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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함으로 시작해 영리함으로 끝난 테슬라 모델 X


참으로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테슬라가 최초의 전기 SUV를 드디어 공개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디젤에 대한 인식이 바닥인 상황에서 당당하게 등장을 한 것이죠.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극명한 대비감으로 관심을 끌기에 지금처럼 좋은 때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테슬라 모델 X / 사진=netcarshow.com


모델 x를 소개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 / 테슬라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그런데 이 차 SUV 맞어?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엘론 머스크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좋아하고, 그래서 테슬라의 선전을 늘 응원하는 입장에서 이번에 나온 모델 X가 성공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큰데요. 일단 시작은 괜찮습니다. 벌써 3만대나 주문이 들어갔다고 하네요. 지금 오더하면 내년 하반기에 차를 받을 수 있다니까 고객들은 인내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처음 컨셉카가 나왔을 때부터, 그리고 양산형 모델이 공개된 론칭 행사를 지켜보면서 첫 번째 든 생각은 ' 이 차가 정말 SUV가 맞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낮은 지상고였는데요. 일반적인 SUV와 달리 도로면에서 차바닥까지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모델 X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배터리팩이 차량 하부에 배치되어 있어 무게 중심이 낮고, 그래서 전복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무게 중심이 낮기 때문에 주행 안전성에서는 확실히 장점이 있을 겁니다. 지상고까지 낮으니 더욱 그러겠죠. 대신, 이런 모양의 차는 오르막 내리막, 움푹 파인 비포장길 등을 달리기엔 맞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모델X를 가지고 험로를 달리는 건 쉽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화재 사건 때도 경험을 했겠지만 차량 바닥에 깔려 있는 배터리팩 보호가 전기차에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또 주유소만큼 활성화 되어 있지 않는 충전소 (수퍼차저)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어디 오지로 멀리 끌고 들어가는 건 애초부터 계산에 넣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까 이 차는 도심용, 혹은 도심과 도심을 여행하는 온로드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또 전체적인 생김새부터가 요즘 SUV에서 느껴지는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이 없습니다. 오히려 포드의 패밀리밴 S-MAX와 닮아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테슬라 모델 X / 사진=netcarshow.com


S-MAX / 사진=포드

뭔가 모델 X는 가족용 크로스오버에 가깝지 않나 저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또 하나의 작은 이유는 전면 유리의 디자인입니다. 시원하고 넓게 자리한 앞유리창은 SUV 보다 미니밴, 그것도 프랑스 푸조나 시트로엥 차들의 특색과 닮아 있습니다. 전복을 걱정하지 않고 쾌적한 개방감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이 역시 SUV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모델 X의 넓다란 전면 유리 /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시트로엥 C4 피카소 / 사진=시트로엥

부드러운 곡선의 느낌과 쿠페형 뒤쪽 라인은 모두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이죠. 그러니까 힘, 오프로드, 스포츠로 대표되는 SUV 보다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한 미니밴에 더 가깝다고 자꾸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니밴에 가까운 전기 SUV는 차종의 모호함이 있긴 하지만 또 무척이나 영리하게 만들어진 차이기도 합니다. 팔콘윙 도어를 보십시오. 좁은 주차공간에서 뒷좌석 승객들이 불편함 없이 타고 내릴 수 있도록 고민끝에 만들어졌습니다.


모델 X / 사진=테슬라


팔콘 윙도어 시연 장면 / 테슬라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또 차량용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공기필터의 10배 크기의 HEPA 필터를 장착했습니다. 헤파필터는 초미세먼지를 잡는 용도로 쓰이는데 이 것을 통해 미세먼지와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꽃가루 등을 걸러내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생화학무기 방어 모드까지 적용해 유해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 것은 물론 유해한 각 종 오염물질이 차량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진짜 클린 자동차란 이런 거 아니겠냐는, 일종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생화학 무기 방어 모드 버튼 (오른쪽 끝) / 테슬라 홈페이지 론친현장 동영상 캡쳐화면

모델X는 5인승, 6인승, 그리고 7인승까지 좌석 배치가 가능합니다. 엔진도 없고 변속기도 모델S처럼 콤팩트한 1단짜리가 장착됐을 걸로 보이는데요. 공간이 같은 사이즈라도 일반 SUV 보다 더 넓게 활용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2열 중앙석을 보조적 느낌이 아니라 하나의 분명한 좌석으로 독립적으로 구성한 것이 눈에 띄지만 2열 좌석들이 접히지 않는 것 같던데 이 건 아직 확인을 더 해봐야겠지만 좀 아쉬운 점이라 하겠습니다. 대신 좌석을 버튼 하나로 앞뒤로 움직이게 해 3열 두 좌석을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모델 X 실내 모습 /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 X / 사진=netcarshow.com

이 네바퀴 굴림 전기차는 90D, P90D로 나뉩니다. P90D의 경우 앞바퀴에 장착된 모터가 최고 259마력, 최대토그 33.7kg.m, 뒷바퀴는 503마력에 토크 61.2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출발과 함께 최고 마력 최대토크를 맞볼 수 있다는 점도 전기 SUV 모델X가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한 번 충전으로 4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테슬라만의 자랑이겠죠.


아우디가 대항마를 준비해 놓았지만 이게 나오려면 최소 2년은 넘게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모델 X는 당장은 경쟁자 없는 존재로 군림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레인지 로버 수준의 높은 가격이 걸림돌인데요. 그렇다고 테슬라가 높은 마진을 보는 회사도 아닙니다. 많이 팔려야 이윤을 낼 수 있지만 여전히 전기차는 인프라 부족이라는 장벽 앞에 서 있습니다. 아무래도 3만 5천불짜리 저렴한(?) 모델3가 나오면 그 이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하지만 당장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잘 버텨준다면, 미래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의 가치는 몇몇 우려섞인 시선들을 뚫고 더 높아질 것입니다.   


운전자 머리 위까지 오는 넓다란 앞유리의 개방감, 군더더기 없는 멋진 스타일(뒤쪽은 다소 무거워 보이긴 하지만), 소음진동에서 자유로운 전기차 특유의 쾌적함, 역대 최고라 자평한 차체 견고함, 그리고 엔진이 있어야 할 엔진룸과 뒤쪽 트렁크 모두를 짐싣는 공간으로 쓸 수 있는 공간활용성까지, 테슬라 모델X는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배출가스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런 전기 SUV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죠. 오늘 이야기는 모호함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영리함으로 정리를 하게 했는데요. 모델 X는 매력적인, 그리고 다른 시각으로 SUV를 보게 한 멋진 녀석임에 틀림없습니다.


테슬라 모델 X / 사진=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