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벨트(Die Welt)가 기아자동차의 부사장이자 디자인 총괄 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에 대한 기사를 다뤄, 이 내용을 정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Wie ein deutscher Designer Kia zum Erfolg führt
(어떻게 한 독일 디자이너가 기아차의 성공을 이끌고 있나)
지금부터 10년 전, 한국의 자동차 회사 기아는 망했었다. 하지만 그 회사는 10년만에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기술적인 진보...저렴한 가격 등... 그러나 이것들 보다 더 중요한 성공의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건 한 남자의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는 디자인상을 휩쓸다시피한 VW, 아우디를 떠나 2006년 기아에 새 둥지를 튼 피터 슈라이어다.
피터 슈라이어와 유럽전략형 모델인 씨드의 스포츠버젼이랄 수 있는 프로씨드의 모습.
2010년 호주 오픈의 메인 스폰서였던 기아는 경기 기간 동안 "오늘의 기아팬"이라는 어떻게 보면 유치한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본다면 기아는 충분히 그런 마케팅을 펼칠 권리가 있다. 이젠 정말 기아의 팬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아는 2009년 20.1%의 성장을 보였으며 독일에서는 중고차 보상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 61.4%의 판매 성장율을 보였다.
비참하게 망한 회사가 현대자동차에 의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10년 뒤, 기아는 멋지게 자릴 잡는 결과를 갖게 된 것이다. 1998년을 되돌아 본다면 이는 정말 놀랄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간 기아는 독일 내에서 55,379대의 차를 팔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1,651,920대의 차를 팔 수 있었다.
요즘 기아에서 새로운 차가 나온다고 하면 과거 아무도 몰랐던 이 한국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게 된다. 예를들어 시카고 오토쇼(2월 중순)에 소개될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 "Ray"에 대해 이미 인터넷에선 레이의 실루엣 라인 이미지가 떠돌고 있을 정도로 기아차는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과거, 싸구려 차로 평가받던 기아차의 지금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뭘까? 그건 분명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존재일 것이다. 피터 슈라이어가 함께하는 기아차에 대해 지금은 어느 누구도 기아차를 비웃거나 조롱하지 않는다. 런던 로얄 컬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딴 피터 슈라이어가 2006년 기아차로 옮겨갔을 때만하더라도 그 동양인들은 자동차의 기능과 편의사양 정도에만 신경을 쓸 줄밖에 모르던 그저그런 차를 만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피터 슈라이어는 그런 기아자동차에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게했고 느끼게 해주었다. 피터 슈라이어...그는 지금까지 디자인 아이콘의 아버지라 불리우고 있다. 그가 그런 명성을 얻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차들... 바로 4세대 골프, 뉴비틀, 그리고 아우디 TT다.
뉴비틀
아우디TT
이제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와 함께한 지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두이스부르크 대학 교수이자 자동차 리서치 회사의 CEO로 있는 페르디난트 두덴훼퍼(Ferdinand Dudenhöffer)는 말한다."하나의 자동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보통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의 말처럼 4년이 지난 지금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의 결과물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1999년 아우디A2 전시장 모습. 왼쪽이 당시 아우디 회장, 오른쪽은 관람객들의 모습. 역시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이 저주받은 걸작은 알루미늄 차체로도 유명했다.(지금은 단종되었기에 과거형으로 씀.)
이런 기아차의 성공적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게 된 이유는 바로 자동차의 기술력을 바탕에 둔 디자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은 기술과 다지안이 어우러져 있다. 단순히 예쁘게 멋지게만 터치를 하는 것이 디자인이 아님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예전에 "쏘울" 이 미니밴인지 SUV인지 모호함 속에서, 단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차라고 했다면 현재 슈라이어의 방향은 정확하다. 재미 있는 차, 스포티브하고 날씬하며 세련미 가득한 차... 이게 바로 그가 지향하는 바들이다.
씨드 이전 모델 |
씨드 새 모델 |
독일인들이 기아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씨드의 경우,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작년 한 해 동안 20,383대가 팔려 44%의 증가를 보였다. 지난 가을에 나온 쏘렌토R의 평가와 반응도 좋고 올 2월에 출시될 벵가(Venga)에서는 폴크스바겐을 떠올리게 한다.
쏘렌토R
Venga
기아차가 요즘 계속적인 판매 신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4가지로 볼 수 있다. 신차 7년 개런티(이 내용은 2010년 차부터 적용), 충돌 테스트 등을 통해 나타난 안전성(한국 내수용 기준이 아님. ㅡㅡ;), start-stop 기능 등을 통한 친환경 강화, 그리고 가격(골프 중에서 제일 싼 모델 보다도 씨드는 2,200유로가 더 싸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의 밑바탕엔 피터 슈라이어가 있다. 사실 기아자동차가 그에게 바란 가장 중요한 역할, 그리고 기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아만의 칼라, 바로 기아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정체성 상징적 작업 중 하나가 시그니쳐 그릴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호랑이의 코"라고 불리우는 이 기아만의 디자인으로 인해 어디가나, 누구에게나 이제 '야~ 저기 기아차다!' 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건 디자인에 대한 어떤 평가가들이 나오든,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차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슈라이어는 말한다. "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릴 쪽은 립스틱 그리듯 하는데 난 정말로 얼굴을 쳐다 보는 느낌을 주고 싶고, 그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2007 선보인 컨셉트카 "Kee"
디자인은 사람과 기술의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다. 히자만 기아자동차를 본다면... 사람과 동물(죠크)사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기사의 엔딩이 독일적인 유머가 담긴 문장이라 적절하게 우리의 정서에 맞게 고치기 어려웠던 점 양해바랍니다. 암튼, 제가 저번에 현대자동차의 정체성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기에(http://wani.textcube.com/117/trackback/) 이번 기사가 참 와닿았습니다.
국내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논란이 심하지만 그래도 기아자동차는 현대와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옛날의 기아에 대한 그리움일까요? 기아차 개런티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렸을 때도, 독일애들 깜짝 놀라 쏘렌토R을 높이 평가한 글, 벵가의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를 올린 것 등. 이 모두는 기아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기인함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기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피터 슈라이어라는 거장을 끌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분이 요즘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차의 안일한 인식 때문에 화딱지가 많이 났다는 글을 올리셨던데...저런 사람 데려 왔음 그리고 그에게 많은 역할과 영역을 할애했다면, 그가 가려는 길과 비젼에 대해 기아는 더 지원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더불어...이런 기아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내 고객들이 받는 그 소외감과 분노를 외면말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빠른 시정을 통해 국외 뿐 아니라 한국의 고객들에게도 존경받고 박수받는 기아가 되길 바랍니다.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야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 자동차 회사 있다!!" 라는 자부심..그런 자긍심이 전통을 만들고, 그 전통이 깊어져 존경이라는 역사가 되어 가는 것...우리도 갖고 싶다 이겁니다.
그나저나 왜!!! 독일 네티즌 뇨석들은 피터 슈라이어 기사에다 기아차 개런티 7년이 죽이네 마네..이딴 소리만 해대는 겨! (한국은 택도 없는 기간이구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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