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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디자인 발전 0%의 굴욕 당한 자동차 회사

자동차 디자인은 차량 구입의 가장 큰 요소죠.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좋은 디자이너를 확보하는 게 자동차 회사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 됐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란 게 기본적으로 다 있죠. 특히 전통적이고, 매니아층이 깊은 메이커일수록 이런 경향은 좀 더 두드러지는데요. 전통을 해치지 않는 가운데 대중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감각을 반영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여하튼,

 

모델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순 있어도 한 번 어떤 메이커의 디자인에 빠지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엔 취향이 잘 바뀌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 곳 독일은 자동차 제조 강국이자 비교적 전통을 잘 지키고 키워가는 곳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자국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도 큰 편입니다. 이런 자부심은 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좀 서설이 길었는데요. 자국차에 대한 높은 충성도. 또한 비교적 경쟁력 있는 디자인의 차들을 내놓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해서 독일 내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하면 별로 어렵지 않게 결과를 예측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재미난 내용이 있어서 이 걸 소개해드리려고요.  대단한 반전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게르만들이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좀 다른 시각의 내용이라 내용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아우디 A1 사진이네요. 이걸 올린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 독일의 유력지인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큰 행사를 가졌죠. '독자들이 선정한 2012년 자동차들'이 그 것이었는데요. 한국에서도 언론을 통해 소개가 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이벤트 안에 포함이 된 것인지 별도로 진행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2012년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내용이 있더군요. 8개의 세그먼트별로 약 1만 5천 명의 독자들이 투표를 했는데요. 그 중 아우디 A1이 소형차 부분에서 44.7%의 득표율로 총 21개 후보들 중에 1위에 올랐습니다.

 

저 역시 A1이 1위라는 것에 무조건 동의합니다. 지난 번 시승 때도 말씀드렸지만 차가 정말 매력적이고 탐이 나거든요. 2위는 39.5%의 지지를 얻은 미니 쿠페가 차지했고, 폴크스바겐 업이 14%로 3위에 올랐습니다. 4위는 세아트 이비자, 5위는 푸조 208. 현대 i20이 9위, 기아 쏘울이 18위였습니다. 소울과 같은 박스카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선 그리 선호할 만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일본의 박스카들을 유럽에선 거의 볼 수가 없죠. 

 

지난 12개월 동안 년식 변경 모델부터 새로 출시된 모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요. 이왕에 말이 나왔으니 다른 세그먼트 결과들도 보셔야겠죠?

 

 

준중형 

준중형 역시 아우디의 A3(42.7%)가 뽑혔는데요. 이번 달부터 독일 내에서 판매가 시작된 5도어 스포츠백은 더 이쁜 것 같더군요. 2위는 메르세데스 A클래스(31.2%), BMW 1시리즈(24%)가 3위, 볼보 V40(16%)이 4위, 그리고 5위가 3.3% 득표한 기아 씨드였습니다. 현대 i30이 6위였지만 득표율은 1%대였구요. 15개 모델 중 꼴찌는 닛산 리프가 차지했습니다.

 

 

중 형

중형에선 BMW 3시리즈가 42.7% 득표로 1위에 올랐네요. 저 개인적으론 1위까지는 생각을 못한 모델이었습니다. 2위는 39.8% 득표한 아우디 A5. VW CC (12.6%)와 10.1% 득표한 아우디 A4가 각각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구요. 5위가 파사트 올트랙, 6위가 기아 K5였습니다. 9개 모델들 중 토요타 유럽형 중형 모델 아벤시스가 꼴찌를 차지했네요. 

 

 

준대형 이상

BMW 6시리즈의 4도어 모델 그란쿠페가 53.6% 득표로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차는 BMW 차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사진 보단 실물이 좀 더 나아 보입니다. 26.1%로 2위에 이름을 올린 아우디 A6 아반트/올로트 콰트로와 득표율 차이가 많이 나죠? 그만큼 독일에선 그란쿠페 디자인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싶은데요. 글쎄요. 전 그란쿠페 컨셉카 보고 굉장히 기대를 했던 탓인지 좀 아쉽기도 하더군요.

 

3위는 17.9%의 아우디 S8, 재규어 XF 스포츠브레이크(왜건 모델)이 17.3% 득표해 4위. 5위는 7.6% 득표한 2013년형 BMW 7시리즈가 뽑혔습니다. 총 8개 후보들 중 꼴찌는 인피니티 M이 차지했네요. 보셔서 알겠지만 세그먼트별 꼴찌는 지금까지 모두 일본 차들입니다. 독일인들이 일본차를 미워하는 것도 아닐 텐데 공교롭게도 계속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요. 다른 세그먼트에서도 그럴지 계속 보시죠.

 

 

밴(VAN)

밴 부문 1위는 포드의 소형 모델 B-MAX가 차지했습니다. 38.2% 지지를 받았네요. 포드도 사진빨 보다는 실물이 좀 더 나아 보이는 메이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포드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메이커는 아닌 거 같은데 이번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2위에는 피아트500L이 23.7%의 득표율로 이름을 올렸구요. (MPV스타일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3위는 르노 세닉(13.3%), 4위는 푸조 파트너(3.1%)가 , 5위는 프리우스 플러스가 차지했습니다. 10개 후보 중 꼴찌는 오펠 콤보였는데요. 그나마 오펠 덕(?)에 일본차가 연속해서 꼴찌를 차지하는 굴욕은 면했습니다. 

 

 

카브리오 (오픈카)

포르쉐 박스터 신형이 25.7%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네요. 오픈카들의 경우도 독일 메이커들이 속된 말로 한가닥씩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않았을까 짐작했는데,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2위는 22.5% 득표한 BMW M6 카브리오에게 돌아갔구요. 3위는 포르쉐 911 카브리오(21.7%), 4위는 메르세데스 SL(17.8%), 5위는 미니 로드스터(15.7%)였습니다. 비교적 골고루 지지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페라리 458이탈리아 스파이더가 6위였는데요.12개 후보 중 꼴찌는 란치아 플라비아가 차지했습니다. 이태리 메이커들 중 란치아 디자인이 가장 떨어져 보이는데요. 크라이슬러 영향인지 아니면 뭣 때문인지, 참 안타깝습니다.

 

 

스포츠카

자동차 강국, 차에 대해 자존심 강한 독일인들도 인정하는 스포츠카는 애스턴 마틴이 아닌가 합니다. 디자인이나 타고 싶은 스포츠카 등을 논할 때 늘 이름을 상위에 올리고 있거든요. 이번 뱅퀴시도 50.2%라는 비교적 큰 지지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41.5%의 포르쉐 911를 따돌릴 정도면 대충 어느 정도나 애스턴 마틴의 스타일을 좋아라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3위는 20.7%의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가, 4위는 19.5%의 BMW M6, 5위는 부가티 베이론 Vitesse가 차지했구요. 6위와 7위는 나란히 토요타 GT86과 스바루 BRZ가 차지했습니다. 토요타와 스바루는 같은 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뒤를 이어 마지막 8번째 순위는 현대 제네시스 쿠페의 차지였습니다. 

 

 

SUV/지프

또 다른 핫코너죠? SUV와 지프 부문에선 아우디 Q5가 26.8% 득표로 1위를 차지했네요. 사진은 Q5의 고성능 버젼인 SQ5이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부분변경 모델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지루할 법한 상황임에도 Q5가 1위를 차지한 것이 좀 의외라면 의외였습니다. 

 

2위는 15.2%의 메르세데스 GL, 3위는 10.2%의 메르세데스 G바겐, 4위는 8.4%의 GLK가, 이렇게 연속으로 벤츠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5위는 BMW X1이 7.4%로 차지했습니다. 현대 신형 싼타페의 경우는 괜찮게 나왔다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13위라는 비교적 낮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9개 후보 중 꼴찌는 미쓰비스 아웃랜더였구요. 그 바로 앞 순위에 쉐보레 트랙스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총 8개 카테고리의 순위를 알아 봤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끝내면 평소 때와 다름이 없을 겁니다. 제가 도입 부분에서 사설을 풀 이유가 없었겠죠. 사실 저의 관심은  '브랜드와 디자인이 어울리는 회사' 부문과 '흥미로운 디자인을 하는 메이커가 어디냐?' 라는 질문 항목이었습니다. 우선 "브랜드와 디자인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회사는 어딘가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포르쉐가 72%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VW이 69%로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페라리와 애스턴 마틴, BMW가 68%로 공동 3위를 차지했군요. 뒤를 이어 르노의 저가 메이커인 다치아가 67% 득표했고, 미니가 65%로 그 다음, 그리고 람보르기니(64%), 스코다(60%) 순서였습니다.


 

그러니까 디자인을 잘하고 못하고가 이 항목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자동차 브랜드와 그 메이커가 만들어내는 자동차의 디자인이 얼마나 잘 매칭이 되었느냐, 뭐 그런 질문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예를 들어 저가 브랜드 다치아는 그 가격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10명 중 7명 가까이 본 것입니다. 그러면 이번엔 "어떤 메이커가 흥미로운 디자인을 선보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땠는지 볼까요?

 

페라리라고 답한 사람들이 56%, 애스턴 마틴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48%, 람보르기니라고 답한 사람들이 46%, 알파 로메오와 포르쉐라고 답한 사람들이 28%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결과는, 폴크스바겐과 그 그룹 내에 있는 스코다가 이 부분에서 0% 지지로 공동 꼴찌의 대굴욕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스코다 중형 스퍼브

의외죠? 그래도 0%라니...모델별로는 업도 이름을 순위권 안에 올렸고, VW CC나 파사트 올트랙도 괜찮은 지지를 받았지만 메이커 전체적으론 디자인으로 큰 매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같은 패밀리룩이라도 VW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자국 프리미엄 메이커들에 밀리는 편인데요. 그래서, 이런 여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패밀리룩에 큰 변화를 주려는 게 아닌가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0%가 나왔다고 디자인이 나쁘다라는 의미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질문 자체가 "브랜드가 디자인으로 얼마나 흥분케 하느냐"라는 뉘앙스였기에 그에 따른 반응이라고 본다면, 어쩌면 차분한 이미지를 좋아하는 VW 팬들은 예상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0%는 좀;;;) 

 

0%의 지지 굴욕 때문에 가려져 있었지만, 1%의 지지를 받은 토요타와 다치아도 있었는데요. 다치아를 보세요. 먼저 질문에선 메이커와 디자인의 매칭이 잘된 회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래서 디자인이 땡겨요?" 라고 물었더니 1%만 "그렇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두 가지 질문의 차이가 뭔지, 감이 오셨죠? 개인적으론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는데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설 명절, 즐겁게 보내시라 스케치북다이어리도 한 몫 거들고 싶었는데 괜히 VW 팬들 속만 긁은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ㅎㅎ; 어쨌든 모두 좋은 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