년 공개된 EQS 콘셉트카의 실내. 이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먼저 S-클래스에 반영되고, 이게 C-클래스로 이어질 것으로 현지 매체는 예상 / 사진=다임러
공개된 후 화제가 된 신형 S-클래스 중앙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 / 사진=다임러
그 외에도 변속기에 직결되는 전기 모터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정확한 내용은 더 많은 내용이 공개되면 그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AMG 모델 얘기도 잠깐 있었습니다. AMG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의 경우 출력이 700마력!! 이상이 될 수 있다는군요. 엄청나네요. 어쨌든 디지털, 그리고 전동화라는 시대의 흐름이 C-클래스에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그 위에 메르세데스만의 새로운 디자인이 입혀질 텐데 그 변화가 기대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신형 C-클래스가 잘 나와서 한창 치고 올라가고 있는 3 시리즈와 치열하게 경쟁을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그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C-클래스 이후에 나올 아우디의 신형 A4에 대한 기대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렇게 짱짱한 3개의 신형 모델들이 그 어떤 때보다 뜨겁게 경쟁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쟁을 통해 더 나아지는 그런 자동차를 시장은 외면하지 않을 테니까요. 라이벌이 있다는 건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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