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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정가판매 불편함, 고객 입장에서 해법은?


얼마 전부터 현대와 기아가 자동차 정가판매를 선언했고,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벌써 이 정가판매를 지키지 않은 영업사원들에 대한 징계절차까지 들어가는 등, 정책 다지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정가판매 정책이라는 것은 뭘까요?

위탁판매 계약을 맺은 일반 대리점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은 현대 본사(정규직)에 적을 둔 직영사원들과는 달리 기본급이라는 게 없습니다. 오로지 차를 팔아 그 판매에 따른 수당으로 이익을 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아무래도 가격을 더 깎아야 남들 보다  많이 팔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영업사원 할인을 없앤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정가판매를 한다고 해서 제조사 할인 혜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월별 혹은 분기별로 제조사가 정한 할인금액에 따른 판매가는 대한민국 어떤 대리점에서나 일괄적용이 되는데요. 쉽게 얘기해서 이번 달에 아반떼 100만 원 할인 혜택이 있다면, 원래가격에서 100만 원 할인된 가격을 가지고 모든 영업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정가판매 정책을 꺼내들었을까요?...이 정가판매 정책으로 혜택을 못 보게 된 것은 고객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에 현대차의 국내판매를 총책임지는 분께서는 이런 대답을 하셨다고 하는군요.


 “만약에 할인을 적게 받을 경우, 

  그것이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저 분 말씀대로라면, A라는 고객은 B라는 고객과 똑 같은 차를 같은 조건에 샀음에도 딜러가 덜 깎아 줘서 30만 원 쯤 더 냈으니, 이게 얼마나 손해냐 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논리가 좀 희안하죠? A와 B고객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A와 B 고객 모두  제조사 할인에 딜러할인까지 받았기 때문에 결국은 다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덜 할인 받았기 때문에 손해다? ...
어쨌거나 그 분은 정가판매가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고객의 신뢰를 받아야 차가 잘 팔릴 것.

정가판매제도는 고객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



제가 이해를 잘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딜러할인을 못하게 하는 것(정가판매)과 고객의 신뢰와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현대차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려 노력했지만 도무지 저 주장에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제가 현대차 딜러라면 이 점을 어떻게 고객에서 설명하고 이해를 시킬 것인지 굉장히 난감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평소에 정몽구 회장이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뜻에 따른 정책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아니 그러면 그 동안 영업사원 할인혜택을 받은 고객들은 좋지 않은 품질과 안정적이지 못한 차를 선택했던 것인가요? 설마 그런 뜻은 아니겠죠?;;


 
뭐 위에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지만 이 정가판매를 단행한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직영점 영업사원들(현대차 정직원)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딜러 할인이 안되는 직영사원들이 일반 대리점 딜러들의 할인공략에 밀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요. 수당으로 수익을 내는 일반 영업점 딜러들은 차를 많이 팔면 팔수록 수당의 폭도 커집니다. 일종의 누진제같은 것이죠. 이러니 직영사원들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겠죠. 결국, 회사측에서 정가판매 정책으로 이 불만을 잠재우려 한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이런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고, 신차가 나올 때 마다 가격은 상승하면서 혜택은 줄여버리니 고객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게 된 것입니다. 그나마 혜택이라고 준 무료썬팅의 경우는, 엉뚱하게도 선팅업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기차와 저렴하게 선팅계약이라도 해야 손님들을 받을 형편인데, 마진이 남질 않으니 울면서 선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거기다 선팅지는 또 모비스 것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면서요? 도대체 이렇게 여러사람 민폐끼치는 정가판매제는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정가판매제다 뭐다 하는 제조사가 정하는 일방적 구조는 자율경쟁을 통해 시장이 형성되고 확장되어야 하는 경제구조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대한민국도 자동차 판매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제가 한 가지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위 사진은 독일의 이번 달 제조사 할인 혜택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10.7%를 할인해줬죠? 그나마 좀 팔린다고 스포티지R 보다는 할인율이 적은 편인데요. 어쨌거나 25,390유로짜리 2.0디젤 전륜(컴포트)  모델이 2714유로를 세일 판매합니다. 할인 금액을 빼면 22,676유로가 되네요.


앞에서 보여드린 모델과 같은 것인데 여기서는(독일 자동차 인터넷 사이트) 21,990유로에 판매가 된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금액 편차가 680유로 정도가 되는데 물가로 계산해보면 대략 70만 원 정도의 추가 할인이 이뤄졌다 보겠습니다. 거기다 이 모델은 깡통휠이 아니라 알루휠이 포함된 가격이네요. 그러면 실질적으로 할인 폭은 더 크다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요? 바로 자동차 딜러가 추가적으로 자신의 마진폭을 줄여 자동차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독일도 미국처럼 제조사 직업영업점이 아니라 여러가지 자동차를 모아 파는 자동차 판매점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이들 딜러들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제조사에 자동차를 요구해 물건을 받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자동차 판매가격은 제조사와는 무관하게 되는 것이죠. 딜러의 재량과 결단(?)에 따라 할인을 많이 받을 수도 있고, 적게 받을 수도 있으며,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내놓음으로써 고객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미국도 딜러들이 차를 사오면 그 다음부터는 그들이 가격을 정하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새 차를 , 그것도 점유율 80%의 현기차를 사려고 할 때, 현기차 대리점 외엔 신차 구매의 길은 없습니다. 오로지 유일한 신차구매의 통로가 저렇게 확고하게 틀을 짜버리면 고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다른 외국의 경우처럼 자동차 회사와 상관없는 제 3의 판매점을 허락해야 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위택판매점이라고 해도 딜러들 재량으로 할인이 가능했지만 이제 그게 불가능해진 이상! 신차들을 모아 판매하는 영업점을 법적으로 허락해서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은데, 과연 제조사들이 이런 행태를 놔둘까요?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틀어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침 똑 같은 모델을 파는 다른 자동차판매점이 나란히 있어서 이미지 하나를 올려봤습니다. 같은 모델이지만 단 돈 얼마라도 차이가 나죠? 나란히 붙어 있는 거라서 그렇지 전체적으로 보면 가격의 폭은 훨씬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독자적 판매점들이기에 가능한 가격들인 것입니다. 작은 천 원짜리 과자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도 가게에 따라 가격이 다 다른 법인데 어떻게 자동차를 일률적으로 똑 같은 가격에 판매를 한다는 것일까요?

정말 정부가 조금이라도 물가를 잡고 싶고, 서민들의 생활을 진심으로 염려하고 있다면, 이런 판매자 중심의 정책에 맞설 수 있는 제3 판매점을 허락해서 가격 할인 정책을 이끌어 내어야 할 것입니다. 요즘 현기차가 '자동차 제값받기' 정책을 펴고 있는데, 설마 이번 정가정책도 그것과 맞닿아 있다고 말씀들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그 대상이 선택권도 없고 대안도 없는 점유율 80% 시장의 내수고객들이 아닌, 현기차 잘나간다는 해외에서 먼저 실시해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제 3의 판매망이 있는 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국도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