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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국민성이 잘 드러난 TV 자동차 프로그램


좀 아이러니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불안불안한 유로존 소식들로 인해 독일이란 나라가 자주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약 8천2백만 명)와 가장 수출을 많이하는, 유로존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나라죠.


특히 역사에 대해 일본과 비교가 된다는 점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안정되어 있고 많은 나라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일이 모든 면에서 좋은 나라라고 할 순 없습니다. 간단히 제 나름 독일을 정의해 보자면 "규칙적이고 성실하지만 무뚝뚝하고 유행에 둔감한 편" 이고요. 서비스 문화가 한국에 비하면 많이 뒤쳐진다고 하겠습니다.


또 독일인들 하면 떠오르는 게 소탈함과 솔직함이라고 하겠죠. 그래서 오늘은 이런 독일 국민성을 잘 드러내는 자동차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많은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들이 일주일 내내 방송이 되고 있지만 저 개인적으로 본방 사수 꼭 하려는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VOX라는 채널에서 하는 <Biete Rostlaube suche Traumauto>라는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캡쳐 화면입니다. 프로그램 제목을 우리말로 풀어 보면 <낡은 차 대신 드림카를 찾아 주세요>라고 하면 될 거 같은데요. 폐차 직전의 차를 바꿔주는 프로그램이죠. 얼핏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다룰 수 있는 평범한 아이템처럼 보입니다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아주 낡고 오래된 차, 거의 폐차 직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암튼 그런 차를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연을 보내게 됩니다. 그 사연들 중에 하나를 고른 후 사연의 주인공에게 찾아가죠. 그런 후 그 차를 프로그램 진행자가 받아와 이 걸 간단하게 수리를 해서 판매를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해서 나온 돈으로 다시 다른 차를 사고, 다시 수리 후 판매합니다. 그리고 또 차를 한 대 더 사고 그걸 역시 수리 후 판매를 하게 되죠. 그렇게 불린 금액으로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어울릴 만한 중고차를 최종적으로 가져다 주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사고 팔고의 과정을 두 번 거치면서 돈을 불려 차를 대신 구매해 주는 그런 내용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진행자 (그리스계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자동차 전문가입니다. 많은 자동차 딜러를 알고 있고, 정비소, 도장공장, 튜닝샵, 폐차장 등과 연결돼 있습니다.)의 차를 보는 안목과 인맥, 그리고 사고 팔 때의 수완 등이 얼마나 잘 발휘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잘 안 와닿으실 거 같아서, 지난 주 방송 내용을 간단히 정리를 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 방송에 나온 주인공들은 20대의 젊은 부부였습니다. 어린 두 자녀가 있는데 이들의 형편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캠핑카로 발칸반도 쪽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서 2,800유로 (약 4백만 원)를 주고 낡은 벤츠 209 캠핑카를 구입했습니다만 차는 완전히 폐차 수준. 이제 저 차를 팔아 좀 더 나은 차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1987년식 디젤 엔진 장착의 캠핑카로 현재까지 15만 킬로미터 조금 안되게 주행했습니다. 도장부터 브레이크 엔진, 거기다 다 망가진 실내 등등. 뭐 하나 온전한 게 없는 이 차를 어떻게 처리를 하게 될까요? 막상 차를 받아온 진행자는 잘 아는 정비소에서 차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는 걸 알고 난감해 합니다.


고심끝에 어떻게든 팔아 보겠다고 차를 끌고 나가죠. 그리고 운이 좋게 한 남자에게 1,400유로(약 2백만 원)에 차를 팔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구입을 한 건 오펠의 소형차 코르사였습니다. 1,200유로에 내놓은 개인들이었는데 협상을 통해 850유로에 차를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코르사의 도장을 새롭게 하고, 그릴 손보는 등 몇 가지 손을 보는데요. 이 때 무료는 없습니다. 반드시 수리비에 대해 비용을 지불을 합니다. 다만, 진행자가 여기서도 협상력을 발휘해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수리가 되게 하죠.

코르사 구매 장면

코르사B / 2000년 식 가솔린 모델 / 54마력 115,591킬로미터 주행 기록/ 구매가격 850유로

수리가 된 코르사

1차 판매 후 정산 결과 : 1,700유로 획득!


 1,700유로를 확보한 진행자는 다시 한 번 차를 사서 판매를 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잘 보면 아시겠지만 계절이 바뀌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옷이 달라져 있죠. 차를 수리해 온라인 매장에 내놓은 후 판매되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보면 반팔을 입고 시작해서 털모자 쓰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1,700유로를 가지고 이번엔 푸조 206 모델을 1,200유로에 구입합니다. 그런 후 도장 및 광택 작업 등을 통해 다시 매장에 내놓아 판매가 이뤄졌는데요. 최종 금액은 2,120유로가 됐습니다.


 푸조를 구입해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더 확보하지 못한 게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는데요. 어쨌든 이렇게 해서 2,120유로로 처음 차를 맡긴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캠핑카를 사줘야 합니다. 과연 어떤 차를 구매할 수 있었을까요?


 

최종 선택된 차량은 1,900유로짜리 벤츠 309모델입니다. 1984년식인데 주행거리가 267,377km나 됩니다. 마력은 88PS고 실내 상태는 매우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처음 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았는데요. 엔진은 좋아 보였지만 그래도 주행거리라 너무 많은 게 좀 흠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폐차 직전의 차를 가지고 멀쩡하게 주행이 가능한 캠핑카를 구매하게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게, 무료로 수리를 하거나 매매에서 배려가 되는 등의 행위는 일체 없다는 점입니다. 거의 로또 수준의 튜닝된 차를 선물로 받는 MTV의 핌 마이 라이드와 같은 프로그램과는 반대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죠. 핌 마이 라이드가 화려함으로 무장해 비싼 튜닝카를 선물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현실적인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대답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차를 최대한 좋은 조건에 팔아 그 안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끄집어 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매우 독일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독일도 화려한 부자들 많고, 로또로 인생 역전 바라는 이들 많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 프로는 독일의 색채가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독일어는 몰라도 이 프로그램을 좀 볼 수 없을까? 하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 제가 링크를 걸어드리겠습니다. 주소를 클릭한 후에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요. 동영상은 3개로 나뉘어 있는데 그냥 플레이 버튼 클릭만 하면 볼 수 있습니다. 중간광고들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voxnow.de//biete-rostlaube-suche-traumauto/der-flitterwochen-bus.php?container_id=119331&player=1&season=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