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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독일에선 골프 반값에 기아 씨드 살 수 있다?

글을 쓰려고 하니 갑자기 2010년도 기억이 떠오릅니다. 기아자동차가 유럽에서 7년 개런티를 처음 실시한다는 내용을 포스팅을 했었고, 당시 그 글 내용에 심하게 반발하던 분들이 계셨죠. 어떤 분은 댓글로, 또 어떤 분은 방명록 등에 비밀댓글 등으로, 꽤 강한 어조로 반론을 폈었습니다.

 

말이 좋아 반론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소비자들 자극하는 글이나 쓴다는 욕설에 가까운 얘기들이었죠. 그 당시엔 자동차 블로그로 갓 자리를 잡아가려던 터여서 그런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고, '이런 아픈 얘기들 들어가면서 블로그를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 때 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글을 쓸 줄 알게 됐고, 어느 정도는 면역이 되었는지 가시 같은 반응에 대처하는 방법도 나름 체득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준비한 내용을 보니까, 그 때의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할까요? 묘한 긴장이 엄습을 하네요. 뭔 얘기인데 이리 뜸을 들이냐구요? 역시 기아차 개런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유럽에서만 파는 기아의 준중형 모델 씨드입니다. 아주 궁둥이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가 있는 해치백 모델인데요. 기아차가 유럽에서 주력 모델로 꼽고 있는 건데요. 독일에서도 작년에 기아 모델들 중에선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전체 모델 순위에서 60위였는데, 2011년에 9,636대 팔렸던 것이 작년엔 13,902대나 팔려 44.3%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일단 기아 씨드의 판매가 증가된 데에는 페터 슈라이어로 대표되는 기아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7년 개런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성능 역시 가격 대비해서 괜찮았기에 가능한 결과였겠죠. 그런데 기아가 올해의 문을 훨씬 더 파격적으로 열어 젖히고 있습니다. 

 

3플러스 7년이라는 보증이벤트가 그 것인데요. 신차 7년 개런티(15만km 거리 제한) + 7년 무상 인스펙션(차량 무상 점검) + 네비게이션 7년 무료 업데이트가 그 내용입니다. 이게 왜 파격적인지를 알기 위해선 돈으로 가치를 환산해 보면 가장 알기 쉬울 거 같습니다. 마침 아우토빌트라는 유럽 최대 자동차 주간지가 이 수고를 대신해줬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선 씨드는 독일에서 총 9개 트림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솔린 1.4 (100마력) 수동미션의 표준소비자가격은 14,490유로입니다. 그런데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이벤트에서는 이 차에 네비게이션과 멀티기능 핸들까지 추가해 14,590유로에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100유로 가격 올려 네비와 각 종 기능 버튼이 달린 스티어링 휠이 제공되는 것이죠. 물론 한시적 이벤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해드립니다.

 

그런데 105마력짜리 폴크스바겐 골프(1.2 TSI)에, 씨드에 들어가 있는 옵션들을 비슷하게 구성하게 되면 기본가격 18,450유로짜리가 22,342유로로 껑충 뛰게 됩니다. 원래 3,960유로가 차이 났는데 이 경우는 7700유로 정도로 확 간격이 벌어졌습니다. 참고로 독일 내에서 경쟁하는 포드 포커스나 오펠 아스트라 등도 모두 기본 가격은 기아 씨드 보다 비쌉니다. 경쟁이 될 만한 준중형에서 100마력 가솔린 기준해 씨드 보다 더 저렴한 준중형은 거의 없지 않나 싶네요.

 

그런데 이 저렴한 기본가에 다시 파격적인 이벤트를 덧붙인 것입니다. 그러면, 어쨌든 7700유로 차이인데 어떻게 절반이냐? 라고 물으실 텐데요. 골프와 씨드의 개런티를 금액으로 환산을 해보면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우선 씨드는 기본 신차 개런티가 7년이고, 골프는 2년입니다. 독일 내에서 독일 메이커들은 모두 2년 개런티밖에 안 줍니다.(아주 그냥 확 그냥!@) 이 5년의 개런티 기간의 차이를 돈으로 바꿔 봤더니 약 1,000유로가 조금 넘는 금액이 나왔습니다.

 

거기다 인스펙션, 그러니까 국가에서 하는 검사 말고 개인들이 1년에 한 번씩 하는 점검이 있는데요. 이게 준중형의 경우 모델에 따라 200~500유로 정도합니다. 적거는 28만 원, 많게는 70만 원까지 하는 금액이죠. 이 인스펙션 금액을 기아는 7년 동안 무료로 직영 정비소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해주고, 골프는 본인 부담으로 합니다. 이 금액차를 아우토빌트는 1930유로로 잡았습니다.

 

네비게이션 무료 업데이트와 그렇지 않은 골프의 경우는 1400유로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걸 모두 더했더니 골프의 가격은 26,709유로였고 기아 씨드는 14,590유로 그대로였습니다. 약 12,000유로 정도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것이죠. 백분율로 따지면 45.4% 정도 씨드가 더 싼 것이고 가격으로는 18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기아 씨드는 수입차가 아닙니다. 유럽연합 내에 있는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유럽 자동차입니다. 그런 걸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매우 큰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 3+7 이벤트에 세부적 제한 사항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5만킬로미터든, 7년이든 먼저 도달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무상 보증기간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7년 인스펙션이나 네비게이션 무상 업그레이드의 경우는 105,000km까지만 무료 적용이 됩니다. 1년에 15,000km를 기준으로 잡은 것이죠. 그러니까 105,100km가 되면 3가지 7년 무상 서비스 중 두 개는 자동 정지되고, 나머지 하나인 신차 개런티는 15만킬로나 7년 중에 먼저 적용되는 것 기준으로 소멸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감안해도 기아가 현재 펼치는 이벤트는 자동차 시장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게 아우토빌트의 설명입니다.

 

유럽에선 현대에도 크게 밀리고, 다른 메이커들과의 브랜드 경쟁력에 뒤쳐지고 있는 기아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어떤 절박함이 있을 것이라 이해를 합니다. 천하의 벤츠도 미국에선 디스카운트 과감하게 하는데, 유럽에서 기아가 무슨 용빼는 재주 있을 거라고 내수 시장에서 하듯 할 수 있겠습니까? 전 기아의 유럽 전략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다만,

 

독점적 내수시장에서의 현기차 모습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기아의 이런 내수와 해외에서의 상반된 모습은, 분명 한국 소비자들에겐 속상한 일로 비춰집니다. '우리에겐 왜?' 라는 억울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때문에 해외에서 펼치는 기아의 노력이 '수고'로 이해되지 못하고 '박탈감'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거, 냉정하게 말하면 기아차 스스로가 만든 결과물이 아닐까요?

 

기아나 현대의 개런티 정책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일본 메이커인 마쯔다는 8년 개런티를 들고 나왔습니다. 다만 이 역시 3월 31일까지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에 한하고 있고, 차 종은 기아처럼 모든 차가 아니라 마쯔다2, 3, 5 등 세 종에 한한 이벤트라는 게 다르네요. 또 현대의 거리 제한 없는 5년 개런티에 스바루(16만 킬로 거리 제한 있음)가 맞불을 놓고 있군요.

 

이들 외에는 대부분 2년 3년으로 무상보증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독일 메이커들은 모두 2년으로 가장 낮은 기간의 무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죠. 그래서 독일차 타는 독일인들은 돈을 내고 이 서비스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주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르노나 푸조 시트로엥 같은 프랑스 차들과 이태리 피아트도 2년이라는 짠 무상 보증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1년 무상보증 기간을 늘렸을 때의 재정적 부담은,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프랑스나 이태리 메이커로선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악순환 과정에 있는 것이죠. 무상 보증 늘리자니 재정 부담 되고, 그렇다고 판매율 안 올릴 순 없고... 이처럼 2~3년이 주된 무상기간인 독일에서 (혹은 유럽에서) 기아의 7년이나 현대의 5년은 매우 큰 구매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아니, 현실입니다.

 

잡지는 독일차들이 언제까지 이처럼 짧은 무상보증 기간을 유지할 것이냐는 비판으로 끝을 맺고 있는데요. 역시 독일도 자국에선 개런티에 인색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고요. 프리미엄 메이커와 직접적인 비교는 곤란하지만 어쨌든 자국시장에서 점유율 높은 메이커들의 이런 공통된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을 듯 싶습니다. 단, 좋은 차를 탄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독일 고객들처럼 우리나라 고객들도 현기차에 그런 자부심을 느끼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독일에선 요즘 기아차를 파격적인 조건에 장만할 수 있습니다. 이 참에 저도 K5나 하나 장만을 해볼까요? 7년 개런티는 정말이지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네요. (아 참, 한 가지 빠진 게 있는데요. 미국에선 현기차는 신차 개런티의 경우 차주가 바뀌면  연장 적용이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에서 기아의 경우 개런티 기간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