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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Longbottom의 미국 시승기

신형 닛산 알티마 시승기

미국에서 패밀리 세단이라고 하면 미드 사이즈, 즉 중형 급 차들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 차들은 가장 큰 판매시장을 형성한 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얘기는 미국에서 차를 팔고 있는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이 미드 사이즈에 쏟아 붓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쉐보레 말리부, 크라이슬러 200, 닷지 어벤져, 포드 퓨전, 혼다 어코드, 현대 쏘나타, 기아 옵티마, 마쯔다6, 스바루 레거시, 스즈키 카자시, 토요타 캠리,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인데, 럭셔리 메이커를 제외한 이 모델들이 패밀리 세단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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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모델을 더 추가해야 한다. 얼마 전 2013년 모델을 내놓은 닛산의 알티마가 그것이다. 알티마는 작년 미국에서 토요타 캠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승용차였다. 항상 1,2위를 다투는 캠리, 혼다 어코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기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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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다시 5세대 신형 알티마는 토요타 캠리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까진 캠리를 넘어선 상태는 아니지만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판매에서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빠르면 10, 늦어도 올 해 안에는 한국에도 들어간다고 하니 가만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그래서 미국 현지에서 이 신형 알티마를 시승해 봤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닛산(인피니티 포함)은 혼다와 더불어 자신만의 색을 가진 메이커다. 혼다는 요즘 좀 주춤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메이커들은 여전히 높은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저력 있는 회사들이다. 특히 GT-R 300ZX 트윈터보 2+2와 같은 닛산의 대표적 모델들은 내가 닛산이란 메이커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물론 순정 상태가 아닌, 좀 과격하게 튜닝이 된 모델이기는 했지만, 흔한 말로 ‘튜닝빨’ 참 잘 받아준 그 기본기에 매료가 됐던 것이다. 기술에 있어서 닛산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메이커다. 그렇기에 이번 신형 알티마에 대해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 기대감은 충족이 될 수 있었을까?

 

 

 

 

 

외 모

처음 시승차를 보는 순간 닛산이 아닌 인피니티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착각했다. 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조금은 고급스러워진 모습에서 고객들의 좋은 반응이 우선 이해가 됐다. 1세대 알티마(1993~1997)는 닛산 블루버드를 기반으로 닛산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미국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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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는 1세대와 큰 변화가 없었는데, 3세대에 들어오며 큰 변화를 맞았다. 3세대 (2002~2006)부터 명실상부한 미드 사이즈가 된 것이다. 또한 3세대 알티마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겐 르노삼성의 SM5, SM7과 플랫폼을 공유한 모델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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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큰 차이가 없던 4세대( 2006~2012)부터 한국시장을 밟은 알티마는 이번 5세대를 통해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이 했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갈 때 처럼말 그대로 올 뉴 알티마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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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알티마 신형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맥시마를 연상했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본 5세대는 인피니티에 모든 게 가까웠다. 20년 동안 만들어진 알티마였지만 이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에 닛산 엠블램을 떼고 이 차가 뭐같냐 물었다면 영락없이 인피니티의 신모델이냐고 물었을 것이다. 후드 주름이나 모양은 흡사 인피니티 M37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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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미러는 모양이 옆으로 길게 뻗어 사각지대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줄 듯 보였다. 다만 LED턴 시그널의 경우 미국에선 상위 모델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시승차의 경우 트렁크 중간 번호판 바로 위쪽에 리어뷰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옵션 중 테크놀러지 패키지를 적용하면 닛산이 새롭게 선보이는 세이프티 쉴드 테크놀러지라 불리는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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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이프티 쉴드 테크놀러지는 사각지대에 차가 있을 때 알려주는 BSW 기능(Blind Spot Warning), 차선이탈 방지 기능(LDW-Lane Departure Warning), 후진 중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해 알려주는 MOD 기능(Moving Object Detection)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기능들이 모두 후방 카메라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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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궁금해져 딜러에게 물었다. 차 뒤쪽에 생기는 와류 때문에 카메라가 더럽혀졌을 경우 기능에 문제가 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거기까진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국에 수입될 경우, 이런 질문에 대해 딜러들은 명쾌하게 대답을 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전반적인 익스테리어 느낌은 너무 튀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히 고급스러운 차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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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이탈 방지 기능 LDW : 보통 이 기능은 삐~하는 소리나 경고등 또는 캐딜락의 경우처럼 의자에 진동을 줘 알리지만 얼마 전 시승을 해본 인피니티 M37 하이브리드 같은 경우는 보다 능동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운전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면 차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조절해 벗어나려는 차선 반대쪽으로 움직이게 한다.

 

 

 

 

실 내

가장 먼저 시트에 앉았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인피니티에서 쓰는 것과 같은 계기판 속의 LCD 정보창이었다. 이 정보창은 알티마 모든 차종에 적용되어 있는데, 사용 방법 등 모든 것이 인피니티와 같다. 심지어 핸들 디자인과 기능 또한 인피니티를 떠올리게 했다.

 계기판의 시인성은 상당히 좋았고 단순화 되어 있어 여성들이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아 보였다. 다만 오디오 조절버튼은 그 크기가 작아 사용하는 데 불편했다. 반면 공조장치 버튼들은 상대적으로 조금 큰 편이라 보기에도 편하고 운전 중 사용해도 크게 시선을 빼앗기지 않았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은 인피니티 G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단점들도 눈에 보였다. 우선 창문 버튼의 경우 운전석에만 오토 기능이 있다. 또 전동식 시트도 운전석만 적용이 되어 있었다. 주차 브레이크 또한 족동식이다. 이런 단점들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시장성격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트 재질의 경우는 좀 문제가 달랐다. 부드러운 질감은 처음 얼마간은 좋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 비비며 앉다 보면 보풀이 일어나 뭉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건 분명 가족들이 함께 차를 이용한다는 의미가 크다. 가족 중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특히나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의 경우 얌전치 앉아서만 가진 않는 게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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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고 움직이며, 음료수를 마시다 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엄마의 눈으로 본다면 분명  시승차와 같은 시트는 감점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인조가죽이나 천연가죽 등이 적용된다면 해결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우선 미국에서만의 문제라고 해두도록 하자.

 

핸드 브레이크처럼 미국은 발로 작동하는 족동식 브레이크가 상당히 일반화 돼 있다.

 

시트 재질에 대해 좀 불편한 소리를 했지만 사실 이번 알티마에서 굉장히 신경을 쓴 부분 또한 좌석이다. 제로 그래비티 좌석 (Zero-gravity seats-무중력 의자)이라고 불리는 이 의자는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뭐가 얼마나 대단한가 싶어 기대를 하고 앉아 봤지만 처음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주행을 하면서 좌석이 몸을 편안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승을 다 마쳤을 땐 처음과는 달리 좋은 평점을 줄 수 있었다. 장거리   운전자들에겐 이런 장점이 더 부각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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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의 경우도 무릎공간이 넉넉했고, 편안하게 자세를 가질 수 있게 해줬다. 어른 세 명이 앉아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넉넉함이었다. 뿐만 아니라 뒷좌석의 경우 6:4 로 분할이 되어 접히기 때문에 큰 짐을 싣는 데에도 유용해 보인다. 트렁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주 행

시승차엔 4기통 2.5리터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닛산의 자랑인 6기통 3.5리토 VQ 엔진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4기통이 주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2.5리터 엔진을 선택했다.  6 rpm에서 182마력을, 4 rpm에서 24.9kg.m 토크를 낸다. 트렁크 부분에는 파란 바탕에 퓨어 드라이브(PURE DRIVE)라는 표시가 있는데, 저공해 엔진 차량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원격 시동기능이 있는 스마트 키로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음과 진동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정숙성을 보였다. 동급 모델들과 비교해도 나으면 나았지 모자라지 않은 수준이었다. 시내뿐 아니라 고속도로 주행 중에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만, 인피니티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고 차를 움직이자 CVT 특유의 느낌으로 부드러운 움직임이 이뤄진다. 하지만 주행을 계속 하면서 이 무단변속기어 (CVT)는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닛산이 개량을 해서 내놓은 CVT라고는 해도 여전히 이질감은 느껴졌다. 인피니티 JX 때와는 또 다른 맛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다이나믹한 주행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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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차의 성격을 생각해보자. 스포츠가 아닌 패밀리 세단이다. 그렇다면 부드럽고 연비효율이 좋은 운전을 돕는 CVT 미션을 그리 타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미국처럼 주말용이나 가족용으로 나뉘어 차를 한 대 이상 운행하는 나라에선 모르지만 차 한 대로 다양한 운행을 하는 대한민국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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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티마엔 포드 포커스 고성능 모델에 사용되는 토크 백터링 시스템과 같은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Active Understeer Control)이라는 게 기본 장착되어 있다. 이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은 코너링 시 안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언더스티어(차가 코너 밖으로 밀리는 현상)를 최대한 억제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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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항상 코너링 테스트를 하는 급격한 헤어핀 코너에서 이름만 요란한 것이 아님을 실력으로 확인시켰다. 같은 자리에서 현대 그랜저가 보여준 실망감을 이 차에선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시승 내내 좋은 핸들링을 선사했다. 제동력이나 가속성능에서도 특별히 어색할 것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을 CVT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와 닿았다
.

215/55/17
의 컨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한 것으로 봐, 승차감과 연비 뿐 아니라 주행성능까지도 고려가 된 타이어 선택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번 알티마에는 이전에 못 보던 기능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EFTA(Easy Fill Tire Alert)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타이어에 적절한 공기가 주입이 되면 더 이상 주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소리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직접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기기에 따라 공기압을 확인하는 방법이 다르다. 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야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 운전자들에겐 바퀴에 공기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이 기능은 매우 유용하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직접 공기를 주입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기능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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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알티마의 주행성은 편안하게 탈 수 있는 패밀리 세단의 컨셉에 정확히 맞춰져 있다추월할 땐 어느 정도의 인내와 충분한 거리가 필요하다. 이 뜻은, 강한 힘으로 밀어 부치는 그런 차가 아니라는 의미다. 적절하게 세팅된 하체 또한 패밀리 세단의 범주에서 보자면 나무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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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평

패밀리 세단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첫 째, 가족이 함께 타기 때문에 안전성에서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 둘 째는 4인 가족 기준으로 넉넉한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물론 트렁크 역시 마찬가지다. 세 번째는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한 운동성능이 따라줘야 한다. 네 번째는 각 종 스위치 등의 조작이 편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다.

사람에 따라 순서가 바뀌고 부분적으로 내용이 달라질 순 있어도 큰 틀에선 이견이 없으리라 본다. 제로백(0-100km/h)이 얼마인지, 코너를 얼마나 빠르게 돌아 나올 수 있는지, 최고 속도가 어떻게 되는지 등은 패밀리 세단에서 우선순위가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차는 대체적으로 모든 덕목을 다 만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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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고 편안한 실내에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거기에 적당한 운전성능을 보여줬다. 또한 이전 알티마에선 느낄 수 없던 세련된 외모까지 덤으로 주어졌다. 왜 미국에서 캠리, 어코드와 함께 3강을 형성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다. CVT의 아쉬움만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곧 한국에도 들어간다고 하니 거기선 실제 오너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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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스포츠한 운전을 원한다면 동급에선 파사트 같은 모델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티마는 파사트가 갖지 못한 알티마 다운 장점이 있다.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적절히 구성되어 있다. 일본 메이커다운 내구성 또한 믿음직스럽다. 이 정도면 패밀리 세단으로는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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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가격 (콜로라도 기준) & 연비

알티마 신형 4기통은 21,500달러부터 29,920달러까지 가격이 정해졌다. 여기에 740달러의 탁송료와 7.4%의 부가세가 포함된다. 그래서 할인 받기 전 가격은 23,886달러에서 32,929달러가 되며, 여기에 딜러 수수료도 몇 백 불이 더 붙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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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통 가격은 25,360불에서 31,950불까지다. 4기통과 마찬가지로 740불 탁송료와 7.4%의 부가세가 더해지면 할인 전 가격은 28,031불부터 35,366불까지 된다. 연비효율성은 시내 주행의 경우 미국 기준으로 리터당 11.5km, 고속도로는 리터당 16.16km라는, 가솔린으로서는 꽤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