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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7' 직격탄 맞게 된 소형차, 그리고 서민들

요즘 유럽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이슈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불허하기로 한 결정이고, 또 하나는 2025년부터 실행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유로7’입니다.

 

이 중에서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의 경우 합성연료인 e-Fuel을 예외로 해달라는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합성연료를 허용하는 쪽으로 규제가 완화되었죠. 실업과 경제적 타격 등을 우려했기 때문인데요. 합성연료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독일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컸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됨으로써 휘발유와 가솔린을 연료로 한 자동차는 2035년부터 유럽에서 더는 만들어질 수 없게 되었지만 (합성연료 사용 가능한) 엔진이 들어간 자동차는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바로 유로7’입니다.

사진=메르세데스

 

현재 유럽 자동차 배출가스는 유로6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부터 유로7을 적용하기로 했죠.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기존 기준은 더 낮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그간 없던 브레이크 입자 배출이 생겼고, 타이어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배출 기준도 새롭게 마련됐습니다. 또한 유로7과 관련이 있는 배출 쪽 부품의 내구성 기준도 한층 강화됩니다. 또한 배출가스를 실제로 측정하는 테스트의 조건까지 강화됩니다.

 

당연히 제조사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개발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차에 장착하는 정화 장치 비용 등이 크게 상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천만 원까지 차 가격이 오를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폴크스바겐 사장 토마스 쉐퍼는 B세그먼트 폴로를 예로 들면서 5천 유로, 그러니까 대략 우리 돈으로 7백만 원 전후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중형차 이상의 경우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조절을 할 수 있지만 C세그먼트 이하, 특히 경차와 같은 경우에는 이런 가격 상승 폭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경차나 소형차 가격이 유로7 대응으로 5~8백만 원씩 오른다? 그냥 차 사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집니다.

 

제조사의 선택지는 뭘까요? 아예 소형 세그먼트를 포트폴리오에서 지워(단종)버리는 것 하나, 그나마 상대적으로 마진이 좋은 SUV로 대체하는 것 두울,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 셋. 이런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뭐가 됐든 소비자의 선택지, 부담은 커집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제조사들은 소형 라인업을 지워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로7이 현재 기준대로 시행된다면 작은 차의 소멸은 훨씬 더 빠르게 이뤄질 겁니다.

 

경차나 소형차는 경제성이 우선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큰 차보다 기름 소비가 적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도 덜 줍니다. 그런데 환경을 위한 규제로 이 작은 차들이 먼저 사라진다면, 이것처럼 아이러니한 상황도 없을 겁니다. 작은 차를 팔아 장사를 하는 제조사들, 또 그런 제조사가 운영하는 자동차 공장이 있는 지역은 공장 폐업, 해직 문제가 당장 걱정입니다.

 

체코나,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포르투갈 등이 독일과 이탈리아와 같은 대표적인 유럽의 자동차 국가 교통부장관과 회의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루마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다치아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체코에는 스코다가 있죠. 가성비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가 있는 본국과 공장이 있는 국가들은 말 그래도 유로7’으로 인해 직접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팔고 있는 다치아는 최근 유럽에서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유로7로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 사진=다치아

 

환경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따르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으로 인해 정작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것은 작은 차를 주로 만드는 가성비 양산 브랜드, 그리고 그런 브랜드의 작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는 서민들이 될 것입니다. 이 점을 EU 집행부는 조금이라도 생각했을까요? 회원국의  반발에 유럽 정치인들은 어떻게 대응을 할지, 이번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