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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자동차 시승기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시승기는 자동차에 관심 있는 분들에겐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분야일 것입니다. 이 시승기를 통해 차에 대한 인상도 받고, 구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되는데요. 자동차매거진에서 시승기를 올리든, 유명 블로거들이 시승기를 올리든, 영향력이 큰 이들의 시승기에는 관심의 폭과 깊이, 그리고 그에 따른 논란들까지...다양한 '꺼리'들이 펼쳐지게 됩니다.

하지만 차에 대한 개개인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똑 같은 자동차를 놓고도 다른 얘기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말 사심(?)없이 차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원하는 분들에겐 시승기가 되려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저는 개인적으로 독일의 시승기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제가 시승기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독일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시승기의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자동차 전문가나 자동차전담 기자들이 차를 일정 거리 동안 몰아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죠. 하지만 독일에선 그런 시승기는 대부분 테스트라는 이름하에 펼쳐지게 됩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개인들이 올리는 차에 대한 평가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자동차 전문매거진'이 실시하는 테스트를 통해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라겠는데요. 제 블로그 자주 찾는 분들은 이미 대략적으로 알고 계시겠지만, 3가지 형태의 독일시승기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오늘은 간단히 정리해보록 하겠습니다. 





1. 시운전


첫 번째 형태는 시운전입니다. 독일어로는 Fahrbericht라고 해서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운전보고'쯤 될 거 같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데요. 신차가 출기되기 전에 차를 타보고 난 후의 기본적인 느낌과 함께 몇 가지 기본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알려주는 정보는 대략 가격/ 엔진 라인업/ 각 종 시스템/ 옵션/ 차량의 크기/ 트렁크 사이즈 등으로 차의 성능이나 가치 등은 여기서 다뤄지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2. 단독테스트/ 실질테스트


두 번째부터 본격적인 시승기의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독테스트 혹은 실질테스트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모델 하나를 여러명의 테스트 전문가들이 다양한 항목을 가지고 평가를 하게 됩니다.



테스트 항목은 차에 대에 체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는데요. 티구안의 경우처럼 SUV 모델일 경우에는 승용세단에서는 실시하지 않는 오프로드 성능까지 빠짐없이 테스트하게 됩니다.



각 종 테스트 결과는 항목별로 이렇게 이미지를 통해 확인시키며 별 5개 만점에 몇 개, 이런 식으로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참고로 맨 마지막 그림은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의 각도들이 위치별로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런 테스트는 잡지사 임의대로 기준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고, 항목별로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공인된 방식을 공인된 방법과 도구들을 통해 실시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담보된다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요즘 많이 장착되고 있는 주차 보조 시스템의 경우도 자세히 테스트 내용을 밝혀주는데요. 티구안과 골프의 경우 반경과 각도 등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까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실질테스트의 경우 아우토모토스포츠(AMS)가 가장 입체적이고 자세한 편입니다.

 


테스트가 모두 끝나면 차량에 대한 장점과 단점 등을 이런 식으로 보여줍니다. 내용이 많은 부분이 장점이고 적은 게 단점인데요. 티구안은 뭐 기어변속이 좋고, 단단한 차체와 마감 등이 장점이고, 시티세이프티 기능이나 다소 복잡한 인포테이먼트 시스템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나중에 원하시면 티구안에 대한 이 테스트 내용만 별도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우토뉴스(Autonews) 같은 잡지는 실질테스트 결과를 이렇게 도표 하나로 간단하게 정리하는 편인데요. 볼보c30 전기차 모델에 대한 테스트 결과로 별 4개를 줬습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표시로 각각 장단점을 설명하는데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때문에 마지막 가격 부분에서 비교적 낮은 60점을 얻고 말았습니다.






3. 비교테스트


가장 독일자동차 매거진들이 중점을 둬 실시하는 것이 세 번째 항목인 비교테스트 부분입니다. 독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관심도가 제일 높은 편이죠. 동급 모델들끼리 동일한 항목을 테스트해 항목별 점수와 총점을 공개해 순위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위에 보시는 것이 제가 가장 많이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아우토차이퉁(Autozeitung)의 비교테스트 내용입니다. 5개 항목 안에 10가지 전후의 세부적인 테스트 리스트의 점수들이 낱낱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항목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차가 어떤 항목에서 비교우위에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지를 알 수 있는데요. 자동차 메이커들 입장에선 이런 비교테스트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자신들의 약점 혹은 강점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할 수도 찬성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얼마나 고마운 데이타들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무조건 찬성일 수밖에요.



아우토빌트(Autobild)의 비교테스트 관련 내용입니다. 아우토빌트나 아우토-모토-스포츠(AMS) 같은 곳은 인터넷에 자세한 성능 점수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죠. 세부적인 내용이 궁금하면 잡지를 사라는 얘기죠! 부분적으로 약간 다르긴 하지만 앞서 보여드린 아우토차이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항목들입니다. 특히 아우토빌트의 경우 자동차 좌석의 높낮이 두께 폭 등을 상세하게 보여줌으로써 공간에 대해 직접 타보지 않아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연비의 경우도 제조사가 내세운 연비와 테스트 연비가 다른데요. 때론 테스트연비가 제조사가 제시한 연비 보다 좋게 나와 있어 이런 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비교테스트의 강점은 이렇듯, 한 눈에 경쟁차종과의 우열을 가려주는 데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밌는 것이, 이런 비교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자동차의 경우, 메이커가 잡지사에 요청해 전국 매장으로 특별 팜플렛처럼 별로 책자를 만들어 배포한다는 점입니다. 매우 좋은 영업자료로 사용이 될 수 있어 메이커 입장에서도 좋고, 잡지사에서도 짭짤한 수입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간단하게 정리를 해봤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승기가 개인의 판단과 목소리에 많은 부분 할애되어 있다면 독일은 데이타 중심의 테스트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그런 말씀들을 하십니다. '독일애들이 지들 차라고 더 좋게 평가하는 거 아니겠느냐' 라고... 물론 완전히 이런 점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독일은 어떤 자동차가 되었든 검증된 시스템에 대입시켜 수치를 얻어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저는, 한국에서의 시승기도  시승자 각자의 특성과 색깔에 맞춰 이뤄지는 지금의 형태 뿐만 아니라 독일식 비교테스트 같은 방법도 활성화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역시 그러기 위해선 자동차 제조사의 협조, 자동차매거진의 영향력과 신뢰, 그리고 규모 등, 다양한 문제들 해결이 선행되어야 할 듯 보이네요.