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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국문화, 독일인 독일문화.

이럴 때 난, 한국이 생각난다. (1편)

 

꼬박, 태어나서 한국 땅에서만 엉덩이 비비며 살던 한국 촌넘(?)이 어찌어찌하야 지금은 유럽의

 

독일이란 키 크고 눈 깊은 사람들의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젠 조금씩 부대끼는 와중에도

 

시나브로 적응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편으론 기특도 하고 또 한 편으론 낯설기도 합니다. 낯설다고...?

 

그렇습니다. 만나지는 일상의 소소함들, 그것들 앞에서 나는 '아~내가 지금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낯가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어떤 경우들이 있을까?' 그리고 떠오

 

르는 것들에 대해 느끼는 대로 한 번 기록해보기로 했습니다.

 

 

 

1. 미용실은 괴로워

 

독일도 한국처럼 이발소/미용실로 구분되어 있지만 역시 이발소 보다는 미용실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미용실을 매 번 이용하는데 문제는,

 

매 번 머리를 맡길 때마다 본전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즉, 가격대비 결과물의 만족도가 낮다는 것이죠.

 

이 곳 미용실들의 남자머리 커트 비용은 비쌉니다. 6-7천원에 동네 미용실에서 자르던 한국과 비교하면

 

대략 15,000원에서 20,000원이 넘어가는 것이 독일의 평균적인 동네 미용실 가격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잘 보면 아시겠지만 독일 유학생들 한국에 들어올 때 대부분 장발족들입니다. 왜냐구요?

 

비싼 미용실 가격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니까요. 암튼! 이렇게 비싼 가격에 그럼 실력은 어떠한가... 이게

 

정말이지 속된 표현으로 '안습'입니다. 좀 맘에 들게 깎아주는 곳 없을까 싶어 처음엔 이곳 저곳을 갈급한

 

심정(?)으로 다녀봤습니다. 하지만 하향 평준화(?) 된 미용실들의 실체를 더 이상 발품 팔며 느낄 필요가

 

없다고 확인하고 난 뒤부터 그러려니 하고 그냥 집 가까운 곳에 정붙이고 다니고 있습니다.. 고급 미용실

 

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커트 한 번에 5-6만원 혹은 그 이상을 들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

 

니겠죠? 독일 미용실이 커피나 음료 등도 제공해주고 많이 예전에 비해 친절해졌다지만, 아무리 서비스

 

가 좋아도 기본적으로 머리를 잘 하는 한국미용실 그리움은, 휑한 머리 쓰다듬으며 미용실 문 밖으로 나

 

올 때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답니다. 가격 좋고 실력 좋은 옛날 우리 동네 미용실은 계속 문 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이렇듯, 독일의 미용실을 이용할 때마다  저는요, 한국이 떠오릅니다...    

 

 

 

 

 

2. 그립고 또 그리운 양념치킨에 생맥주!

 

독일 스포츠 채널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볼만한 경기들을 중계해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일찍 저녁

 

을 먹고 게임 중계에 맞춰 맥주 한 병 옆에 찹니다. 그리고 신나게 경기에 몰입하는데요. 그러다 하프타임

 

이나 잠시 쉬는 시간이 되면 올라오는 뭔가 허전한 느낌에 힐끔 시계를 봅니다. 밤 10시 50분. 째깍째깍...

 

점점 나의 몸속 어딘가에 내재되어 있던 야식에 대한 갈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경기가 손

 

에 땀을 쥐게 하거나, 한국팀 경기 중계라도 볼라치면 그 갈망은 피어오르다 못해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내 터져나오는 방언...

 

"아~ 양념치킨에 생맥주 1000CC!"

 

집사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지만 정말이지 이 악마의 유혹은  이억만 리 독일 땅에서도 선명히 메아리치

 

니 이를 어찌해야한단 말입니까?

 

 

독일은, 배달이라는 게 피자집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피자 외에도 탄두리치킨이나 태국 음식, 그리고 일

 

부 중국음식 등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지만, 상당 수는 피자 배달하는 곳에서 같이 취급을 해서 맛 생각

 

하면 못 시켜 먹을 수준입니다. 또한  늦은 시간의 배달은 불가능합니다. 법적으로 24시간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문량이 좀 많다싶으면 기본이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데 이 곳에선 당

 

연하다는 듯 주문한 사람도 재촉하는 법이 없습니다. 한국 같았다면 망해도 벌써 망했을 것인데도요. 한

 

강둔치나 일산 호수공원에서 배달음식 주문해 먹는 광경을 독일친구들이 본다면 아마 기절할지도 모릅니

 

다. 그러나 무슨 무용담처럼 배달문화에 대해 얘기를 했지만  어찌보면 그만큼 안정장치 없는 무한 경쟁

 

사회의 아픈 단면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해서 맘 한편이 아프기도 합니다.

 

아무튼 말이죠. 침 꿀꺽 넘어가는 소리가 저~ 독일쪽에서 들려 온다면, 그건 분명 양념치킨 생각에 밤하

 

늘 보며 눈물 글썽이는 한 한국인의 애절한 소리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독일에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양념치킨을 팔고 근방으로 배달을 해주기도 합니다만 본토

 

의 원조 양념치킨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어흑~)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