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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해보기

책 & 밑줄긋기2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 그녀의 남자에 대한 사사로운(?) 생각들이 궁금해서 예전에 구입했던 것이 '남자들에게 (한길사)' 라는 책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책의 내용들 중 몇 가지를 발췌해 봤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할 얘기도, 좀 갸웃거리게 할 얘기도 있을 건데요. 찬찬히 잘 음미하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스타일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깊이 있는 인격이 저도 모르게 배어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어느새 주위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대부분의 왕족도 스타일이 없다. 귀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진짜가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진짜인 사람은 그 누구든 스타일이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집안이  어떻다는 말도 아니고, 재산의 유무도 아니다. 개개인이 살아가는 스타일이야말로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스타일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 스타일이 있느냐 없느냐 中-



"1968년부터 시작하여 한때 유럽을 풍미한 대학분쟁 때도 수염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당시 대학분쟁의 주인공인 신좌파 젊은이들은 거의가 수염을 길렀다. 얼굴이 수염으로 묻힐 정도의 구레나룻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수염을 기르니 완전히 풍속이 되어 버렸다. 대학 구내를 점거하고 있는 그들을 방송을 통해 볼 때, 모두가 똑같은 얼굴처럼 보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좌파가 대두할 시대, 그러면 우파 또한 참을 수는 없다. 우파의 학생들은 이제 콧수염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파는 턱도 코도 깨끗이 면도한 얼굴이었다. 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좌파 : 일부러 손질하지 않은 구레나루에 장발. 복장은 청바지에 모자 달린 점퍼 모습으로 지저분한 인상.

우파 : 속칭 카이저 수염이라 불리는 끝이 올라간 콧수염으로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음. 머리는 짧고 뒷덜미는 깎아올린 듯한 느낌을 준다. 복장은 가죽점퍼에 청바지. 그러나 청결.

중립 : 스웨터에 양복바지. 수염 없음. 머리도 보통 길이.


이 차이는 꽤 중요한 것으로,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파의 아지트로 잘못 찾아들어가 몰매를 당하곤 했으니 당시로서는 심각한 이야기였다. 대학분쟁도 한풀 꺾인 지금은 그렇게 열심이던 수염도 같이 없어지고 있다. 그러나 좌파는 구레나룻이요, 우파는 콧수염이란 차이는 아직도 건재한 모양이다. 이 '전통'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마르크스와 히틀러에서부터일까?" -남자의 수염에 관한 고찰 中-



"상냥한 젊은이를 난 젊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가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나이 때는 거만하고 불손한 것이 어울린다. 상냥하고 온순해지는 것은 인생이란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나이가 되어서이다. 자기도 남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인간은 저절로 상냥해지고 부드러워진다." 

- 전술 10과 1/2 中-



"대인관계란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자는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감정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원칙과 논리에 충실하게만 맞으면 자기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요, 그 행위를 바꿀 필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남자의 생각이다. " -불행한 남자 中-



"화제가 빈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를 주위에서 본다. 그러나 화젯거리가 전혀 없는 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공통의 화제가 없거나, 아니면 정신적 연대가 없는 사람들끼리 말하니까 그렇다. 같은 직장,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말이 끊이지 않을 만큼의 화젯거리는 있다. 그러나 '같은 세계'를 공유하기에 꼭 필요한 '같은 언어'를 가진 관계란 연애와 비슷해서, 한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과 몇 번이나 맛본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는 것같이 느껴진다. " -말이 통하는 친구 中-



"우리들 여자는 남자에게 배울 것은 배우는 편이 인생을 훨씬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사는, 그리고 즐기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남녀 평등이란 법률상의 정도로 해 두면 어떨까. 언제나 "평등, 평등" 하고 어깨에 힘주어서는 우선 이 몸이 괴롭지 않은가." -남녀 불평등의 효과 中-



"사십에 들어서도 남자가 흔들리는 것을 무엇을 뜻함일까? 우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 것에 있다. 아니 찾긴 했으나 그 길로 나아가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남들로부터 인정도 받을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없으니 흔들림 없이 나아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사십에 들어선 남자가 혹시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자신이 의도한 것이 사십에 들어서도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한 자와 성공하지 못한 자라는 분류와는 다르다. 직업이나 지위 그리고 행복, 불행과는 관계없다. 자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만족하게 해낼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세상이 어떤 평가를 하든 행복한 남자다. " -불행한 남자Ⅲ 中-



"다시 말하면, 인간이란 아무리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해도 말로 표현하느냐 않느냐로 그 이후 감정의 전개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인간이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때와는 달리, 일단 말로 하고 나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먼저 귀로 듣게 되고, 그 말은 확실한 형태가 되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에게 말은 머리를 통과하지 않은 이상 절대로 가슴에 정착되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만큼의 진실이 포함되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입으로 말한 이후에 진실이 포함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 -사랑의 속삭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